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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의 유혹, 수돗물·인천공항을 사기업에 넘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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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영화의 유혹, 수돗물·인천공항을 사기업에 넘기면…

[공작의 꼬리 경쟁·14] 공기업의 민영화

공기업의 민영화

공기업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는 비효율적이라고 하며, 민간 기업이 생산을 담당하여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기는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제거하기 위해서, 생산 수단을 사유화하여 정부 대신 시장에 그 기능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현재 한국의 주요 공기업으로는 전력, 물, 교통, 토지, 주택, 도로 등이 있다. 이들 공기업들이 종종 민영화 논의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업들을 개인 기업에 넘기면 효율이 증진되고 사회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인가?

공공재는 정부에 사유재는 기업에 맡겨야

정부가 효율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조직이 거대해지면서 관료화되고, 그에 따른 조직 자체의 비효율 문제가 있으며, 둘째 정부가 생산자로서 자원 배분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효율 문제가 있다. 이 두 문제는 따로 떼어놓고 보아야 각각의 문제점을 명확히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단지 두 번째 경우인 시장이 아닌 정부가 공공재 생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면만 고려한다. 그리고 정부 대신 사기업이 공공재의 생산을 담당하고 시장 기능에 의하여 자원이 배분될 때 생기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공공성이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러한 재화를 공공재라고 부른다. 어떤 재화의 공공성은 그 생산과 소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의해 판단한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질병에 대하여 예방 주사를 맞아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하고,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그 병을 옮길 가능성을 낮춤으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재화의 공공성이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그 재화의 효용이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경찰의 치안 유지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그러나 사립 경호원의 서비스는 사유재로 고용한 사람의 안전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러한 공공재의 몇 가지 예로는 예방 접종, 치안 유지 외에 국방과 국립공원,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위에 이야기한 재화의 특성에 따른 공공성 외에도 사회적 효용에 의한 공공성이 있다. 예를 들자면, 같은 물이라도 수돗물은 공기업이나 지방 정부가 공급하지만 가게에서 파는 물은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공급한다. 물은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이다. 양질의 물의 공급 없이는 기본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이라는 재화 자체는 효용이 한 소비자에게 국한된다는 면을 보면 사유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물 공급이 전체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을 때에는 공공성이 강한 재화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양질의 물이 부족하여, 사회 구성원의 전염병이 증가하거나 건강을 해치게 되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은 그 재화의 경제적 특성상 과자나 장난감과 다를 바 없을 수도 있지만, 사회적 효용을 무시하고 사유재로서 시장 기능에 쉽게 맡길 수 있는 그런 재화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재화는 그 특성이 각각 다르며, 그 특성에 따라 개인 기업이 제공해야 될 것들과 정부가 제공해야 될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커피와 같은 식품은 개별 기업이 제공하는 것이 정부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하여서, 수돗물의 공급이나 대중교통 서비스와 같은 공급 역시 사기업이 제공해야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공공성이 강한 재화는 사기업이 제공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게 되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성이 크다는 것만 가지고 정부가 꼭 그 재화를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그 재화를 공기업이 공급함으로써 사기업이 하는 것보다 더 사회에 이익이 될 때에 한정되는 것이다.

수돗물의 사기업화는 과연?

ⓒ프레시안
수돗물을 사기업에서 생산하게 하자는 의견의 예를 들어 보자.

여러 나라에서 물의 사기업화를 시도하였다. 그중에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의 압력으로 1990대에 물의 사유화를 추진하게 된다.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원조 계획에 물 사유화라는 것을 포함시킨다. 이에 볼리비아 정부는 외국 자본의 물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로 외국 기업들이 볼리비아의 물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제 볼리비아의 물 공급은 사회 전반에 대한 복지를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부터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 사기업이 담당하게 된다.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 물을 공급하는 독점적 위치를 이용하여 그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당연히 예상된 조처이다. 문제는 물이라는 것은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품이라는 데 있다.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다른 소비를 줄이고, 물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가 생필품에 집중된 저소득층은 물 값 상승에 따라 다른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래서 물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위생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볼리비아의 경우와 같이 국민 대다수가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물 값 상승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 결과 볼리비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게 되었다. 그 중에 2000년 초 코차밤바라는 도시에서는 그 저항이 대규모 민란에 가깝게 사태가 악화된다. 그 도시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몇 명의 사망자와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물 판매를 담당하던 베첼(Betchel)이라는 미국 기업은 볼리비아를 떠나고, 정부도 물 사유화를 허락한 법을 아예 폐지해 버린다.

볼리비아의 물 공급 사례는 사기업에 의하여 공공재가 공급되고, 시장 기능에 의해 그 가격이 결정되며, 그리고 그 가격에 따른 자원 배분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돗물이라는 상품 공급의 특성상 그에 따른 시장 가격이 바로 독점 가격이 될 것이고, 그래서 그 가격이 효율적일 수가 없다.

인간의 권리는 어쩌라고요

그러나 독점 가격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물은 인간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 논리로 물의 사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깊게 새겨야 한다.

물은 다른 상품과 아주 다르다. 보통 소비재들, 예를 들어서 물과 장난감, 과자, 학용품 등과 한번 비교해보자. 물은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고, 또 이것 없이는 위생을 유지할 수 없으며 건강을 지킬 수도 없다. 이러한 중요한 점들은 시장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시장 가격에 소비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가격이 너무 높아서 소비가 거부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학용품이나 장난감 같은 것들은 못 사면 못 사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소비량을 줄이거나 아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은 그렇지 않다. 다른 재화에 적용되는 시장의 가격에 의한 해결을 똑같이 물에 적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있다. 시장이라는 한정된 테두리에 적용되는 논리는 사회 전체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을 간과하게 된다. 물의 공급에 있어 시장 논리의 적용이 간과하는 중요한 몇 가지를 보기로 하자.

첫째, 시장에서는 계산되지 않는 사회 비용이 너무 크다. 이 비용은 인간의 생명에 관한 것이고, 돈으로 계산이 불가능하다. 만약 이러한 비용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에는 볼리비아의 경우와 같은 사회적 저항이 있을 수도 있고, 적어도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장은 이러한 경우에 전혀 쓸모가 없을 뿐더러 해결은 더욱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은 전체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분으로, 시장이라는 좁은 테두리에서 보았을 때 긍정적인 결과가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시장 외에는 자원 배분에 중요한 다른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원 배분이 결정되는 과정에 시장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결정 과정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시장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고집한다면, 물의 가격 상승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 문제를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회적 비용은 볼리비아의 경우와 같이 대대적 물리적 저항이라는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구성원들의 건강이나 위생의 악화, 그리고 그에 따른 불만으로서 내재될 수 있으며, 겉으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종종 무시되곤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이윤 같은 것만을 내세워 물의 사유화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둘째, 물의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에 실질 소득의 하락으로 연결되어 타격이 심할 것이다. 특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민층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물의 가격 상승 이전에 이미 영양분 섭취와 같은 기본적 생활 유지에 위협을 받는 계층이다. 물 값이 상승할 때 다른 긴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유가 없기에, 영양 섭취와 위생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건강 유지가 제대로 안 되면 이들은 사회의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잃게 되고 낙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의 의료, 복지와 후생의 지출 증가를 야기하고 결국 사회 부담이 늘게 된다. 이러한 시장에서 계산되지 않는 개개인이 부담하는 비용과 사회 전체가 담당하는 비용을 고려할 때, 사유화로 시장에서 계산되는 이윤이나 효율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고 그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 역시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셋째, 사유화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보는 수혜자와 비용을 부담하는 피해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물의 사유화를 통한 이윤은 기업에 돌아가고, 비용은 개개인이나 사회가 부담한다. 사유화로 인한 저소득층의 깨끗한 물 소비가 영향을 받고, 그 때문에 질병이 증가한다면, 결국 그 질병 증가에 따른 의료비와 같은 비용은 당사자나 사회가 지불하는 것이지 기업이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유화를 통한 시장 진출로 발생하는 이윤 전망은 기업이 사유화를 추진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물론 기업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비용은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계산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계산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 비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사회의 누군가가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공공재 생산은 이윤 동기에 의하여 작동되는 사기업이 담당하게 되면 비효율적일 뿐더러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기업의 사유화는 오히려 독점권을 한 기업 또는 소수의 기업에 양도함으로써 그 독점 이윤을 기업이 차지하여, 소수 특정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고용 감소와 같은 이유로 노동의 몫이 줄어들어 양극화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공공재 생산은 이윤과 같은 좁은 판단 기준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득과 실을 따져서 판단한다면 오히려 공기업이 그 생산을 담당함으로서 효율을 높이고 사회 문제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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