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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민폐인 그대, '인생 면허증' 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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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민폐인 그대, '인생 면허증' 따려면?

[프레시안 books] 김광수의 <철학하는 인간>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 당연히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는 것이 남들에게 '민폐'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있으나마나 한 삶을 때우는 잉여인간들도 살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인생이라는 운전은 위험하거나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이같이 면허증도 없이 운전하는 '무면허 인생드라이버들'을 종종 본다. 아니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반칙과 전쟁, 시기와 무관심으로 가득 차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에 비판적 사고의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 김광수 교수는 이제 <철학하는 인간>(연암서가 펴냄)을 통해 우리에게 인생의 운전면허증을 따라고 권한다. 짐승 같은 의미 없는 삶을 끝내고 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구도자의 길을 걸으라고 한다. 지금부터 당장 철학하는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 <철학하는 인간>(김광수 지음, 연암서가 펴냄). ⓒ연암서가
책 제목이 '철학하는 인간(homo philosophicus)'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는 철학실천(philosophical practice)이라는 말이었다. 철학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는 기존의 분과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문제로 '철학함(doing philosophy)'을 실천하는 것이 철학실천이다.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철학하는 인간이라는 제목이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구도자'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확인되었다. 사실 구도자는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 은거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도(道)를 찾는 삶을 사는 사람 모두를 말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philosophy)이 동양에서는 도(道)를 찾고 닦는 학(學)이기 때문에 결국 구도자는 철학하는 인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진리에 대한 열정과 판단 능력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일반적인 '대중'은 진리에 대한 열정도 판단 능력도 결여된 사람들이다. 가슴도 머리도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침묵하는 익명의 군중은 착해빠진 대부분의 사람들로서 귀가 얇아 대중매체가 떠드는 것을 진리처럼 맹신하고 고정관념, 통념, 전통, 상식을 숭배한다. 줏대와 일관성이 없어 혁명의 대열에 서기도 하지만 독재 정권의 들러리가 되기도 한다.

둘째, 판단 능력은 있지만 진리에 대한 열정이 결여된 사람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으로 자신의 지적 능력을 이용해 스스로의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고 정당화하는 사람들이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공공연히 흙탕물을 일으키고 법은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만 여긴다. 사과상자를 애용하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멀리하며 은밀한 거래를 주고받을 수 있는 '탁 트인 사람'들과 어울린다.

셋째, '독단주의자'는 진리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엄밀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자신이 믿고 있는 세계관과 인생관이 절대적이라고 믿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항상 자기편 아니면 적밖에 없다. 이렇게 가슴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맹신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기 때문에 폭력과 전쟁으로 치닫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넷째, '구도자'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정의와 진리를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냉철한 실천적 지혜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기 때문에 쉽게 어리석은 결정에 빠지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구도자의 길을 걷는 길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도자는 어떤 식으로 철학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구도자로서의 한 인간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제 1장에서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말한다. 이성, 합리성, 자유와 같이 인간을 규정하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 인간을 (1) 스스로, (2) 자신의 신념과, (3) 자신의 소망으로부터, (4)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위 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로 규정한다. 인간이 창조되었든 진화되었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존재 각성이 없다면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또한 구도자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한다. 제 2장에서 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운명론과 쾌락주의라는 삶의 태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좋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각성하면서 살아가라고 역설한다. 제 3장에서는 자아라는 나무를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인생이라는 도로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인생면허증'을 따야 하는데 이 운전면허 학원에서는 비판적 사고, 세계관, 가치관, 감성이라는 네 분야의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도자는 이성과 진리,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낭만적 세계관에 대해 고도의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4장에서는 진리에 대해 말한다. 지식이란 '정당화된 참된 믿음'이기 때문에 우리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내용이 참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진리에 대한 믿음 또한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종교의 독선과 미몽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과학이 이제는 통제 불능의 위험한 우상이 되었으며 정작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제 5장에서는 이성을 거부하고 세상을 낭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낭만주의의 위험성을 폭로한다. 실현하기도 힘들지만 개인의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고 때로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구도자는 인생이 주는 허무함과 고통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6장에서 죽음을 향해 의미 없이 던져지는 인생의 부조리함이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한다. 주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만들어갈 자유가 있고 신비로운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제 7장에서 저자는 고통은 인간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고통은 기회이고 인간 존엄성의 징표라고 하면서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까지 느끼는 사람은 자아를 확대하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구도자는 불가능한 이상과 불멸을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제 7장에서는 싱가포르, 부탄, 드림 소사이어티 등 여러 사회를 비교하면서 진정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없는 땅' 유토피아의 실현은 불가능하지만 그 유토피아를 향해 존재 각성을 한 구도자가 되어 쉼 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 8장에서는 육체적 죽음을 저주에서 축복으로 바꾸는 구도자는 진정 불멸의 존재로 남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몰겐버거의 말처럼 철학한다고 다 철학자는 아니다. 철학교수도 철학박사도 철학자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천재', '분석가', '교육자', '사이비 철학자'는 철학하는 흉내를 낼 수는 있어도 진정한 철학자라고 말할 수 없다. '철인왕'과 같이 '철학적 지혜를 갖춘 구도자적 정신의 소유자'만이 진정 철학을 철학답게 하는 사람이다. 자신과 이웃의 고통을 가슴 깊이 느끼고 깨어나지 않은 대중들의 단막극에도 실망하지 않으며 죽음을 미리 달려가 보는 사람이 바로 진정으로 철학하는 인간이다.

저자는 지옥 속에서도 천국의 꿈을 꿀 수 있는 한 지옥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렇게 천국과 지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철학하는 인간, 구도자가 되어 스스로의 천국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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