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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떼가 휴전선을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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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떼가 휴전선을 건너야 한다!

[기고] '암소 도살' 준비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고함

암소의 선별 도살이 시작된다. 정부에 따르면, 40만 마리의 암소를 도살해야 한다. 정부는 300억 원의 암소 도살 장려금을 지불하고 약 16만 마리를 강제 도살시키기로 했다. 나머지는 도살을 권유, 유도하는 정책으로 없앨 작정이다.

전라남도 나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육우 송아지가 1만 원 대까지 추락했고, 애완용으로 기르겠다고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전화가 오는 등 차마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년 전 육우 송아지가 19만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대폭락이다. 가격의 폭락보다는 생명이 무참하게 도살되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축산 농가에 그 원인을 돌리는 행태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주 잘못이다. 원인은 당연히 이명박 정부에 있다. 모든 출발은 2008년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해 국민들에게 불안 의식을 심어준 것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었고, 덩달아 한우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당연히 축산 농가에서는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명분도 없었고, 역량도 부족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불안 의식 때문에 한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현상을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적절한 사육 두수인 250만 마리를 넘어서게 되는 비극을 낳게 되었다.

사육 두수가 많아 졌는데 여기에 구제역으로 소비 감소가 일어났다. 국내 한우를 소비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수입산 쇠고기는 80퍼센트 가까이 늘어났다. 이때도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내세우지 않았다. 경고등만 켰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가 더 수입되니 방조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삼이 들게 만들 정도였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사료 가격이 50퍼센트 이상 올랐다. 당연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는 것이 축산 농가이고, 소를 먹일수록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하루에 200여 마리의 육우 수송아지가 질식사로 매장당했다. 그들은 단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육된다.

여기에 암소의 도살 기준도 잔악하다. 2~3등급의 소를 낳거나 체형이 작은 암소는 도살 대상에 해당된다. 철저하게 1등 지상주의가 생사를 가르게 되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축산에도 있다. 2010~2011년 구제역에 이어서 다시금 소의 학살이 2012년에도 벌어지는 것이다.

▲ 이 송아지를 생매장할 것인가? 아니면 북쪽에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뿌리도록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문화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프레시안

만약, 정부가 일찍부터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면 이렇게 많은 생명이 강제로 죽임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송아지 지원금이나 도살 장려금은 그렇다 치고 군인들에게 많이 먹인다든지 세일을 대폭 추진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유통 구조의 개선은 언제나 있어 왔던 공염불이다. 사료 기금을 만들어서 당장에 오르는 사료 값을 방어할 수 있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이다. 잉여는 잉여를 소모해야 한다. 꼭 돈을 받아야 한다는 자본의적 경제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지금은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소하는 소떼는 지금 휴전선을 넘어야 한다. 남한에서는 수컷 송아지가 매몰되고, 수십만 마리의 암소가 억지로 도살되어야 하지만, 북한에는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남한에서 멀쩡하게 생산할 수 있는 암컷들이 강제로 죽어야 한다는 것은 반생명적이다. 차라리 그 암소들을 북한에 주는 것이 낫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생명들이 태어나고 더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이는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

학살을 멈추어야 한다. 좁은 생각에서 벗어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소도 살고 인간도 살고 민족과 국가가 모두 사는 길이다. 그동안의 경로 의존성을 볼 때 이명박 정부는 이런 실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총선과 대선에 나서는 이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생명들이 하잘 것 없이 죽어가고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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