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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 넘어서는 안철수의 '한 방'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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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YS-DJ 넘어서는 안철수의 '한 방'은 무엇인가?

[안철수를 생각한다] 안철수에게, 진보가 묻는다

지난 1년간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서 '안철수 현상' 또 '대통령 안철수'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프레시안>은 이런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안철수를 생각한다>(알렙 펴냄)를 펴냈습니다.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필자의 미공개 글들이 새롭게 집필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안철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 이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안철수의 생각'과 '안철수의 행보'를 여러 시선으로 독해한 이들의 글이 독자 여러분이 '대통령 후보' 안철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내가 일하고 있는 진보신당에 열심히 활동하는 한 당원이 있었다. 그는 40대 후반이고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초등학생 자녀 세 명을 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 논의가 부결된 이후 올 초에 진보신당을 탈당하였는데, 그가 탈당하면서 탈당의 사유로 적어놓은 것은 "진보가 진보적이지 못해서"였다.

나는 그가 두 당의 통합이 부결되어 탈당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그가 탈당한 이유는 단순히 두 당의 통합이 부결되어서가 아니고, 지금의 진보 정당보다 폭넓은 정당, 예를 들면 '안철수'와 같은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대학 평준화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었고, 무상 의료, 무상 교육을 위해 부자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었다. 또 그런 것을 국민들에게 강력히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을 위해, 국민들을 위해, 지금은 과감하고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중산층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를 다녀보고 그의 얘기를 듣고서는 안철수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다. 그는 안철수로부터 대학 평준화나 무상 의료, 무상 교육의 얘기는 듣지 못했고,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과감한 증세 약속은 듣지 못했지만, 안철수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나, 살아온 이력과 경험,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고민 등에 공감한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SBS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본 안철수의 삶의 자세, 그리고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을 읽으면서 그가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안철수에게 묻고 싶은 것도 생겼다. 과연 안철수는 내가 앞서 말한 지지자처럼, 대학 평준화나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부자 증세 등에 과감하게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믿는 분들에게 '정서적 공감'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대선 '후보'로서 이명박 정부의 탐욕과 시장 만능 사회의 야만성을 비판하고,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도 그런 어루만짐에 국민들이 공감을 해줄 것인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은 욕먹는 자리이고 국민들이 행복해지지 않는 이상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안철수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지도자의 확신, 안철수의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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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생각한다>(프레시안 기획, 알렙 펴냄). ⓒ알렙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러한 물음이 당연히 이어진다. '대통령, 즉 국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안철수의 확신'은 무엇인가? '어떤 외압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이것만큼은 꼭 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왜 이 질문을 하는가? 그것은 지금까지 대통령들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그들이 5년 재임 기간에 많은 것을 바꿔내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그들이 최고 통수권자로서 확신을 가지고 있던 것은 대부분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IMF를 불러들임으로써 무수한 욕을 먹었지만 그는 군부의 재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나회'를 숙청하였다. 아마도 유신 시절 야당 총재로서 박정희로부터 받았던 탄압, 그리고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일당으로부터 받았던 수난에 대한 복수였을 것이다. 여하튼 그는 군부 내의 사조직을 해체하여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을 현저히 봉쇄하였다.

그 뒤를 이어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 화해의 초석을 쌓은 남북 정상 회담과 6·15 공동 선언을 만들어냈다. 평생을 가져온 통일의 신념이 빛을 발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남긴 족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으로 상징되는 노무현의 특권 타파, 권위주의 타파의 노력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제도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많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 그가 특권과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 의식을 일깨운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였는가? 그렇다. 4대 강 사업이다. 사실 인기 없는 대통령, 그리고 야당과 사회의 거센 반대 속에 충분히 좌절될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그는 4대 강 사업을 밀어붙였고, 결국 완성하였다. 그는 '건설 한국'이라는 '확신'을 가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최고 지도자가 확신을 가진 과업은 어떤 고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안철수의 확신에 대해 더욱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그 확신에 대하여 이전의 대통령들보다 안철수에게 특히 더 강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떠안으려고 하는 지금의 시대가 과거 기득권 세력, 특히 '사회 경제적 기득권을 가진 모든 세력과 싸우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할 시대라는 점 때문이다.

만약 경제 성장이 화두인 시대라면 대통령은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열렬한 환호 속에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가 과연 그러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제 민주화, 부자 증세,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 탈핵 에너지 전환 등 그 이름 하나하나에만도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저항이 따르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적어도 진보 진영의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조치들이 '조금이나마'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만 이명박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뀐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은 수단이지 확신이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마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도 서민적인 풍모를 갖췄고, 보통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재임 중간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그가 속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얻었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까지 합치면 무려 170석에 육박하는 유리한 상황을 맞이한 대통령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앞서 말한 진보적 조치 중 어느 것도 취하지 않았고, 비정규직법을 사실상 개악하였으며, 임기 막판에는 느닷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여 진보 세력과 화해할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러한 전철을 알고 있는 진보 진영은 오늘날 안철수가 가진 '확신'이 무엇인지, 그가 사회 기득권 세력과 일전을 불사하고서라도 다수 국민들에게 가져다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안철수가 가진 확신 중 현재까지 눈에 띄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안철수의 말 속에서 그나마 하나 뽑아낼 것이 있다면 그것은 '소통'이다. 그는 어느 곳에서 말을 하든, 어떤 책을 쓰든 늘 '소통'을 강조한다. 아마도 본인의 성정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물론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중요한 '수단'이자 사람을 공감시키는 '방법'이지만 그것 자체가 무엇을 하겠다는 노선이나 방향은 아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 노선이나 정책들을, '충분히 소통'하면 관철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일종의 낭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금은 박근혜와 반대의 위치에 서야 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민주당과는 또 다른 입지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진보 세력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대통령이 돼서도 그러할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나아가 정권이라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무수한 사람들과 함께 운영하는 것인데, 이들 '안철수의 사람들'의 확신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검증한 바가 없다. 그러나 흔히 이야기되듯 정부 부처의 관료들이 왜 "어떤 장관이든 입각하면 6개월 내에 우리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곱씹어 봐야 한다. 지도자로서의 나의 확신은 무엇인지, 또한 나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확신은 무엇인지, 이 두 가지는 입장이야 어떠하든 안철수 스스로가 반드시 자문해봐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치 개혁 정면으로 마주해야

우리가 잘 아는 어느 저명한 철학자는 "기존의 정치 세력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기존 정치 세력 바깥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 지적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 세력이 싫어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형성될 수는 없다. 예를 들자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는 철회했지만 새로운 진보 정치는 어떤 것이며, 어떤 세력을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가 되지 않는다. 뭇사람들에게는 거의 단일 대오로 보이는 민주노총마저도 이러한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의견이 유사하리라고 볼 수는 전혀 없는 것이다.

또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그는 임기 5년의 대부분인 4년 동안을 새누리당이 다수파인 의회와 일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지금 그가 말하는 개혁의 동력을 어디에서 얻어서 어려움을 돌파할 것인가. 그것이 어렵다고 결론이 나면 그냥 '대화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새누리당이 수용할 만한 '무늬만 개혁'을 할 것인가. 그는 결국 선택해야 한다. 한마디로 단순한 정책 비전 외에도 정치적으로도 정계 개편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마음을 다잡지 않는 한 그의 구상은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탄핵을 각오하고 다시 한 번 노무현의 길을 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무리하고 과도한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외에 온전한 대답은 안철수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중들의 기대보다 훨씬 못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늘 직면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점에서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독자 후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안철수만 바라보다가, 민주당만 바라보다가, 반새누리당만 외치다가, 진정으로 우리가 어떤 시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방향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에라도 노동자·민중의 독자 후보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철수는 자신의 노선을, 자신의 확신을 찬찬히 정립해야 한다. 수백 명의 기업을 운영하면서 얻은 교훈을 국가 운영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사회 제적 기득권 세력이 이처럼 강력하게 버티고 있는 사회에서 몇 마디 부드러운 언어로 개혁은 완수되지 않는다. 안철수가 어떤 확신을 세워나갈지, 국민들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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