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들이 전자 제품 조립공장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나, 요즘 몸이 좀 이상해. 매달 있던 월경이 요즘 없어."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 나도 얼마 전부터 그게 사라져 고민하고 있었는데…."
엘지전자부품에서는 1994년 말부터 월경이 사라져 생리대가 필요 없는 여성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아기도 낳지 않은 미혼 여성은 물론 결혼 후 아기를 가지려는 여성에게서 월경이 없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여성으로서 당시 입 밖에 꺼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식 독성 직업병 사건은 이렇게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월경 이상 문제에서 발단이 됐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여성 노동자에게서만 불임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같은 작업 환경에서 일했던 남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다만 여성은 월경 중단이라는, 쉽게 드러나는 생식 이상 현상이 있지만 남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어 역학 조사가 이루어진 뒤에야 정자 감소증, 무정자증, 정자 운동성 감소증, 고환 조직 이상 등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2-브로모프로판에 의한 세계 최초의 생식 독성 직업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근무한 부서는 전자 제품 부품으로 쓰이는 택트(TACT) 스위치를 조립하는 곳이었다. 반도체나 전자 부품은 정밀하게 작동해야 하므로 미세한 먼지와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세척 공정을 거치게 된다. 세척 공정에는 필수적으로 세척제가 사용된다. 택트 스위치 조립 공정에서도 물론 세척제가 사용됐다. 세척액이 들어있는 세척조에 전자 부품을 담그는 이른바 '침지' 방식으로 세척이 이루어졌다.
엘지전자부품은 1994년 2월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프레온을 세정제로 사용했으나 그 뒤부터는 일본에서 들여온 '솔벤트 5200'이란 상품 이름을 지닌 세정제를 사용했다. 프레온이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그 대체 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일본이 개발한 제품이었다. 일본에서 무해한 제품이라고 해서 엘지전자부품은 그런 줄 알고 이를 수입해 사용했다.
▲ 엘지전자부품의 산업 재해를 다룬 <한겨레신문> 1995년 8월 19일자. ⓒ안종주 |
사건이 터지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즉각 역학 조사를 지시했다. 또 이 제품에는 이소프로필브로마이드, 즉 2-브로모프로판이 주성분으로 들어있다고 밝혔다. 나중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 조사팀의 조사 결과 이 물질에는 2-브로모프로판이라는 독성 물질이 99.8퍼센트나 들어 있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규제하고 있는 697종이나 되는 유해 화학 물질에는 이 물질이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물질인 것이다. 당시 엘지전자부품을 관리하던 양산지방노동사무소의 소장은 지금의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었다.
역학 조사는 보도 이틀 뒤인 21일(월요일) 이루어졌다. 보도 다음 날이 일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즉각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산업의학연구실 박정선 박사(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실장)를 팀장으로 하고 직업병진단센터 김양호 박사(현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산업의학교실 교수), 산업위생연구실 박동욱 박사(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을 조사원으로 하는 역학 조사팀은 환자들이 진료 받은 병원을 방문해 검진 결과를 수집하고 입원 환자를 면접 조사하는 한편 회사를 방문해 관련 서류와 화학 물질 사용 실태 따위를 조사했다.
8월 말 화학 물질 정성·정량 분석을 실시한 결과 '솔벤트 5200'에는 2-브로모프로판이라는 독성 물질이 다량 들어 있었다. 이 물질은 당시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그 독성 영향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물질과 관련한 사건이 없었고 연구 또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 보건 전문가들이 친숙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도 독성 영향에 대한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 산업 의학 교과서에도 그 독성 영향이 다뤄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산업 의학 전문가들도 이 물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역학 조사팀이 2-브로모프로판에 의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대다수 산업 보건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가능성이 낮다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 쪽이 "솔벤트 5200을 생산한 일본 회사에서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밝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세정제로 사용해 왔다"고 밝힌 것도 있고,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학자들의 태도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화학 물질 가운데 무독성은 드물고 어떤 식으로든지 유해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단정하는, 물질에 대한 안전 불감증과 일본 회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일본은 이 세정제를 개발해 우리보다 먼저 사용했다. 하지만 일본 노동자들은 우리와 같은 심각한 생식 장애를 겪지는 않았다. 유해성에 대비해 호흡 보호구 착용을 철저히 하는 등 나름대로 방호 장치를 가동했고 안전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하다는 말에 회사와 노동자 모두 이 물질에 대한 노출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역학 조사팀이 당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작업 공간 주변의 공기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2-브로모프로판이 무려 4000피피엠(ppm)이 넘었다. 노동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세정제 침지로 안에 얼굴을 집어넣고 작업을 했다. 그러니 새로운 작업 환경에서 일한 지 불과 몇 달(최단 4개월) 만에 생식 이상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1년 이상 부품 조립 부서에서 일한 노동자 25명 가운데 90퍼센트에 가까운 22명이 생식 장애 질환에 걸렸다. 이는 한마디로 고농도의 브로모프로판에 노동자들이 노출돼왔다는 방증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 씨는 지난 2010년 3월 31일 백혈병으로 숨졌다. 최근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은 미국의 보건·환경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간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상엽 |
이제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2011년으로 돌아오자. 7월 1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돈을 받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과 이 곳 근무 노동자들에 대한 위해성 따위를 1년 가까이 조사한 미국의 보건·환경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런의 '반도체 근무 환경 재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인바이론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 등 반도체 라인 3곳에 대한 직원들의 노출 평가, 화학 물질 등 유해인자 노출과 조립 라인, 웨이퍼 라인 평가, 특히 지난 2009년 폐쇄된 기흥 3라인과 유사한 환경의 5라인 노출 재구성 등에 관해 이루어졌다. 여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근무자 중 현재 백혈병 등을 얻어 소송 중인 6명의 대상자를 통해 백혈병 발병과 위험성 노출과의 연관성 등에 관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인바이론의 결론은 한마디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바이론의 폴 하퍼 소장은 "화학 물질에 대한 직원들 노출 평가 등 기존 10여 년간의 자료 및 최근 2년간 최신 검증 가능한 데이터 통해 조사했다"며 "백혈병, 암 유발 물질에 대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바이론은 이와 함께 질병에 걸린 6명의 대상자를 상대로 실시된 급성 백혈병, 림프종의 환경 노출 확인 검사에서 4명은 해당 질병을 유발할 물질에 노출이 안 됐으며, 2명은 일부 노출이 됐으나 미미한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인바이런의 결론은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단 한 명의 직업병 환자가 영구히 나오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병을 얻어 나온 수많은 노동자나 그 가족은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직업병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산재·직업병 단체나 환경·보건·노동 운동 단체는 물론이고 이와 관련이 없는 산업 보건 분야 전문가 대다수도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을 것 같다.
많은 돈을 받고 하는 컨설팅 조사 가운데 대부분이 의뢰를 하는 쪽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는 이 분야의 고전적인 정설은 그냥 제쳐두자. 그리고 이들이 내린 결론이 맞다고 하자.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백혈병, 림프종 환자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하지 않는가? 이 설명까지 해야 자신들의 주장 또는 연구 결과가 설득력을 지니고 정당성을 지니는데도 말이다.
인바이런은 2009년 폐쇄된 기흥 3라인과 유사한 환경의 5라인 노출을 가지고 기흥 3라인 노출을 재구성했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 재구성이 이루어질까? 영화 <범죄의 재구성>과는 달리 '직업병의 재구성'은 정말 어렵다. 특히 최초 노출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뒤 걸리는 직업성 암 사건을 파헤치는 역학에서는 재구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이 분야 전문가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조사 분석은 출발부터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유해 물질이 물속에 녹아 한강 일대를 지나면서 물고기를 죄다 죽이는 등 생태계를 파괴하고 서해로 모두 빠져나간 일이 있었다고 하자.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아 지나쳤지만 오랜 세월 뒤에 문제가 돼 정확한 인과 관계를 파헤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고 하자. 몇 년 또는 수십 년 뒤 아무리 뛰어난 연구 기관이 한강물에서 유해 물질을 찾는 컨설팅 조사를 하더라도 당시 문제가 된 유해 물질을 찾아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재 한강물은 매우 깨끗하므로 과거 한강물도 깨끗하다고 결론을 내려야 할까? 과거 보존돼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유해성을 가늠한다 하더라도 그 데이터가 작업 환경이 가장 나쁜 때 이루어진 객관적인 측정 결과라는 신뢰가 없는 이상 그 데이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문제가 된 그 시점에서 측정한 유해 물질과 그 측정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고 삼성전자 쪽은 줄곧 말해오지 않았는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 집단 직업병 사건'의 인과 관계를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혀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역학에서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요소로 쓰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양-반응 관계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옛날 노출된 발암 물질 농도를 모르니 양-반응 관계가 나올 수가 없다. 다만 여러 노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발암 물질을 다루었고 상당한 양의 발암 물질에 노출될 만한 작업 환경이 의심되고, 그리고 상당수의 노동자가 직업성 암 성격의 암에 걸렸다면 이를 직업병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1심 재판의 결과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전자 쪽은 이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 이는 가뜩이나 직업병 인정을 받기 어려워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노동자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리려는 시도다. 온몸으로 막아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가 노동계와 산업보건운동단체 앞에 놓여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역사를 쓰는 곳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칼럼을 쓰는 곳이어서 가정을 해본다. 만약 과거 엘지전자부품 회사에서 문제가 된 것이 급성생식 독성을 보이는 물질이 아닌 만성 독성을 지닌 '가'라는 상품명으로 불리는 'A'라는 발암성 물질이었다고 하자. 회사와 노동자들은 죄다 'A'는 전혀 모르고 '가' 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물질인 것으로만 안다고 하자. 그래서 노동자 교육도 시키지 않았고 산업 위생 전문가나 작업 환경 측정 기관도 이 물질에 대한 측정은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다 얼마 뒤 공정을 바꾸어 다른 물질(상대적으로 안전한)로 'A'라는 발암 물질을 대체했다고 하자. 그런데 10~20년 전에 사용한 '가'라는 물질이 문제가 돼 직업성 질환으로 보이는 노동자가 계속 나온다고 하자. 과연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을 부정한 인바이런이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이 사건의 진실인 'A'라는 발암 물질을 속 시원히 밝혀낼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엘지전자부품의 노동자들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두 명의 여성 노동자는 건강을 회복해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8명의 남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보건학계에서는 당시 2-브로모프로판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 25명 가운데 상당수 노동자의 '사건 그 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고 있다. 영구 불임이 된 여성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직업병 사건의 사후관리도 부실하다. 하물며 정부나 산업 보건학계, 회사 모두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작업 환경에 대한 10~20년 전의 사전관리는 더욱 허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엘지전자부품 노동자들의 집단 생식 독성 직업병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정부가 삼성전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벌어질지도 모를 위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 환경 측정을 제대로만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논란과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또는 무지해서 목숨을 잃고 또 불구가 되는 등 건강을 잃는 것도 문제지만 교훈을 삼을 만한 사건이 터진 뒤에도 그 교훈을 따르지 않고 내버려둬 노동자가 죽어갔다면 이는 살인 범죄나 다를 바 없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김은아 직업병연구센터 소장은 엘지전자부품 직업병 사건을 다룬 글에서 "성분을 모르는 화학 물질에 대해, 그 독성을 알기 전에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험을 동반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면 삼성전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질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용해온 모든 화학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기업 비밀' 운운하며 발뺌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며 이미 세상을 떠난 노동자를 다시 한 번 죽이는 일이다.
'소 잃는 사회'는 한마디로 위험 사회다. 또한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회' 또한 위험 사회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직업병 사건을 성찰하노라면 우리 사회는 분명 시도 때도 없이 소를 잃는 사회이며 동시에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계속 소를 잃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엘지전자부품 생식 독성 직업병 사건을 처음 보도한 <한겨레신문> 1995년 8월 19일자 기사. 전자 부품 회사 근무 세정 작업 여성 노동자 18명 유기 용제 집단 중독 증세 10개월간 생리 중단…2명은 혈소판 격감 빈혈로 입원 경남 양산군 양산읍 북정공단의 엘지전자부품(대표 김회수)에서 유기용제를 취급하는 여성 노동자 18명이 1년 가까이 생리가 중단됐으며 이들 가운데 2명은 악성 빈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유기 용제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18일 이 회사와 노동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전화기 버턴과 텔레비전 채널의 부품을 생산하는 택트스위치2과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20명 가운데 18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생리가 중단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난 11일부터 동아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아무개(20) 씨와 전 아무개(44) 씨 등 2명은 골수 검사 결과 재생 불량성 빈혈이 의심된다는 판정까지 받아 병원 쪽이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 또 이 아무개(22) 씨와 김 아무개(45) 씨는 회사를 그만두거나 부서를 옮겼음에도 현재까지 각각 7, 10개월씩 생리가 중단된 상태이다. 이들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기존의 프레온 가스 대신 일본에서 수입한 솔벤트 5200을 세정제로 대체 사용하면서부터 두통과 어지럼 증세를 보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생리 중단 현상을 보였다. 이 병원 박주성 교수(가정의학)는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는 2명의 혈소판 숫자가 정상치 6만∼30만 개보다 크게 적은 2만 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온몸에 내출혈로 보이는 피멍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환자들이 밝힌 작업 환경을 종합해 볼 때 유기 용제에 의한 증독 증세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솔벤트 5200을 생산한 일본 회사에서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밝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세정제로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이수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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