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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만 원'? 엘리트 '갑'의 부당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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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만 원'? 엘리트 '갑'의 부당거래!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김영란, 김두식, 금태섭 간담회 ① - 김영란법

지난 6월 18일(화) 저녁 7시 30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김두식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출간 기념 저자 간담회가 열렸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재직했고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몸담은 김영란 석좌교수, 그리고 <헌법의 풍경>(교양인 펴냄),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펴냄),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펴냄), <욕망해도 괜찮아>(창비 펴냄) 등의 저자이자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직 중인 김두식 교수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이하 '김영란법')과 한국사회의 부패방지에 대해 긴 시간 나눈 대담이 엮인 책이다.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김두식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쌤앤파커스
이번 간담회에서는 김두식 교수가 사회를 보았고, <확신의 함정>(한겨레출판 펴냄), <디케의 눈>(궁리 펴냄) 등의 저자이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금태섭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하여 검찰에 몸담았던 입장에서 또 다른 각도의 질문을 김영란 교수에게 던졌다.

김영란 교수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마련했던 김영란법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으로 인해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의 금품·향응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통제장치를 입법화하려는 시도였다.

이를테면 2010년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식사와 술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향응수수가 직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지금까지 직무행위와 금품 간의 대가 관계가 인정되어야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처벌이 곤란한 한계가 명백했다. 또한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연고관계,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청탁관행이 이어질 수 있었던 한계도 있었다.

김영란법은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청탁하는 경우, 이해당사자 및 제3자까지도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 또한 공직자가 자신 또는 친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공직남용, 비위행위, 배임 등의 부패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방지하고자 했다.

현재 김영란법이 맞닥뜨린 벽은 결코 낮지 않다. 지난 6월 18일(화)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의 협의가 거의 마무리되어 "7월 중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 없는 금품수수에 관해서는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로 후퇴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위원장은 "저희 입장은 거의 과태료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형벌을 주는 데 초점을 주기보다는 전혀 처벌하지 않았던 분야를 처벌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후퇴는 법무부 등의 부처에서 형사처벌 등을 둘러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24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김영란법을 두고 "반대라기보단 합법적인 법률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형벌의 적정성까지 감안하고, 공직자윤리법 등 또 다른 법안의 유사 내용과 균형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으며 "처벌의 정당성이 없는 처벌은 죄형법정주의상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영란법 원안 내용을 그대로 담은 의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 밝혀 앞으로도 김영란법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기념 저자 간담회.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가운데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이후 첫 번째 공식행사였던 이번 간담회에 대한 언론과 독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프레시안>에서는 간담회에서 나온 김영란법과 권력분산 및 정치검찰 등에 대한 주요 논의를 총 3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먼저 김영란 교수는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2012년 11월 국민권익위원장을 사임한 뒤 김영란법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부패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가"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껴 책으로 낼 결심을 하고 김두식 교수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밝혔다.

"예전에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었는데, 신성가족 개념이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연줄 문화와 닮아 있었다. 즉 연고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서로 봐주고, 연줄 속에 못 들어오는 사람들은 항상 바깥에서 배제당하는 풍경 말이다. 그 문제의식에 굉장히 공감했기 때문에 내가 연락드렸고, 이런 취지의 대담을 같이 해보자고 청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의 핵심은 '연줄'로 인한 '청탁'이 가능한 구조, 특히 공직자를 비롯한 엘리트 카르텔의 부패 구조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이다. 김영란 교수는 "엘리트 카르텔은 엘리트들끼리 정책 결정이나 이권 등을 독식하는 사회"로서, 이들이 이권 개입, 금품 수수, 청탁 등의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 강령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의 경우를 보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상사에게 '안 된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 회사 내 윤리 담당 기관에서 상의할 수 있는 행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사회에도, 특히 공직자들에게도 이런 걸 도입함으로써 엘리트 카르텔을 해체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건 공직자를 도와주는 법이다. 처벌이 아닌 매뉴얼을 만들자는 거다."

그리고 이 같은 매뉴얼을 통해 기업 뿐 아니라 각 정부기관 측에서도 처할 수 있는 부패 관련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 실천하자는 것이 김영란 교수의 목적이었으며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의 목적이었다고 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주된 내용이 1)청탁을 무조건적으로 금지한다, 2)일정 금액 이상 금품을 받으면 처벌한다, 3)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공직자는 그 업무를 회피한다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두 번째 부분에 크게 동의한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업무 관련성' 처벌 기준이었다면 김영란법에서는 '업무와 상관없이' 처벌 가능한 것을 제시했다."

금 변호사는 1995년 처음 검사 부임됐을 때의 개인적인 체험을 털어놓으며 흥미로운 논의를 이어갔다. 부서 사람들과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 막 검찰을 그만두고 개업한 변호사들이 다른 테이블에 있었고 그들이 식사 값을 먼저 계산하고 나갔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명절 때 되면 변호사들이 보낸 10만원 '떡값(실비)' 봉투가 모든 검사들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그 순간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말할 용기를 내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만 안 받으면 된다'가 아니다. 다른 법조인이 부정한 짓을 하면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돈 봉투를 안 받을 뿐 아니라, 그걸 받은 부서의 나머지 사람들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면 모두에게 돌린 10만원으로, 내가 설마 이거 받고?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게 무섭다. 나 자신은 큰 잘못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러면서 '별 거 아닌 것'으로 변호사들과의 커넥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겪어보면 부패가 엄청난 금액으로 일어나는, 이를테면 영화 <부당거래>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건 드물다. 대부분은 서로 소액으로, 죄책감 없이 이뤄진다. 그러면서 점점 기득권 논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판검사에게 접근하기 어려운데, 명절 때 들어오는 그 10만원이 판검사의 귀를 점점 사로잡게 되는 거다. 결과적으로 카르텔이 형성되고, 모두 공범이 된다."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지금은 검사실에서 그런 떡값 관행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이런 식의 논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 변호사는 위의 개인적 체험에 덧붙여, "모두가 알고있다시피, 공짜는 없다. 돈을 줄 때는 누구나 대가를 바라게 된다. 상식에 비추어보더라도 김영란법의 취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동의했다. "최근 언론을 보니 형벌이 아니라 과태료 쪽으로 방점을 찍는 것 같은데, 애초의 취지를 살리는 게 좋지 않겠나"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성희롱 사건을 처음 법 안으로 끌어들일 때에도 많은 이들이 반발했다. 흔히 있는 일을 문제 삼으면 누구나 걸릴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성희롱 조항이 생기면서 상황은 매우 좋아졌다. 그게 문제 안 되었을 때의 사건들이 판례로 나온 걸 보면 지금의 시각으로 기가 막힌 일이 많다. 그런 기막힌 경우를 힘없는 다수들이 견뎌야 했던 거다. 저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한때 부패에 가까이 있었지만,(웃음) 당연시 하는 것들이 없어지려면 김영란법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두식 교수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왜 평범한 사람들이 부패에 빠지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혹은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속 구절을 빌리자면 "청탁이라는 게 없을 수 없는 문화이고, 그에 따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사법연수원이든 어디서든 이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아본 적이 없"(48쪽)다는 고백이 나올 수 있고, "대한민국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하고 나머지라도 거절하라고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같은 책, 49쪽) 느끼게 된다는 상황이 있다. 그에 대한 답으로서, "최소한 '착한 사람들'은 보호해서 처음부터 발을 담그지 않게 해(서) 기업과 공무원의 고리부터 끊는"(49쪽)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김영란법의 애초 취지가 그대로 살려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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