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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18'…욕을 연상시킨다고?

[한만수의 '백 년 동안의 검열'] 찬성하지 않으면 금지해야 하나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방통심의위가 차단시키고, 그에 대한 경찰 조사까지 시작되었다고 한다. 국가 원수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것.

그러자 네티즌들은 유사한 계정들을 만들어 항의에 나섰다. 예컨대 @2MB18nimA @2MBsee8nomA @see8nomMB @18nomMB @18nomA2MB @2MB2SD18nomA @Fucking2MB @2MB2c8nom @mb18jogatnnom @2MBDog18nomA @MBnagara @mb2c8nom @MB2c8nomA @MB18nomA 등이다. 대상 인물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JaeOhYi18nomA @Sangsoo18nomA @5sehoon18nomA…

유사 계정 20여 개를 뒤따라 차단시켰다니 위의 계정들도 대부분 가위질 당했으리라.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2MB18.1nomA @2MB19-1nomA @2MBC8nomA 등은 다 어쩔 것인가. 검열당국이 금지어 목록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계속 길어지게 되어 있고, 그렇더라도 무한한 언어 자원을 감당해낼 도리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역시 사회적 동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금지는 또 다른 위반을 부를 뿐이다. 불만이란 어떤 방식으로건 표출되게 마련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여균동 감독이 이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누군가 남긴 감상평 또한 볼만하다. "18점 만점에 18점"

키득거리는 독자도 있을 터이고, 눈살을 찌푸리는 독자도 있을 터이다. 내 글은 주로 눈살을 찌푸리는 독자를 향한 것이다. "뭘 차단했다고? @2MB18nomA? 그건 좀 심했구먼. 차단할 만도 하네 뭐." 이런 정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다. 과연 그럴까. 내가 찬성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해서 검열의 가위질에 동의해도 좋은가.

ⓒtwitter.com/2mb18nomA

고백컨대 나도 키득거리다가도 이내 좀 거북살스러워졌다. @2MB18nomA라고? 굳이 이런 방식으로까지 해야 하나? "욕하면 나쁜 어린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욕이란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고 통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이며, 굳이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는 욕을 거의 하지 않지만, 잠꼬대에서는 마음껏 해댄다(자다가 깜짝깜짝 놀란다고 집사람은 불만이 높다). 억압된 것들이 잠결에 나오는 셈이다. 그러니, 억압하지 않고 대낮에 속 시원하게 해버리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의 권리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욕설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자기배설성이 강해서 불만이 그저 해소될 뿐 긍정적 비판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또한 욕설을 거북살스러워하는 언어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너희들' 편으로 밀어 붙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는 @2MB18nomA의 패러디에 동참할 뜻은 없다.

하지만 내 언어감각과 가치관에는 맞지 않더라도, @2MB18nomA라는 표현을 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권력이 억압한다면 나는 기꺼이 @2MB18nomA의 편에 서겠다. 위축 효과를 막기 위해서이다. 하나를 검열하기 시작한다면 이윽고 모든 것을 가위질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점점 눈치 보는 시민들을 만들어낸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이런 말하면 '경찰 출동' 안합니까? 명예훼손죄로 불려가지 않을까요?" 일일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뒤에 발언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런 사회를 견딜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장의 보장이 필수적이고,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없이는 공론장이란 형성될 수 없다. 변호사 없이 인터넷 글쓰기를 하거나 트위터를 할 수 없다면, 사이버 공론장은 궤멸될 것이다. 공론장에 나오는 시민들은 자기 행동과 언어를 자기 스스로 규제하고 판단할 수 있는 주체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적 믿음이다. 표현의 자유는 오직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만 제한할 수 있을 따름이라는 것 아닌가. @2MB18nomA에 무슨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단 말인가.

@2MB18nomA에 대한 계정 차단과 수사는, 이를 뉴스로 다룬 한 텔레비전 방송을 본 한나라당(참,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더라만. 새머리당? 새무리당? 뭐였더라. 하도 바꿔대니까 이젠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국민에 의해 '금지어'로 지정될 때마다 바꿨으니까) 김충환 의원의 고발에 따라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이라는 덕목을 지니지 못한 사람일 터이며, 그렇다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직책인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의견이라도, 단 한 사람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의견이라도, 차별 없이 담론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공론장 안에서 담론경쟁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점차 정리될 터이다. @2MB18nomA를 차단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한번 웃어버리고 말았다면, 저토록 많은 패러디들이 나오지는 않았을 노릇이다. 저 패러디들은 그저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 자유의 침해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처음에는 방송심의위의 판단대로 단순한 욕이었을지 모르지만, 패러디로 퍼진 뒤에 그것은 이미 저항이고 분노이다.

정부는 공론장을 보장하고, 시민들의 자기표현과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권력이란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단속에 나선 것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내가 찬성하지 않는 의견, 저속해 보이는 표현, 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관용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청이다. 아니 이명박 정권에서라면, 관용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어 버렸다.

국가원수 모독? 그런 고릿적 이야기는 집어치우라. 이미 말했듯이, 대역죄와 불경죄의 족보를 이어받은, 봉건적 죄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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