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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車 K5-K7 이름에 숨겨진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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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車 K5-K7 이름에 숨겨진 비밀은?

[프레시안 books] 리드 몬터규의 <선택의 과학>

런던, 도쿄, 뉴욕에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 뉴로포커스(NeuroFocus).

2008년,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 닐슨의 투자 유치로 유명해진 이 기업은,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이전보다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 디즈니 같은 기업을 포함하여,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 중 많은 곳이 이들의 마케팅 분석 기법을 이용하였으며,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과 하버드 대학의 여러 교수가 뉴로포커스의 활동을 돕고 있다.

수많은 예측과 분석 방법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케팅의 영역에서, 신생 기업 뉴로포커스가 짧은 시간 내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의 해법이 기존의 마케팅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의 '소비'라는 행위는 일련의 통계 수치로 변환되기 이전에,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마케팅이 제품과 관련된 주관적인 설문 조사나 과거의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는데 그쳤다면, 뉴로포커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뉴로포커스는 개개인의 머릿속을 직접 살피는 도구들을 이용한다. 병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기 공명 영상 촬영(MRI)이나 뇌파 측정 장비,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비 등이 뉴로포커스의 마케팅 전력이다. 이들은 특정 제품이 일으키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반응을 탐지하고, 그 정도에 따라 개개인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이처럼 뇌 과학의 최신 기법을 이용하여, 출시될 제품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뉴로마케팅'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아자동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K7과 K5이다. 알파벳 이니셜과 숫자의 조합을 통해 여러 모델의 이름을 통일하는 것은, 기아자동차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미 다양한 이름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조합이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까 하는 것이 기아자동차의 주된 관심사였다.

정재승이 이끄는 카이스트(KAIST) 신경 물리학 연구실은 이 문제에 뉴로마케팅의 기법을 이용하였다. 다양한 알파벳-숫자 조합이 일으키는 순간적인 뇌의 반응을 MRI와 안구 추적 장비를 이용하여 살핀 것이다. 수십 명의 예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선호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의 활동과 순간적인 눈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알파벳 K와 홀수 숫자의 조합이 선택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영역, 마케팅과 뇌 과학의 융합이 가능해진 이유는, 2000년대 들어 뇌 과학이 인간의 '선택'이라는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기존 뇌 과학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우리가 어떻게 자유로운 결정을 내리고 무언가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이 뇌 과학의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 결정 이론은,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선택의 순간마다 뇌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살핌으로써, 왜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 <선택의 과학>(리드 몬터규 지음,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리드 몬터규의 <선택의 과학>(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뉴로마케팅의 시발점이자 이론적 배경인 의사 결정 이론에 관한 책이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 뇌 영상 센터 교수인 그는, MRI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지를 연구한다.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여러 제품들 중 특정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데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선택 과정과 관련된 뇌 과학 연구는 마케팅에 가장 근원적인 해답과도 같다.

2004년 발표되어 많은 주목을 받은 그의 연구 "유명 음료의 선호도에 대한 신경학적 기원"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 연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펩시와 코카콜라를 실험 대상으로 한다. 몬터규의 관심은 개개인이 가지는 펩시와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를 뇌의 활동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제품의 상표를 가린 채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펩시와 코카콜라의 선호도는 뇌의 특정 부위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코카콜라를 마셨을 때, 펩시를 마신 것보다 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성이 더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는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와도 관련이 있었는데,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을수록 전전두엽의 활성이 강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명함 한 장 정도 크기의 뇌의 작은 영역이, 제품에 대한 선호도라는 주관적인 느낌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 것이다.

몬터규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 뉴로마케팅의 중요한 이슈들을 담아냈지만, 그의 책 <선택의 과학>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 '선택이 뇌 안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와 관련된 이론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적인 뇌가 컴퓨터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하여, 왜 우리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게 되며, 어떤 이론으로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신경 과학과 함께 인문학과 경제학, 정신과의 영역을 넘나들며 머릿속에 숨겨진 의사 결정의 흔적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몬터규는 생물학적인 뇌가 컴퓨터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컴퓨터는 계산의 결과물로 많은 열을 발생하지만, 인간의 뇌는 시간당 약 20와트의 전력만을 이용하여 기억과 사고, 선택과 결정 등의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 이처럼 생명체의 뇌가 월등한 효율성을 가지게 된 것은, 매 순간 마주하는 선택이 생존과 죽음을 결정할 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오랜 진화 과정은, 더 효율적이고 생존에 적합한 선택을 내리는 뇌만이 살아남도록 하였다. 그 정점에 있는 인간의 뇌는 가장 효율적인 계산 기계인 동시에, 끊임없이 선택을 내리는 선택 기계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선택 과정에서 몬터규는 보상(reward)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다른 것에 비해 더 큰 보상을 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선택은 이내 제 위치를 잃어버리고 만다. 반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은 다른 대안들에 비해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다. 이처럼 선택에 따른 보상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는 과정을 보상-예측 오류(reward-prediction error) 이론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얼마만큼의 차이가 선택에 영향을 끼치며, 어떻게 하나의 선택이 다른 대안들을 이겨내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에는 과연 무엇이 보상인가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몬터규는 선택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도파민을 제시하고 있다. 뇌의 깊은 곳에서 생성되어 전체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치는 도파민은, 뇌 과학의 전 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이다. 그는 여러 사례와 모델을 통해, 도파민 시스템의 정교한 조절이 보상-예측 시스템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유력한 후보 물질을 바탕으로, 도파민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도파민의 생산에 장애가 있는 파킨슨 씨 병 환자나 약물 중독자, 강박증이나 도박 중독 사례들을 통해, 몬터규는 많은 정신 질환이 선택과 그에 따른 보상의 과정에 생긴 미묘한 이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대부분은 최신 뇌 과학 분야에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몬터규는 의사 결정 이론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이며, 여러 유명 논문들이 그의 생각과 이론을 뒷받침한다. 다만, 에딘버러 대학의 앤디 클라크가 지적했듯이, 일부 몬터규의 생각은 조금 더 많은 검증을 필요로 한다.

아직 선택과 관련된 계산과 가치 판단이 뇌세포 단위에서부터 시작되는지는 확실치 않으며, 이들이 기존에 잘 알려진 정보 처리 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결정이라는 가장 고차원적인 경험을,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설명하려는 몬터규의 시도는 분명 놀랍고도 아름답다.

행동주의의 거장 스키너는, 행동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충동, 과거의 기억을 추억하는 회상, 보거나 듣지 않고도 떠올리는 상상과 같은 모든 활동이 그에게는 공허하고 검증할 수 없는 비과학적 대상이었다. 그러나 뇌 과학에게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주된 관심 분야이며, 가장 과학적인 대상이다.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여 의식을 가지는지, 기억은 어떻게 형성되고 사라지는지, 상상은 뇌의 어느 곳에서 시작되는지와 같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궁금증이 뇌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몬터규가 기술하는 의사 결정 이론은 이 서로 다른 두 세계, 머리의 안과 밖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코카콜라를 보고 느껴지는 충동과 선택의 과정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며, 선택에 의해 느껴지는 만족감도 뇌의 신경 전달 물질과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몸 밖으로 드러나는 선택과 결정의 흔적을, 머릿속에서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책의 숨겨진 재미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표지를 덮는 순간까지 단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 (이 책의 원제가 이렇다. "Why choose this book?")

나는 나의 자유 의지대로 책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뇌의 특정 부분이 나를 선택하게 한 것인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과정이, 결국 같은 현상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몬터규의 <선택의 과학>은 이 근본적 질문을 향한 뇌 과학자의 치열한 고민을 다채롭고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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