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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덩어리 토지주택공사, 외국 기업에 판다면…

[공작의 꼬리 경쟁·16] 적자를 내는 공기업?

적자를 내는 공기업? 사기업이 만능은 아니다

공기업이 적자를 내니 사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니 국가 돈을 낭비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공기업을 사유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유화를 하면 경쟁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공기업의 사유화가 결국 사회에 이익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럴 듯하게 들리고 또 이런 논리에 많은 사람들이 수긍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문제는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해고자의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공기업이 적자를 내고 또 사기업으로 전환해서 흑자로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기업이 이윤을 내기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다. 그 방법으로는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같은 일을 적은 인력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이윤은 그 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력이 2000명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공기업은 일인당 연봉으로 2000만 원씩을 지불하고, 해마다 2억 원의 적자를 낸다고 하자. 이 2억 원의 적자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이제 어느 사기업이 이 공기업을 넘겨받아 운영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사기업이 인력을 200명 삭감했다고 하자. 같은 일을 1800명이 담당하게 된다. 200명의 삭감으로 연간 40억 원이 절약되고, 이 회사는 이제 38억 원의 흑자를 내게 된다. 사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 과거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기업이 효율적으로 되었다고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납세자들의 부담도 줄고 또 그 공기업은 이익을 내는 사기업으로 변신했다고 하며 납세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즉 나태하고 놀고먹던 사람들이 그만두어서 좋아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이야기 하겠지만 당분간은 인력 감축 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일자리를 잃은 200명의 수입 40억 원 중 2억 원은 국가, 곧 납세자들에게 환원되고, 그리고 나머지 38억 원은 사기업의 소유자들에게 이전되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1800명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직장을 잃은 200명과 남아 있는 1800명이 되고, 사기업의 소유자와 납세자가 이익을 보게 된다.

이러한 이전 효과는 사실 효율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다. 그리고 1800명이 퇴직한 200명의 몫까지 담당함으로써 발생하는 고통 증가는 오히려 효율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2억 원 줄어 든 것은 바람직한 결과지만, 실업의 발생으로 인한 실업 수당, 의료 부담의 증가와 같은 실업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은 납세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비용 역시 종종 무시된다. 그래서 공기업이 사기업으로 이전되어 이윤이 발생했으며, 납세자의 부담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효율이 올라갔다라고 결론을 낼 수는 없으며, 또 공기업의 사기업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빈대 한 마리에 초가삼간 태운다고

▲ 만약 부채에 허덕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외국 기업에 넘긴다면, 시민에게 이득이 될까?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기업은 사기업보다 직장이 안정되어 있고, 어떤 공기업 직원들은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게으른 공기업 일꾼들이 세금을 축낸다는 것을 납세자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지 소수 사람들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서 마치 공기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논리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논리로 모든 공기업은 바로 사기업이 맡아서 경영해야 효율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기업이 맡아서 경영을 할 경우에 위에서 얘기한 소득 이전 효과 발생을 효율로 착각해서는 안 되며, 물 공급의 사유화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기업이 공기업을 운영하는데 따른 사회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보통 공기업은 독점인 경우가 많다. 독점 기업인 경우에는 시장의 수요 공급의 균형 가격보다는 높은 독점 가격에서 이윤이 극대화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장 가격을 올리고, 그에 따른 수요 감소에 맞추어 생산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력이 감축되고, 이윤은 증가하게 된다.

여기서 역시 이윤 증가와 효율 증가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이윤은 증가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손해를 고려하면 오히려 효율이 감소하게 된다. 보통 독점의 폐해는 기업의 이윤 증가보다 소비자의 피해 증가가 더 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위축이 왜 비효율적이고 사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자. 보통 공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는 특이한 재화들이다. 예를 들면 물, 전기, 교통, 교육, 의료 등이다. 대중교통을 예로 들어 보자. 교통비가 올라가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이 이를 감수해야만 한다. 교통비가 올랐다고 출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며 덜 다니는 일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부유층의 경우에는 교통비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거니와 이용한다 하더라도 지출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의 사유화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 사치재나 다른 소비를 줄이고 물의 소비는 거의 변함없이 쓰게 된다. 그러나 저소득 계층에게는 다른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교통비가 오르면 소득 수준의 한계에 봉착한 사람들로 가격 상승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으며, 기본 생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기업의 독점 이윤 창출을 위한 가격 상승으로 야기되는 빈곤 계층이 받는 고통은 시장의 가격 기구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의 도외시된 고통의 양은 사회 비용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볼리비아의 물 사유화에 대한 대규모 저항의 형태이건, 아니면 사회의 불안정으로 연결되는 불만의 내재 형태이건, 저소득층의 건강의 악화이건, 그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독점 이윤 계산에서 빠지게 된다. 눈에 보이는 이윤과 내재된 사회 비용은 성격상 비교하기 힘든 것이다. 내재된 사회 비용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어떤 가격 하에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윤과 같이 명확히 숫자로 표시되지 않으며 사회의 득과 실을 계산할 때 제외되곤 한다. 만약 볼리비아의 물 사유화의 법을 통과 시키는 과정에서 시장을 통한 이윤 증가나 효율 증가뿐만 아니라, 시장 밖의 예상되는 사회 비용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그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사회에 결국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사회 전체에 미치는 득과 실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 볼리비아는 물 사유화라는 실패가 예상되는 정책을 채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기업이 공기업으로 남아야 하는 이유

첫째, 소득의 이전 효과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공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사기업 소유주의 소득으로 이전되는 것이지 납세자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즉 사기업이 적자에서 흑자로 만들었다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흑자를 내는 공기업들의 민영화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과 공기업, 기관 가운데 '시장 영역에서 고수익 추구가 기대되는 우량 공기업을' 사적 자본에 넘기는 것이다.

둘째, 가격 상승 부분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 이야기다. 이윤 증가와 소비자의 피해 증가, 특히 물의 사유화 예를 통하여 보았듯이 저소득 계층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즉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결국 사기업의 독점 이윤 증가에 따라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여, 사회 이익이 사기업으로 이전하게 된다. 즉 돈을 버는 사람은 특정한 개인들이고 피해는 다수가 본다.

셋째, 공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의 독점적 성격 때문에 사기업의 시장 논리에 따른 이윤 극대화는 오히려 효율을 저해한다는 이야기다. 독점 가격 책정에 따른 이윤 증가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손해 증가가 크기 때문에, 사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상반되게 사기업이 더 비효율적이 된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사유화가 효율적이기 때문에 사유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사유화로 인한 사회의 비용 증가 등을 유발하여, 사유화로 인한 이득을 능가 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사유화는 사회 전체의 득과 실을 함께 보았을 때, 비효율적일 수 있다.

공기업의 사유화 문제는 효율이나 비효율에 관한 문제와 함께 분배 문제에서 중요하다. 사유화는 종종 고용 인원의 감축과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혜를 받는 계층이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계층이 있다. 물의 경우 물 값 상승으로 이윤을 챙기는 계층과 그 가격 부담을 하는 계층이 다르고, 대중교통 수단의 사유화 역시 마찬가지다. 소득 이전에 따른 손실이나 숨은 사회 비용들은 중산층 또는 저소득층이 분담하게 될 것이며, 그리고 그에 따르는 사기업의 이윤은 대부분 소유주인 고소득층의 몫이 될 것이다.

공기업의 사유화에 있어서 효율에 대한 논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분배 문제이다. 이제 사유화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시장주의자들은 이런 핵심이 되는 분배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가 없이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그러기 위해서 계층 간의 이해득실 관계는 좀 더 연구해야 하고, 사유화 논쟁에 있어 꼭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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