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웬일인지 내성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마을 영주시 만수면 수도리의 무섬 마을의 풍경은 괴기하기만 하다. 지난해 여름 이맘때까지만 해도, 무섬 마을 수도교 다리 밑은 아침 일찍 서둘러야 겨우 텐트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올 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에 나온 아이들 영상은 대부분 지난 여름 수도교 다리 주변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지율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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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다리 밑에 텐트는커녕 사람 그림자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리 아래 내려가 보니 교각에는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노란색 경계 띠가 둘러 있고 띠 안에는 손 글씨로 A4 용지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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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고기를 잡기 위해 교각 밑에 들어갔다가 철근에 발이 찔려 빼지 못해 구급대가 철근이 박힌 째로 철근을 끊어서 긴급 후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경고문 말미의 글은 지금 무섬 강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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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장소가 이태 만에 일어난 강의 변화라고 믿기 어렵다. ⓒ지율스님 |
강바닥이 낮아지는 현상은 단지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풍경을 훼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급격한 강의 침식은 주변 지역을 사막화하여 영주 댐 하류는 농수는 물론, 식수조차 끊어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물을 공수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속한 강의 변화를 놓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퇴사량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천적인 결론 끝에 "문제점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 할 것"이라는 한 줄 단서만 달아 놓았다. 그러나 현재 강의 변화에 대하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실시하는 적극적인 방안은 내성천 구간에 5개의 보를 쌓는 일 외에는 없어 보인다.
이 5개의 보가 들어서는 곳은 영주 댐 하류 미림에서 무섬 마을까지 6킬로미터 거리에 3개, 1박 2일로 유명해진 회룡 마을 하류에 2개이다. 그러나 유사 조절지가 내성천의 모래톱을 보호하고 수심을 유지시켜 준다고 낙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지역 주민 간에도 보를 쌓는 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섬 다리 아래 보가 생기면 더 이상 외나무다리 위에 서서 모래가 흐르는 물빛 고운 사행천을 볼 수 없을 것이며 회룡포의 백사장을 지금처럼 맨발로 걷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강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300킬로미터의 거리를 50미터의 고도로 완만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달리 삼강에서 영주 댐까지 56.6킬로미터 거리를 70미터의 고도차로 흐르는 내성천은 유속이 빠르고 여울과 소가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상류에서는 모래 길을 막는 영주 댐 공사가 진행 중이고 하류에서는 강이 깊어지면서 빨라지고 있는 유속의 변화가 강의 침식을 가중시키고 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선택을 계속 한다면 미림과 무섬 마을에서 일어난 변화는 내성천 전 구간으로 확산 되어 수 십 개의 보를 더 만들어야 할 것이며, 마침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 수도리 무섬강변 2011년. ⓒ지율스님 |
영주 댐은 2014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4대강 현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을 재평가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강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아있다면 그 1순위로, 진행 중인 영주 댐의 폐해에 대하여 조사하고, 내성천 보호를 위한 좋은 답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변해가는 강을 바라보며 하루하루가 가버리는 일이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초미지급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강에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들이 다 가버리기 전에 강을 보듬으려는 정부의 정책에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보태어 져서 강이 편안해지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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