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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금요일, 금융 쇼크의 원인은?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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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금요일, 금융 쇼크의 원인은? 결과는?

[프레시안 books] 루돌프 힐퍼딩의 <금융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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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재정장관을 지냈고 나치에 저항하다 수용소에서 사망한 루돌프 힐퍼딩(1877~1941년)이 쓴 <금융 자본론(Das Finanzkapital)>(김수행·김진엽 옮김, 비르투 펴냄)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1994년 새날출판사에서 나와 '절판'된 이후 재출간된 사정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 문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완성하지 못한 신용 이론이나 거의 다루지 못한 '주식회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을 은행 자본과 산업 자본의 결합인 '금융 자본론'이라는 최고 형태의 독점 자본에 주목해서 20세기 초 자본주의 현실, 특히 독일에 적용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문헌에서 고전의 지위를 부여받을 만하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의 재출간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를 해명하는데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역자들은 이렇게 언급한다.

"이 책은 현재의 화두가 되어 있는 경제의 금융화, 산업과 은행의 유착, 일반 대중의 궁핍화, 좁아지는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개척의 악순환, 자본의 해외 수출, 국가와 대자본의 경제 정책, 노동자 계급의 경제 정책 등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현실적 도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역자들의 목소리를 정리하자면 이 책, <금융 자본론>이 여전히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가 처해있는 현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금융부문에 대한 이론화와 관련해서 <금융 자본론>은 하나의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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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자본론>(루돌프 힐퍼딩 지음, 김수행·김진엽 옮김, 비르투 펴냄). ⓒ비르투
<금융 자본론>은 읽는데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자본>에 연장선상에서 화폐와 신용, 자본의 유동화와 의제 자본, 금융 자본론의 운동, 경제 공황, 자본 수출과 제국주의, 사회주의로의 이행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전반의 주제를 이론과 실증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당대 최고의 자본 형태를 금융 자본론으로 파악하고 금융 자본론의 운동 법칙과 영향을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금융 자본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중심에 두고 책을 읽으면서 금융 자본론이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되묻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 자본론>에서 핵심 개념은 '금융 자본론'이다. 금융 자본론을 이론으로 뒷받침하고자 힐퍼딩은 화폐로부터 분석을 출발한다. 힐퍼딩은 화폐가 가치를 체현한 상품이라는 '상품 화폐설'의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불환지폐의 문제를 다루며, 지급 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에 주목해서 '신용 화폐'의 분석으로 나아간다.

힐퍼딩은 '유통 신용'과 '자본 신용 또는 투자 신용'을 구분한다. 이 개념들을 통해 힐퍼딩은 은행이 어음을 매입하거나 인수함으로써 사적인 지불 약속을 자신의 신용으로 대체하며, 유통 신용을 공급하고, 사회의 유휴 화폐를 예금으로 수집해 생산적 자본가들에게 대부하며 자본 신용을 제공하면서 산업과 맺는 관련을 밝힌다.

나아가 힐퍼딩은 자본의 유동화와 의제 자본의 기능에 대한 독창적 이론을 제시한다. 자본의 집적·집중이 강화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은행이 제공한 자본 신용이 대규모로 산업 자본에 묶이게 되면서 이를 유동화할 필요성이 생긴다. 은행은 "산업 자본을 이윤에 대한 청구권을 자본화한 수익 증서로 전환"하여 이를 달성하며 이는 주식회사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다. 또 은행은 주식 투자를 통해 대주주가 되어 주식회사를 지배하고 주식의 발행 업무를 담당하며 창업자 이득을 얻는다.

힐퍼딩은 산업 자본의 고정 투자가 커지고 경쟁을 제한해 이윤율 회복을 위해 독점을 형성하면서 은행이 유통 신용, 자본 신용과 의제 자본화를 통해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은행과 산업의 유착이 강화해 산업을 지배하게 되는 현상을 강조한다. 그리고 힐퍼딩은 이러한 현상을 "산업 자본으로 전환되고 있는 은행 자본, 즉 화폐 형태의 자본"이며 산업과 상업을 지배하는 최고의 자본 형태인 금융 자본론으로 개념화한다.

금융 자본론의 개념을 확립한 이후 힐퍼딩은 공황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제시하고 국내 시장을 넘어서는 금융 자본론의 해외 진출을 자본 수출을 통해 분석한다. 힐퍼딩에 따르면 금융 자본론은 보호관세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독점 가격을 유지하고 자본 수출을 통해 경제 영역을 더 확대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 자본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국가의 개입은 제국주의 팽창을 낳으며 제국주의 간 대립이 격화되고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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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본론>은 새로운 개념, 새로운 용어, 새로운 분석을 동원해 20세기 초 자본주의를 해명한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마르크스주의 논쟁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다. 카를 카우츠키는 <자본>을 완성한 책이라며 이 책을 극찬을 했고, 오토 바우어도 <자본>의 별권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금융 자본론>은 마르크스주의 문헌에서 <자본>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금융 자본론>이 다른 마르크스주의 논의에서 미친 영향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잘 알려진 대로 <제국주의론>에서 레닌은 "생산의 집적, 이로부터 생겨나는 독점체, 은행과 산업의 합병 혹은 유착, 이러한 과정이 바로 금융 자본론의 발생사이며 금융 자본론이라는 개념의 내용"이라며 힐퍼딩의 금융 자본론 개념을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또 니콜라이 부하린도 <제국주의와 세계 경제>에서 힐퍼딩을 인용하며 금융 자본론에 많이 의존했다.

나아가 <금융 자본론>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금융 자본론 개념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준거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폴 스위지는 은행가의 지배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은행 자본의 영광의 시절이 있기는 했지만, 또 다시 산업 자본의 종속적 위치로 전락했다"며 힐퍼딩의 논의를 비판했다.

다른 한편 니코스 풀란차스는 금융 자본론을 '산업 지배의 독점 자본'과 '은행 지배의 독점 자본'으로 나눠 금융 자본론 개념을 확장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은행이 대기업을 분명히 지배하고 있다는 결과처럼 금융 자본론과 관련한 실증 분석도 활발하게 제기되었다.

힐퍼딩은 생산 영역에 대한 분석보다는 유통 영역에 중요성을 두었다며 '유통주의자'로 낙인찍혔으며, <금융 자본론>에서 제시한 불비례 공황 이론은 일관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았다. 또 힐퍼딩이 제시한 '조직 자본주의(organized capitalism)' 개념은 개량주의적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과거의 논쟁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금융 자본론>은 찬사와 비판을 충분히 누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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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책을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재조명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역자들이 말한 바대로 <금융 자본론>의 현대적 의의는 어떤 각도에서 재조명되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나는 <금융 자본론>이 현대 금융의 법칙과 기능을 해명하는데 중요한 비판적인 디딤돌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힐퍼딩의 논의가 20세기 초를 중심으로 진행된 역사적 한계를 감안하고, 21세기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에 주목해서 <금융 자본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힐퍼딩이 제시한 화폐 이론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힐퍼딩은 상품 화폐설의 관점에서 화폐 이론을 전개하고 있지만, 순수한 불환 지폐 제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단서를 달며 지폐가 법정 화폐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화폐의 가치 결정에 관해서는 언급한다. 이와 관련해서 힐퍼딩은 불환 지폐 제도에서는 화폐 가치가 유통하는 상품들로부터 직접 얻어진다면 상품 가치의 총계를 화폐의 유통 속도로 나눈 '사회적으로 필요한 유통가치'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가치 결정의 문제에 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공식적으로 금태환이 정지되고 불환 지폐만이 통용되면서 불환 지폐의 가치 결정 문제는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대체로 이 문제는 상품 화폐설과 신용 화폐설로 갈렸다. 상품 화폐설은 화폐는 여전히 상품이라는 견지에서 가치 결정의 문제에 해법을 제시한다. 이와는 반대로 신용 화폐설은 화폐가 가치의 체현물이라는 점에 반대하며 화폐를 부채로 이해하며 신용 화폐를 강조한다.

이 대립에서 핵심은 상품 생산과 화폐 생산의 관계를 통합적인 영역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율적인 두 영역의 문제로 볼 것인가에 있다. 상품 화폐설은 가치와 화폐를 통합하는 이론을 모색하며 신용 화폐론은 화폐의 독자성을 강조한다. 두 입장이 자본주의 모순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두 입장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더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화폐 문제와 함께 신용 문제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금융 자본론>은 주식회사의 문제를 다루며 자본의 유동화와 의제 자본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힐퍼딩의 논의는 은행 자본이 산업 자본과 맺는 관계를 해석하는 데만 이 분석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오늘날에 비추어보면 문제가 있다. 오늘날 금융 기관은 유통 신용이나 자본 신용을 제공하지만, 스스로 신용을 창출하면서 자립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경향은 주식을 통한 의제 자본 형성을 넘어서서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의제 자본의 재가공'을 통해 파생 금융 상품 형태로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자본의 유동화 문제를 더 확장해서 신용이 자립화하는 경향에 대한 분석을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힐퍼딩이 제시한 금융 자본론 개념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힐퍼딩은 금융 자본론을 "산업 자본으로 전환되고 있는 은행 자본"으로 정의하며 은행 자본의 산업 자본 지배로 금융 자본론의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금융 자본론을 은행 자본으로, 산업 자본을 산업 기업으로 동일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어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전통적인 관점에서 산업 자본으로 부를 수 있을까? 제너럴 일렉트릭은 전통적인 제조업 활동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GE 캐피탈을 통해 금융 활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경우 제너럴 일렉트릭은 산업 자본과 금융 기능을 통합하고 있기 때문에 힐퍼딩이 제시한 금융 자본론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산업 자본과 은행 자본을 대립적으로 놓고 역학 관계만을 볼 것이 아니라 산업 자본과 은행 자본이 맺는 복잡한 관계와 신용의 자립화 경향, 산업 자본의 금융화로 인한 두 자본의 경계가 흐려지는 점에 대한 연구가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 이외에도 힐퍼딩의 <금융 자본론>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점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초국적화와 관련해서 자본 수출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체제 이행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등.

이 모든 문제에 힐퍼딩이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초 자본주의 현실을 <금융 자본론>이 해명하려 했듯이 21세기 자본주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금융 자본론>을 제시할 과제는 여전히 시급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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