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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혁명을 의심하는 사람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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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혁명을 의심하는 사람에게 고함

[프레시안 books] 아비 스타인버그의 <교도소 도서관>

최근 들어 나는 교도소 도서관과 관련한 일을 여럿 할 기회가 있었다. 교도소 도서관 장서 개발 정책과 건립, 운영 기준을 만드는 일이 있었다.

또 작년 여름 즈음에는 전국 교도소 도서관에 근무하는 교도관에게 교도소 도서관에 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엄숙한 기류가 강의실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내가 교도소 문 앞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나름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강의가 끝나고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돈다. 재소자들을 사람으로 보는 순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재소자에게 독서 활동을 권유할 수도, 도서관을 개방할 수도 없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도서관 그 자체가 존립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교도소 현실을 두고, 나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기로 교도소는 재소자들의 교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렇다면 재소자들을 교화시키는데 가장 필요하고도 손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도소 도서관 관련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에 직면했을 때 만난 책이 바로 아비 스타인버그의 <교도소 도서관>(한유주 옮김, 이음 펴냄)이었다. 저자는 교도소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 <교도소 도서관>(아비 스타인버그 지음, 한유주 옮김, 이음 펴냄). ⓒ이음
아비 스타인버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으나 자신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 우연히 '교도소 도서관 사서 구함'이라는 광고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는 교도소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이 받은 교육을 통해 뭔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공도 전혀 다른 그가 교도소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재소자들의 이야기는 마치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 즉 '사람이 책이 되고 책이 사람이 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떠올리게 한다. 재소자들과 만나며 바깥의 삶과 다르지 않은 그들을 통해, 그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높은 장벽과 위협적인 가시철사 담장으로 폐쇄된 교도소에서, 도서관은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았는가? 주인공 앤디는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흉악범들만이 모여 있는 한 교도소에서 바깥세상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참혹한 생활을 하던 중, 동료 재소자들에게 희망의 작은 불씨를 키워주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재소자들은 자신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갔다. 도서관은 교도소 안에서 새롭게 사람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비 스타인버그의 <교도소 도서관>은 <쇼생크 탈출>에서 본 교도소 도서관처럼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동안 교도소는 주목받지 못한 채 사회 뒤편 암울한 곳으로 남아 있었다. 언제든 험악한 장소로 변해 또 다른 범죄가 만들어지는 어쩔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면 교도소는 언제나 그렇게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교도소는 재소자들이 과거와 단절하고 우리와 함께 다시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 책은 교도소에 '도서관'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생동감 넘치게 설명한다. 교도소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재소자들이 문화 활동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 활동은 재소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도소 도서관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전국에 51개의 교도소 도서관이 존재한다. 1개관 평균 면적 41제곱미터, 평균 장서량 7000여 권(문학 53퍼센트, 사회과학 16퍼센트, 종교 6.4퍼센트, 기술과학 5.6퍼센트, 역사 및 예술, 어학 서적 순)을 소장하고 있다. 2011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교정 기관 수용자는 4만 4254명으로 수용자 1인당 장서는 8.07권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교도소 도서관의 현주소이다. 이 정도의 도서관도 과연 재소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도서관은 원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책도 읽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교도소 도서관 또한 재소자들이 모여서 책도 읽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도소 내 유일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성찰의 공간이고,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 도서관을 잘 활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법률에 대한 정보 수집도 하고, 나중에 사회로 복귀할 때 사회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교도소에 있는 도서관은 다른 어떤 도서관들보다도 더 필요하고 유용한 도서관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포주라면, 당신은 도서관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만약 도서관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까닭은 분명 당신이 도서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감옥에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쩌면 많이 보낼 기회를 갖게 된다면, 당신은 분명 도서관을 기웃거릴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선 당신은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불빛과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언제나 필요로 했던, 그러나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책들을 발견할 것이다. (13~14쪽)

저자는 도서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서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말한다. 도서관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도서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보통의 사회가 아닌 폐쇄적인 교도소에서의 유일한 자유 공간인 도서관을 가 본 사람에게는 도서관의 의미는 더욱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루 종일 감시 속에서 부자유하게 지내야 하는 재소자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바로 도서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도서관은 어쩌면 교도소 바깥세상과 연결된, 재소자들이 돌아가야 할 우리 사회로 연결된 자유의 통로일 것이다.

각종 거래들이 오가는 도서관은 만남의 장소로 기능한다. 도서관에서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또 그들이 당신을 발견한다.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서가 사이에서, 당신은 당신과 논쟁을 벌일 수 있는 나이 많은 동료들을 만날 것이고, 새로운 사실을 떠들어대거나 추억에 잠길 수도 있고, 인맥을 관리하며 농담 실력을 기를 수도 있다. 또 옛 추억을 끝없이 회상하는 늙은이들이나, 포주가 등장하는 위대한 드라마를 쓰겠다는 애송이들을 만날 것이다. (14쪽)

교도소 도서관은 일종의 만남의 장소이다. 각자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수백 명의 재소자들이 전전긍긍하며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고, 교도관이나 교도소 직원들이 시간을 때우려다가 외려 문제를 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17쪽)

그렇다. 교도소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산다.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곳,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도소 도서관이 "모임의 장소, 망각의 장소, 신경 안정의 장소, 안전한 장소, 정보 취합의 장소, 재소자의 의식을 일깨우는 장소"라고 사람들의 말을 빌려 말하고 있다. 또 교도소 도서관의 중심지가 바로 법률 책을 모아 둔 서가라고 지적한다. 재소자는 누구나 법률 서적을 읽을 법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고, 교도소 도서관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법률에 대한 최신 정보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형을 살고 있으면서 자신을 스스로 변론해야 할 교도소 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 서로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역동적이고 사회적인 하나의 '장소'이며,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부딪히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공간이 되었다. (93~94쪽)

책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했다. 재소자들 사이에서, 직원들 사이에서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일이 잦았다. 그럴 때면 상대방을 위한 독서 목록을 서로 주고받았다. 물론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교정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106~107쪽)

교도소에서 시간이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엘리아나 다른 재소자들은 "가진 것은 시간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 표현의 통상적인 의미는 "나는 교도소에 있어. 그러니 바쁠 턱이 없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일종의 아이러니가 깃들어 있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시간뿐이었던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수한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재소자는 표류하는 선원처럼 변해갔다. '물, 물, 사방에 물이지만 마실 물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없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고도 무용했다. 계절도, 명절도 없었다. 그들의 시간은 순환하지 않았다. 그들은 타인과 시간을 공유할 수 없었다. (492~493쪽)

교도소 도서관 역시 사회적인 장소로, 일반적인 공공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곳이자 논쟁과 토론을 벌이는 곳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라이버시가 문제가 되는 교도소에서는 독서가 그나마 유일하게 용인되는 은둔적 행동이라고 저자가 언급했듯이, 타인과의 시간을 공유할 수 없는 그곳에서 책과 도서관, 사람을 통해 타인과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사람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얼마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던 그 때를 떠올릴 때, 그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한 것은 바로 시간이 멈추어 있었던 것이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이 가지 않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신문지나 종이로, 비닐로, 성냥개비로 하루 종일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고 망가뜨렸다가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 지냈던 날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그는 회상했다.

자유가 없는 그곳에서는 시간은 더욱 무한한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보내야만 비로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상황이라면 그토록 중요했을 시간이 그곳에서는 아주 소름끼치도록 징그러웠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그토록 끔찍한 상황에서 탈출구를 마련하고 지겨운 시간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도서관이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그런 도서관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교도소에도 이 책 속 도서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치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에 담긴 모순이 심각해지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교도소의 기능이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인과응보'인지, 아니면 갱생을 목적으로 하는 '개과천선'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논쟁이라기보다는 수수께끼에 가깝다. 교도소 그 자체에는 이러한 모순이 육화되어 있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폐허가 된 감방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286쪽)

저자는 다시 한 번 교도소의 목적이 처벌을 위한 것인지 갱생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수수께끼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교도소는 처벌과 갱생 둘 다를 위한 곳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폐허가 된 감방은 갱생보다는 처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범죄율은 미국, 영국,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재범률은 높은 편이다. 시설이 좋고 자유로운 할덴 교도소가 있는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재범률이 낮은 나라로 유명하다. 영국의 <메일 온라인> 2010년 5월 12일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재범률이 50~60퍼센트인데 비해 노르웨이에서는 20퍼센트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는 노르웨이가 워낙 범죄율 자체도 높지 않지만, 현대적이고 문화적인 교도소에서 재소자의 갱생과 사회 복귀를 지원함으로 인해 재범률을 더욱 낮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2011년) 7월 노르웨이에서 77명이 희생된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은 기소 중에도 최고급의 할덴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다고 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때 할덴 교도소의 호화스러운 도서관도 함께 이슈가 되었다. 이 도서관은 안락하고 쾌적한 시설로 되어 있으며 4개월간 재소자당 18권의 대출 실적을 기록할 만큼 도서관 이용률이 높다고 한다. 할덴 교도소 도서관 사서는 이 같은 대출 실적이 재소자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한 바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교정 당국에 따르면 교정 시설 수용자 죄명 중 가장 많은 것은 절도와 사기이다. 또 30대와 40대의 수용자가 가장 많고, 수형자 50퍼센트 정도의 형기가 3년 미만이라서 3년 후면 전체 수형자의 절반 이상이 출감하기 때문에 유동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도 교도소와 도서관의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할덴 교도소 도서관의 사례를 우리나라 교도소 도서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겠지만, 일부분이라도 적용하는 것은 못할 이유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약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교도소 도서관 사서로서,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전달하는 임무뿐만 아니라 그들을 책으로부터 보호하는 책임도 맡고 있었다. 이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무슨 권한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권하고 어떤 책을 숨길 수 있는가? 검열은 나의 직업이 아니었다. (290쪽)

한편, 이 책에는 저자가 교도소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자기 검열 행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검열은 교도소 도서관뿐만이 아니라 많은 도서관 사서들에서 직면하는 고민거리이다. 책을 선택하는 일은 도서관의 여러 가지 업무 중 매우 중요한 일인데 책 선택 과정에서 사서가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적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면 사서의 자기 검열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기 검열을 행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주 폐쇄적이고 제한적 상황에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교도소 도서관 사서는 그러한 갈등이 더욱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검열은 자신의 일이, 사서가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인식과 강조는 사서들에게 자신의 직업 소명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중요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사서들이 먼저 모든 제한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재소자든, 다른 이용자에게든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아비 스타인버그는 교도소에서 겪은 다양한 일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어 전하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교도소 도서관에서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의지를 가지고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어려움 속에 교도소 내 글쓰기 강의를 하는 부분도 그렇다. 글쓰기를 통해 재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삶에 대한 희망을 보게 해준다면 그것으로서 충분하리라. 사람이든, 책이든, 글쓰기든 교도소 도서관에 그저 '무언가'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 자신의 인생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소자들을 통해 저자는 인생에 대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이러한 저자의 경험은 바로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사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던진다. "나는 도서관을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예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다면 그게 뭔지 알려줘요. 기꺼이 들을게요." (510쪽)

저자가 마지막에 언급한 말에서 인도의 도서관 철학자 사라단 랑가나단(1892~1972년)의 도서관학의 5원칙(Five Laws of Library Science)이 떠오른다. 2011년은 랑가나단의 도서관학의 5원칙이 발표된 지 80주년 되는 해였다. 오늘날 모든 도서관 업무와 서비스의 철학적 기반이 된 그 도서관 철학의 다섯 가지 원칙 중 하나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Library is a Growing Organism)"라는 것이다.

도서관은 끊임없이 더 많은 정보원을 쌓아가야 하고, 문화, 관심 및 기술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해야 한다. 변화는 성장과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하는 유기체는 곧 살아있는 도서관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바로 살아있는 도서관 시스템이 도서관의 장서 관리를, 공간 이용을, 이용자를, 직원을 살아 숨 쉬게 하기 때문이리라.

랑가나단의 도서관의 5원칙(Five Laws of Library Science)

1. 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Books are for use)
2. 모든 독자에게 그의 책을. (책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Every reader his/her Book(Books for all))
3. 모든 책은 그의 독자에게. (Every book its Reader)
4.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라. (Save the time of the Reader)
5.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

교도소에 대한, 그리고 도서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책. 나아가 도서관과 사서가 누구인지, 한 사회 안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주어진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준 책.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면서도 사회에 던지는 독자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들과 핵심적인 표현들이 책을 덮고 난 이 순간에도 머리와 가슴 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수인(囚人)이다. 자신의 꿈과 희망, 일상과 가족관계 등에 갇혀 있는 수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수인. 그밖에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적지 않은 제한과 한계 속에서 때론 스스로, 때론 어쩔 수 없이 수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일상의 여러 제한과 한계 속에서 이를 넘어서고, 궁극적으로 제한과 한계를 부수고 온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곳은 바로 과거에서 현재를 이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리고 현재 함께 살아가는 개개인이 모여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법을 깨닫고 배우는 그런 역동적 공간이 도서관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 도서관 안에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사서가 있음을, 저자와 같은 사서가 있어야 함을 깨달으면 좋겠다.

그런 후에 자기 주변에 있는 도서관과 그 도서관 안을 꼼꼼히 살펴봐 주고 도서관이 이 책 안에서가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의 일상 안에서 살아 움직이길 바란다. 그 도서관을 통해 나와 우리 각자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궁극적으로 자신이 도서관을 통해 교도소 담을 넘어선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이 책의 저자가 되어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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