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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저자와 사장의 심부름꾼? 그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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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편집자=저자와 사장의 심부름꾼? 그럼 나는?!

[프레시안 books] <편집자로 산다는 것>

"지은이의 심부름 또는 출판사 대표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그치는 다른 편집자와 달리 편집자 정신이 뚜렷한 사람."

<김수영을 위하여>(강신주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표지에 편집자의 이름이 저자의 이름과 나란히 병기된 '사건'을 놓고 저자 강신주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출판에서의 저자의 의무, 혹은 출판의 삼권분립을 위하여', <출판문화> 2011년 6월호) 을 고려하더라도 은연중에 드러난 일반적인 저자들의 '편집자'에 대한 솔직한 인식일지도 모른다.

사실 "글은 저자가 쓰는데, 편집자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하는 질문은 편집자들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이다. 편집자들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편집자란 무엇인가?

▲ <편집자로 산다는 것>(김학원·변정수·강주헌·이홍·정민영·정은숙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우리가 알고 있는 편집자의 정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흔히 비유하듯 영화 제작과 비슷한 종류의 능력이 편집자에게 요구된다고 해도 편집자가 감독처럼 책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자신'과 '직업'의 묘한 경계가 생긴다. 결국 '편집자란 편집자로 살아가는 것을 해내는 총체적인 과정을 걷고 있는 일련의 사람들'이라는 상당히 묘한 정의를 가지게 되었다.

<편집자로 산다는 것>(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은 한국 출판계의 대표 편집자 6인의 '편집자 강의'를 담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출판사와 출판 현실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 책은 그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이미 많은 '편집'을 해내며 살아야 하는 모든 직업군 사람들에게 어떻게 콘텐츠를 심화시키고, 텍스트를 다룰 수 있으며, 기획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제공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책의 결론인 '편집자로 산다는 게 일종의 삶의 태도'라면, 그 주변부를 이런 식으로 그려볼 수 있겠다.

어느 독자가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에게

"편집자의 삶과 일"이라는 강의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고 웃으셨지만, 아마 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시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과 삶이 분리되기 어렵고 직업윤리와 가치관이 중요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직업의 한계(?)는 자기 전에 제목 회의 내용을 복기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문자를 보내놓는 습관으로 이어지신 것 같습니다.

마음산책의 책들이 감성적인 제목과 뚜렷한 콘셉트로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대표님도 "편집자의 직업상과 비전"을 그리기는 어렵고, 출판사는 "관리형 품목"과 "효율형 상품"을 나누어 출간한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니 출판 현실이 참 씁쓸한 것 같습니다. 가끔 출판사는 '손해 볼 걸 뻔히 알면서도 반드시 내야 하는 책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친 집단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원고는 일단 저자의 것이고, 한 권의 완성된 책은 당연히 독자 것이며 편집자는 그 사이 매개자나 과정의 공정을 장악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셨는데, 독자로서는 이 사이를 느끼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마케팅도 책이 아닌 저자를 파는 일이라고 말씀하셨고 원래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필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시며 "필자와 잘 소통하는 사람은 좋은 편집자의 자질이 충분하다" 며 예로 드신 <뉴요커>의 박상미 저자와 마음산책과의 인연은, 한 명의 독자인 제가 편집자를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와나미 출판사에는 박사급 편집자들이 많지만, 그 사람이 전문 편집자로서 가장 뛰어난 것은 다른 문제라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편집은 노출된 필자의 매력을 매체에서 발견하는 것이며,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로 원고를 읽고, 소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되, 어떤 일에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계속 닦아야 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서포터이자, 원고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 출판 환경, 독자나 시장의 측면의 전문적 조언을 해주는 편집자를 원한다고 하셨는데, "필자의 집필 지도"를 그려 3개의 기획을 제안하라는 예는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편집자 지망생이 변정수 선생님께

"에디터"에서 "에디팅 매니저"로 변한다는 말은 편집자에게 매니징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책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잘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사람만 출판 편집자로 살아 남는다"는 말씀은 지망생들에게 너무 가차 없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한다는 생각'은 불순한 걸까요? 남들만큼 공부하고 심지어 책은 더 읽어 왔고, 외국어도 조금 하고 낮은 연봉을 감수할 생각인데도, 왜 신입을 뽑지 않을까요? 왜 출판사는 1~2년차나 10년차가 만든 책의 질은 독자들이 동일하게 느끼길 바라면서 월급은 많은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은 분명히 자신의 삶도 제대로 편집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정신이 담긴 텍스트를 감히 편집할 엄두인들 낼 수 있겠냐고 하시겠지요. 편집 공정 중 단순 업무가 사라지고 출판 시장 위축과 경영상의 이유로 책임 편집자만 살아남고 대규모 자본과 노동이 결합한 방식의 임프린트까지 변화하는 출판의 현실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책임 편집이 뭔가요? 노동자보다는 자영업자의 성격에 가까운 일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역시 창업을 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저는 아마 선생님 표현대로 김밥 마는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김밥 집 운영에 대해 알아야 본사가 원하는 김밥 집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하실 테고요.

근데 정말 선생님 말씀대로 저는 책 뭐 하러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책은 생각을 매개로 관계를 만들어내는 물건"이라는 말씀하셨는데 "책을 만들고 있다는 일용할 허위의식"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1인 출판'이 강요나 선택에 직면한 출판 종사자들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포장한 말이더라도 사장인 거죠. 동네 소식을 잘 아는 직원을 싫어한다면 업계 소식은 귀 닫고 세상 돌아가는 일 모르고 살아도 좋으니 역시 취직이 하고 싶습니다.

SBI 출판예비학교, 한겨레 입문 과정 등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인터넷 편집자 사이트에 글을 남기려고 하니, 이미 지망생들 글로 도배가 되어 있더라고요. 왜 편집자가 되고 싶냐고요? 책을 좋아해서요. 어떤 출판사를 생각하냐고요? 일단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 이건 다음 메일에 쓸게요. 답변해주세요.

전자책 창업을 준비하는 개발자가 <펍헙에이전시> 강주헌 대표에게

손해 보는 책들을 메우고자 상업적인 출판과 타협하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셨더라고요. 책은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지 정작 제가 읽고 싶은 책은 없어서 저는 전자책으로 창업하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을 출판하면 더 좋기도 하겠고요. 그래서 이런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인세까지 주고 사온 좋은 책이면 좋지만, 책은 상품이라고 하신 것처럼 저도 사업 아이템으로 저는 책을 정한 것뿐입니다. 종이책 만드는 분들을 만나보면 책에 대해 숭고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계속 읽히는 책의 예로 드신 <오만과 편견>은 전자책으로 만들기 좋은 텍스트입니다. EPUB(Electronic PUBlication) 변환은 이미 나와 있는 에디터로 제작하고, 웹툰과 영상을 집어넣어 인터랙티브한 전자책으로 만들면 시장성이 어떨 것 같습니까? 말씀하신 "기획에 필요한 상상력"을 저는 이런 곳에서 발휘해보고 싶습니다.

마치 개발자들의 구글링으로 오픈소스를 찾아내듯 키워드를 활용해 위키백과와 아마존에서 외서를 발굴하는 방법들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에이전시들이 준다는 외서 소개 레터를 저희는 구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이야기해주신 잡지를 책으로 가공해 출판하거나 저작권이 소멸된 단편만을 모아 출간을 하는 아이디어와 찰스 디킨스의 '민중의 언어'(저는 전자책을 정말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만들고 싶습니다)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독서 인구가 감소하는 불황일수록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IBooks Author도 나왔으니까요. 독서 인구의 확대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지망생이 <리더스북> 이홍 대표에게

책을 출간하고 싶어 출판사에 투고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귀한 원고 투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저희 출간 방향과…." 어쩌면 모든 출판사의 거절 메일은 이리 똑같은지요? 마침 이홍 대표님이 "출판 기획의 인사이트"를 말씀하셔서 제 원고를 출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업을 기록하는 것"을 기획의 출발로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해왔습니다. 두 번째 인사이트인 좋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은 제가 가장 열심히 추구하는 것입니다. 1년에 200권을 읽고 책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저는 책을 쓰는 것이야말로 제가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시각적, 개념적, 구성적인 책의 물성을 잘 아는 것은 제가 놓쳤던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원고를 쓰면서는 더 구체적인 책의 그림을 상상하려고 합니다.

독자가 원하는 책을 만드는 것을 기획의 이유로 드셨는데 제 집필의 이유기도 합니다. 몇 명이라도 사서 볼 책이라면 의미 있는 게 아닐까요? 유지형 기획과 파괴적 기획, 제 원고는 파괴적 기획이기도 합니다. 저는 '책 읽기를 관두라'는 원고를 써보려고 합니다. 닌텐도의 전략을 열심히 보며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 대표님이 말씀하신 "성능에 대한 수요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시장"을 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가, 창조가, 평가자, 활동가의 네 분류로 사람을 나누셨는데, 저는 연구자 타입으로 늘 몰입을 하는 편입니다. 다만 "설득을 통해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말씀하신 출판 기획은 가장 치열한 현실의 영역이지만 "시적 상상력"을 통해 제 기획을 "의미화"해보려고 합니다.

글은 저자가 쓰고, 책은 에디터가 만들고, 독자는 책 속에 있는 글을 읽는다고 하셨잖습니까. 10가지 인사이트를 활용해 이렇게 기획까지 고민하는 제 글이 나쁠 리가 없습니다. 대표님 메일을 알려주시면 바로 제 원고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온라인 서점 MD가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에게

미술을 전공하고 기자를 거쳐 미술 전문 출판사를 차리신 이력이 흥미로웠습니다. 1990년대 미술 교양 출판의 붐은 초대형 미술 전시회의 흥행, 해외여행의 자유화, 여가 문화의 확산이라는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반영한다는 지적에서 오늘날 온라인 서점의 위치와 독자를 떠올렸습니다.

'미대생'들 외에는 존재하지 않던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미술 시장이 확장되었다가 마치 10년도 안 되어 미술 출판 시장이 주춤한 것처럼 지금 과다 할인 경쟁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온라인 서점 중심의 출판 유통 구조도 언젠가 바뀔까라는 위기감(?)도 살짝 든 것이 사실입니다.

도판 저작권 사용료 이야기를 하셨는데, 서점에서 이벤트 페이지나 프로모션을 짤 때도 기획안을 올린 사람이 이미지까지 공수해 와야 할 정도라 공감이 갔습니다. 이런 경우 출판사에서 받은 도판이나 표지는 좋은 소스가 됩니다. 콘텐츠팀에서는 저자의 인터뷰를 따고, 책 소개도 하면서 이런 자료를 쌓아갑니다. 도판 배치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온라인 서점의 메인 화면이나 이벤트 페이지 구성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독자에게 시각적인 인상을 준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미술의 대중화로 예로 들어주신 책들은 미디어나 문화에 친숙한 독자들이 선호하는 책이라 온라인서점에서의 반응이 좋았던 책들입니다. 전공 여부보다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중간 필자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찾고 있는 필자들입니다. 온라인 서점도 연재물 등의 콘텐츠를 가지고 매체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칼럼니스트, 서평가, 저자, 웹툰 작가들은 저희의 중간 필자들이기도 합니다.

패션지에서 착안한 기획과 제목들을 보며, 늘 다른 온라인 서점을 참고하며 이벤트 페이지나 콘셉트를 따라 하기만으로도 벅찬 유통의 현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책은 심리학이자, 예능이고, 저자의 힘은 에피소드에서 나온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저도 책을 사랑해 이 일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건 제 일이고, 저도 이 일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서점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출판사와 상생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아, 혹시 예술 MD가 예술 교양서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면, 잘 부탁합니다. 출판사는 K와 Y만 너무 사랑하셔서요.

마케터가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에게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출판 마케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번지수가 잘못된 질문이란 건 압니다. 출판 환경은 변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건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뿐입니다. 과거에는 저자 중심, 출판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서점과 독자가 중요해졌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느낌표>나 <무릎팍도사> 등 TV에 나오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트위터에서 저자들이 직접 책을 소개하고 이벤트도 하고 유명인도 트위터에서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하니 신비감이 사라지고 오프라인 행사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다. 더는 출판사를 통해 저자를 만날 필요가 없어진 거죠.

파워 블로거 저자 중에는 제목과 표지 시안을 자신의 팬들과 상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님이 쓰신 것처럼 편집자나 출판사가 "선생님, 이건 독자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독자의 눈으로 원고를 쓰고 편집하는 감각이 훨씬 발달하게 된 저자가 편집자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편집자가 실무로 전락하는 양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편집자들은 또 다른 길, "변화를 읽고 편집자의 역량을 강화해 저자와 독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흐름을 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편집자나 마케터가 파워 블로거면 채용이 되는 거죠.

"예전의 독자는 혼자 책을 읽지만, 지금의 독자는 더 이상 혼자 조용히 읽지 않는다. 뭔가를 들으며 읽고 뭔가를 보며 읽는다. 심지어 독자는 이제 읽으면서 뭔가를 쓴다"는 정말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온라인 마케팅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과 미래의 출판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겠죠. "인문학은 체계적으로 읽기 어렵고 힘들지만, 인문학 석학들의 강연은 듣고 싶은 독자"처럼 '인문학 바람'의 정체는 '인문학 강의'라는 말에 동의해서일까요. 독자와 저자를 하나로 봐야 한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전통적인 저자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이겠지요.

유럽에는 저자, 독자, 발행인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한국 출판에서는 편집자들이 창업한 출판사와 영업자 출신이 창업한 출판사가 성향이 다르고, 독자 따로 저자는 또 따로입니다. 편집자에게 관계망이 중요하다면 마케터에게도 네트워크는 중요합니다.

비슷비슷한 출간 성향의 편집자가 창업한 (특히 인문) 출판사 사이에서는 뚜렷한 유통의 활로를 가진 마케터 출신이 유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편집부와 영업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다시 영업부라는 이름 대신 '마케팅팀'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봅니다. 영업일지나 마케팅 계획서보다도 수금 계획서를 쓰는 게 쉬울지 모르지만, 수금은 언제나 계획과 다르죠.

그래서 현금으로 딱딱 일자에 맞춰 입금되는 온라인 서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고 책방에 있는 신간은 어디서 새는 걸까요? 담당 편집자가 자신 있게 내미는 신간을 들고 온라인 서점 MD 미팅 시간을 기다립니다. 외근을 마치면, 편집부에서는 온라인 서점 메인 노출이 되는지, 광고는 얼마나 하는지 물어보겠죠.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흔 살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덧붙임

사실 이 책의 편집자들은 이미 각자가 가진 편집론을 한 권씩의 책들로 담아냈고 이 책은 그저 현장에서 오간 질문이 추가된 축약본과 같다. 최근 10년 동안 출판 편집판 근처에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다면, 너무나 익숙한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정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현실은 여전하며 이 책을 쓰신 분들은 중견 출판사의 대표들이 되셨다. 만약 내게 어떤 편집자가 될 것인지 물으신다면 편집자 교과서가 되어 주신 너무나 익숙한 선배님들의 편집자론이 '이제는 좀 구태의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 이제는 정말 '좀 다른 편집자 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표지에 이름 들어가는 것을 위로 삼아 '위상'이라고 말하지 않으려면. 참, 설마 앞에 실린 글이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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