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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30의 표, 여기에 달렸다

대선, 민생현안은 있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며 거리에서 자주 눈에 들던 문구 둘. "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역시 2012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민생현안과 청년정책이다. 바로 코 앞의 살림살이 걱정에 한국사회 전반이 저당잡힌지 오래되었다. 이 불안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것이다.

각 후보들도 이에 걸맞게 의료, 주거 등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눈에 들어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고, 내용도 양호한 편이다. 특히 "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는 이번 대선을 통틀어 가장 좋은 공약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큰 병에 걸려도 빚 질 일은 없을 거라는 약속. 남녀노소 막론하고 모두에게 간절했던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 이정희, 김순자 캠프 모두 이 정책을 택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료보장의 필요성에 관한 한 각 후보들 간 별 거리 차 없이 합의하고 있는 셈이다.

주거 정책은 하우스푸어 문제를 주거와 금융 중 어느 범주에 넣느냐에 따라 격차가 꽤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려나가면서, 그간 주택시장에서 최약자였던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두루 제시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매년 공공임대주택 12만호를, 이정희 후보는 20만호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한다.

현재 각 후보가 집중하고 있는 청년정책의 등록금 정책이다. 문재인, 이정희 캠프가 반값등록금을 약속하고 있고, 박근혜 후보조차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할 정도니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현실성인데 이 점은 충분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김순자 두 노동자 후보는 더 나아가 대학등록금 폐지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학등록금 문제는 분명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로 충분한가?

그런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대학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면, '88만원 세대'의 고충은 해소되는 것일까? 한국의 주요 청년 현안은 교육문제와 주거 문제, 일자리와 저임금 문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앞의 두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청년들의 삶의 질을 가장 예민하게 변화시키는 일자리와 저임금 문제는 아직도 두리뭉실하다.

문재인 후보가 자랑하는 청년정책은 "청년고용의무할당제"다. 앞서 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에서도 이 내용을 강조한 바 있다. 내용은 공공기관과 직원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 매년 3퍼센트의 청년 고용할당량을 의무화 할 것. 나쁠 것 없는 정책이지만, 그 개선폭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한국의 청년 고용율은 2012년 현재 23.4퍼센트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극심한 형편이다. 이는 실업과 불황 때문에 폭동까지 일어난 스페인보다도 낮은 수치다. 언론에서 고용율을 무마하기 위해 사용하는 청년 실업률은 10퍼센트 안팎으로 계산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생과 '구직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청년들을 수치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 실업률을 신뢰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실업률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학생이나 구직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청년들은 장기적인 불황으로 구직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연장시키는 "실망실업자"들일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공공기관과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용인원 중 3퍼센트를 청년에게 할당한다고 할 때, 청년실업 문제가 획기적으로 달라질까? 수치상 그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청년 문제의 트리거포인트는 저임금

현재 청년정책에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저임금 문제다. 작년 청년유니온이 내걸었던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슬로건은 현실을 잘 반영한다. 올 가을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대학생사람연대가 총 1310 명(온라인: 221 명, 오프라인 1089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트타이머(31.7퍼센트), 계약직(20.2퍼센트), 파견근로직(1.2퍼센트), 일용직(0.8퍼센트) 등 저임금 비정규직 상황에 놓인 경우가 전체응답자의 53.9퍼센트에 해당했다.

하지만 저임금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정책들은 저임금이라는 트리거포인트(통증유발점, 방아쇠)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이정희 후보의 최저임금 정책은 현 최저임금(4,580원)을 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50퍼센트 수준(5,410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이 주장해왔던 "생활임금으로 현실화" 정책을 따른 것으로 김소연 후보의 최저임금 정책도 생활임금으로 현실화, 즉 노동자 평균임금의 50퍼센트 선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무소속 김순자 후보만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대폭인상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현실화" 슬로건은 아쉽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슬로건이었다. 이 슬로건을 내건 지난 두 해 동안 최저임금은 겨우 8퍼센트, 540원 인상됐고, 노동자 평균임금 50퍼센트인 월 113만 690원이 생활임금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캠페인은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만성 실업상태에 놓여있는 경우,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만으로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청년들에게 노동이나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에 참여할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카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 문제는 또한, 이번 대선을 통해 떠오르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우리가 세계 최장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저임금 때문이다. 저임금노동자가 25.9퍼센트로 OECD 최고치인 상황에서 실제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쉬는 방법 뿐이다. 이 상황은 최저임금 기준을 대폭 변경시키지 않고는 풀릴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이웃 일본은 이 문제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풀었다. 일본 최대의 노조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해온 시급 1000엔 운동을 2009년 민주당이 중의원선거 정책으로 세우면서 일본의 젊은 유권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해 민주당은 자민당의 두 배에 달하는 의석수를 얻어 반세기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2009년 선거 투표율은 15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20대들의 자발적인 투표 참가 캠페인이 주효했다.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일본(14.7퍼센트)보다 월등히 높은 25.9퍼센트다.(OECD, 2012) 또한, 청년층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30.7퍼센트)이 중장년층(23.2퍼센트)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0) 이는 청년 저임금 문제가 현재 실업과 함께 가장 핵심적인 청년현안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일본의 청년들이 투표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청년들의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들도 자신의 현안을 직시하지 않는 정권교체 슬로건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을 움직이고 싶다면, 그들의 트리거포인트를 분명히 눌러주는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아마 이번 대선의 마지막 카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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