4.30 재보선 참패후 열린우리당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이 3일 "민주노동당과 연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어서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의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많다"고 발언, 민주노동당을 발끈케 했다.
***유시민 "민노당과 연합하느니 한나라당과 합의하는 게 나아"**
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여소야대 국면 도래에 따라 민노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유 의원은 "우리당이 중도노선의 당이라서 왼쪽으로 가려면 민주노동당과 타협해야 되는데,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위해 오른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왼쪽으로 이동해야만 (민노당과) 협의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되니까 타협의 정치적 비용이 훨씬 더 민주노동당 쪽과 할 때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10가지 쟁점이 있을 때 민주노동당은 지금 10% 내외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니까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하나, 몇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양보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자기당의 당론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받아줘야 되는데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 쪽으로 다 기울어진 안을 해줘야지만 협조를 받을 수 있다"며 민노당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노회찬 "우리당, 한나라당과 타협한 결과가 누더기 과거사법이냐"**
이같은 유 의원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유 의원은 정치적 비용을 잘못 계산했다"며 "한나라당과의 타협의 비용을 개혁 후퇴에 따른 손실로 계산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맞받았다.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자기들 주장을 100%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개혁을 위한 양보가 뭐가 그리 어려운 것이냐"며, 구체적으로 우리당과 한나라당간 타협으로 결국 누더기가 된 과거사법의 예를 들며 "과거사법 협상 당시 민노당은 차라리 열린우리당 원안을 받겠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노 의원은 "유 의원 발언은 개혁이 고통스럽다는 것에 대한 고백에 다름아니다"며 "지도부의 '실용주의'행태를 비판해서 상임중앙위원까지 오른 사람이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그 자신이 빠르게 기득권화된 것으로밖에 볼 수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합당? 조선시대 여자 보쌈하는 것도 아니고..."**
한편 유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날 문희상 의장이 제기한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와 관련, "당 지도부에 속한 책임 있는 분들이나 혹은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문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려, 향후 당내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게 무슨 조선시대에 여자를 보쌈하는 것도 아니고 싫다고 공개적으로 공식의결까지 하는 마당에 싫다고 하는 상대를 가지고 계속 결혼하자고 우기는 것은 저는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통합할 방법도 없고, 통합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매우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금 우리당은 기간당원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당원이 주인 된 정당을 채택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그 당시로부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지분양보 등의 표현도 나오는데 다시 합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정체성 논란을 빚었던 '철새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도, "선거를 하다 보면 지면 비참하니까 어쨌든 이겨야 되지 않느냐 이런 생각 때문에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 그런 결과가 됐다"면서 "우리 정당사에서 보면 이런 것들이 항상 있던 일인데, 이런 오류를 이젠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다시 한번 교훈을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천에 관여한 지도부를 비판했다. 혁신위 부위원장인 그는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당의 지지도와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것, 이런 것이 혁신의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당내 노선논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어 노선갈등 재연 우려에 대해 "중도개혁정당으로서 온건진보세력과 온건보수세력이 함께 손잡고 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때론 많은 절충과 타협이 필요하지만 넘어선 안될 기본선 같은 것도 있다"며 "그런 점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당내 논쟁을 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김근태 조기복귀론, 낡은 정치문화 유산"**
유 의원은 그러면서도 재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선 "이제 취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당헌상 임기가 2년으로 돼 있기 때문에 지금 한달 밖에 되지 않은 의장보고 사퇴하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퇴는) 적절한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며 "저희가 10월에 또 재보선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는 것이 그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해, 10월 재보선때까지는 현체제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기 복귀론에 대해서도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느냐"며 "그러나 백설공주 없어도 일곱 난쟁이는 힘을 합쳐서 잘 살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을 제대로 못해서 지금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는데 일을 잘할 생각은 안 하고 지금 누구 데리고 온다, 어디하고 합친다, 이런 발상 하는 것 자체가 저는 일종에 낡은 정치문화의 유산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