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우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 견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이 한국 사회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안종주 박사(보건학)가 '위험 사회'를 통해서 게임 중독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의 문제점 그리고 그 예방·치유법, 해결책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① 게임 중독자, 한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좀비들! |
게임 시작 2년 만에 중독의 길로 접어든다. 중독 학생의 3분의 1은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게임 중독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을 소재로 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한 국내 석·박사 학위 논문은 매년 상당수 나오고 있으며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연구도 제법 있다. 각 연구마다 인터넷 중독자 수 또는 게임 과몰입자 수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날이 갈수록 중독자 연령이 낮아지고 그 수도 늘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인터넷 중독 실태는 가톨릭대학교 이창욱 교수팀이 2009년 3~11월 연구한 결과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초·중·고등학생 인터넷 사용자 193명을 대조군으로 했다. 2009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지역별로 시행된 인터넷 중독 해소 기숙형 치료 학교에 입교한 학생, 가톨릭대학교 부속 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를 방문한 학생, 서울, 경기 지역의 중·고등학생 중 134명이 인터넷(게임) 중독군에 포함되었다.
이 연구에서 인터넷 중독군은 주로 초등학교 3학년 또는 4학년에 인터넷 게임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게임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후에 중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말해 부모나 학교에서 그저 게임을 좀 즐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청소년은 곧바로 중독 상태에 빠졌다.
일단 게임 중독을 포함해 인터넷 중독 상태에 빠지면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흡연 중독자의 경우 마약, 술,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도 술, 담배처럼 중독 상태에 빠지기 전 단계에서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조사에서 인터넷 중독군의 64.3퍼센트에서 알코올 중독과 같은 약물 중독의 진단 기준에 합당한 중독 상태로 진단되었다. 인터넷 중독군 학생들의 부모 가운데 약 23퍼센트가 알코올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가 있다. 이는 알코올 중독과 인터넷 중독과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 중독군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인지 기능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런 것으로 미뤄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및 우울 장애로 인한 인터넷의 과다 사용은 이후 지속적인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인터넷 중독자 군은 비중독군에 견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따돌림과 같은 학교 폭력에 더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자 군은 31.3퍼센트가 따돌림(학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대조군(비중독군)은 이보다 낮은 23.8퍼센트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중독자군 가운데 따돌림을 경험한 학생의 50.5퍼센트는 초등학교, 35.0퍼센트는 중학교 때 각각 이를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으며 비중독자군 가운데 따돌림을 경험한 학생의 77.8퍼센트는 초등학교 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돌림을 당한 구체적인 시기를 보면 중독자군은 중학교 1학년(23.7퍼센트), 초등학교 5학년(15.8퍼센트), 초등학교 6학년(15.8퍼센트) 순으로 나타났으며 비중독자군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22.2퍼센트), 초등학교 1학년(16.7퍼센트), 중학교 1학년(16.7퍼센트)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따돌림을 경험한 중독자군의 10.3퍼센트, 따돌림을 경험한 비중독자군의 3.7퍼센트는 조사 당시까지도 따돌림이 지속된다고 밝혀 게임 중독 학생의 경우 오랫동안 따돌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자살 중학생의 경우도 오랫동안 따돌림이 이루어졌었다.
게임 중독 학생들은 주로 인터넷 게임을 즐긴다. 비중독자군의 59.7퍼센트가 인터넷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반면 중독자군은 74.6퍼센트가 인터넷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하는 게임을 종류별로 보면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의 경우 비중독자군(62.1퍼센트)과 중독자군(37.7퍼센트) 모두에서 '메이플 스토리'가 가장 많았으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의 경우 비중독자군(62.3퍼센트)과 중독자군(57.1퍼센트) 모두에서 '스타크래프트'가 1위를 차지했다. 또 1인칭 슈팅 게임(FPS)의 경우 비중독자군(77.8퍼센트)과 중독자군(77.4퍼센트) 모두에서 '서던 어택'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인터넷 게임 '메이플 스토리'. ⓒmaplestory.nexon.com |
조사 대상자들은 모두 채팅을 하고 있었으며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을 하는 비율은 비중독군(53.9퍼센트)이 중독군(35.8퍼센트)보다 훨씬 높았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장소를 보면 중독군(45.4퍼센트)이 비중독군(64.8퍼센트)에 비해 집에서 하는 비율이 낮았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피시방에서 사용하는 이유를 보면 비중독군(67.9퍼센트)과 중독군(46.2퍼센트) 모두 '친구와 함께 하기 위해'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컴퓨터 사양이 좋아서'(비중독군 16.1퍼센트, 중독군 25,6퍼센트), '부모의 간섭이 싫어서'(비중독군 3.6퍼센트, 중독군 15.4퍼센트)로 응답했다. 중독군일수록 부모의 간섭을 훨씬 더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 정보를 보면 인터넷에서 내려 받는 내용은 비중독군은 영화(31.3퍼센트), 자료(23.7퍼센트), 애니메이션(22.1퍼센트)의 순이었다. 중독군은 영화(26.9퍼센트), 게임(22.6퍼센트), 자료(19.4)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중독군의 7.8퍼센트, 중독군의 34.1퍼센트가 각각 인터넷에서 야동(야한 동영상) 등 성 관련 내용을 내려 받은 뒤 저장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군에서 게임을 내려 받는 비율이 높았다.
중독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인물을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물을 보는 학생들은 비중독군의 경우 모두 주 한 시간 이내 성 관련 내용에 접근하며 중독군의 경우 66.1퍼센트는 일주일에 한 시간 이내로 보지만, 30.6퍼센트는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에서 아홉 시간 이내로 보는 것으로 나타나 중독군의 경우 성인물을 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학생들은 열 명 중 네 명 꼴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며 검색하는 분야는 비중독군의 경우 과제물(38.7퍼센트), 스포츠·연예(25.3퍼센트), 게임(15.1퍼센트)의 순으로 나타났고, 중독군의 경우 게임(37.7퍼센트), 스포츠·연예(13.2퍼센트), 과제물(12.3)의 순으로 나타나 중독 학생들은 주로 게임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독군의 68,1퍼센트, 중독군의 75.9퍼센트가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한 것으로 응답해 학생들은 대다수가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가입한 인터넷 동호회의 개수는 비중독군 평균 12.6개, 중독군 17.1개로 나타나 중독군일수록 동호회에 많이 가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 중독군은 비중독군과 비교해 실제 생활보다 인터넷 사용 때가 재미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비중독군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가 실제 생활을 할 때보다 간혹 재미있다 또는 거의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5점 척도 점수 평균 3.73점, 점수가 낮을수록 인터넷 사용이 더 재미있음) 반면 중독군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가 실제 생활을 할 때보다 간혹 재미있다 또는 자주 재미있다(2.58점)고 응답했다.
또 비중독군은 경우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실제 생활에서의 중요한 일과들을 거의 잊지 않지만(5점 척도 점수 평균 4.14점) 중독군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 실제 생활에서의 중요한 일과들을 간혹 잊게 된다(평균 2.95점)고 응답했다.
또 중독군(60.2퍼센트)과 비중독군(57.5퍼센트) 모두 절반 이상이 인터넷 사용 시간을 더 잘 조절해 과다하게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마치 담배 중독자들이 담배를 끊고 싶다고 응답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독군은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지 않을 경우 공부 등 실제 활동을 하기(26.7퍼센트)보다는 주로 텔레비전을 보며(39.7퍼센트), 반면 비중독군은 텔레비전을 보기(35.9퍼센트)보다는 공부 등 학생으로서 필요한 실제 활동을 하는(40.6퍼센트)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군은 비중독군에 비해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 실제 자신보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신에 대해 더 애착을 갖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중독군(13.7퍼센트)이 비중독군(2.7퍼센트)에 견줘 무려 다섯 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중독군은 사이버 공간과 실제 생활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으나 중독군은 비중독군보다 사이버 공간과 실제 생활 구분이 덜 명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중독군은 비중독군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 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응답했다. 비중독군은 사이버 공간에서 평상시와 똑같은 반면 중독군은 가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중독군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자신에 대한 거짓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지만 중독군은 가끔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은 청소년들의 인지 능력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사용으로 비중독군은 인지 능력이 대부분 변화가 없었지만(79.2퍼센트) 중독군 가운데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6.5퍼센트에 그쳤다. 중독군의 21.7퍼센트는 '주의력이 떨어졌다'고, 16.5퍼센트는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독군들은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한 뒤 책을 읽거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독군은 79.5퍼센트가 인터넷 사용 뒤 학습 활동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반면 중독군은 절반이나 되는 49.1퍼센트가 '책을 더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중독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시간이 가는지를 잊어버린다'(비중독군 55.1퍼센트, 중독군 60.3퍼센트)이며 이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10.7퍼센트, 17.2퍼센트)거나 '강렬한 즐거움을 느낀다'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중독 경험 현상은 중독자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사를 거르거나 잠을 제때 자지 않는 일들 등이 모두 이런 중독 현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중독자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과다 사용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독군은 자신의 인터넷 사용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독군은 문제가 있다고는 여기지만 그 정도는 보통(5점 척도 점수 평균 2.62점)이라고 응답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비중독군의 경우 자신이 하는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내용이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9.9퍼센트에 그쳤지만 중독군은 무려 5배나 높은 49.6퍼센트가 자신이 주로 하는 인터넷 내용의 중독성이 강하다고 응답하였다.
한편, 청소년들은 절반 이상이 인터넷 예방 교육을 받았으며 주로 학교에서 인터넷 사용에 대한 예방 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인터넷(게임) 중독에 빠진 것으로 미뤄 앞으로 더 실효성이 있는 예방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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