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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슬픈 유언…"도토리 싫어. 고기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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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슬픈 유언…"도토리 싫어. 고기가 좋아!"

[분석] '달빛요정' 도토리 논란, 진실은 무엇인가?

"세상이 정말 좋아졌나봐. 나 같은 것도 가수랍시고 판을 냈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도토리' 中)

지난 6일 세상을 떠난 원맨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 이진원 씨. 그는 '인디 뮤지션'이라고 불렸다. 홍익대학교 근처 소규모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을 거칠게 한 데 묶는 말이다. 그는 '세상이 정말 좋아졌나봐'라고 노래했지만 그의 사후에 비춰진 문제들은 현실이 정반대였음을 드러낸다.

가난한 '전업 뮤지션' 현실

그는 2003년 자체 제작한 1집 <인필드 플라이>가 입소문을 타고 1599장이나 팔리면서, 수록곡이 이동 통신사 통화 연결음 서비스에 등록되고 이듬해 정식 유통 앨범을 재발매하는 등 거대한 '대중음악 시장'에 편입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일간지와 인터뷰도 했지만,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웃음을 끼워 파는 대중가수는 될 수 없었다.

"얼굴이 알려져서 망했어. (…) 나는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도토리')라서가 아니다. 세상을 향한 비관과 독설이 가득한 그의 노래 제목과 가사는 방송이란 포맷에 어울리지 않았다. 몇 곡은 방송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자기 음악의 심장부인 가사를 밴드 이름처럼 '예쁘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 초 EP(미니앨범) <전투형 달빛요정-프로토타입 에이>을 낸 직후 음악 웹진 <음악취향 Y>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더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어서 히트를 쳐야 노후 보장이 되고 그럴 텐데, 지금은 이 상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강조하면서. 돈이 많이 벌리는 음악보단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음악을 택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선택의 기회비용이 뮤지션으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데 있었다.

▲ 공연 중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뉴시스

달빛요정, 음원 수익 배분 문제를 비추다

8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가톨릭대학교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식이 거행됐다. 사흘간 치러진 장례식에 고인의 동료와 팬들이 찾아와 슬픔을 나누는 동안, 온라인상에서는 '도토리'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4일 <한겨레>가 고인의 투병 소식을 전하면서 '고인이 자신의 음악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 음악(BGM)으로 인기를 끌었음에도 돈을 받지 못해 디지털 음원 회사에 항의하자, 음원 권리료를 도토리(사이버 머니)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을 실은 것이다. 소식은 빠르게 전파돼 음악팬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논란이 커지자 SK커뮤니케이션즈 측은 자사가 그동안 음원 권리 대행사인 뮤직시티를 통해 고인의 소속사에 도토리가 아닌 정당한 음원 권리료를 전달해 왔다고 해명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westminia)를 통해 "도토리 얘기는 돈(음원 권리료)을 지급하기 이전에 있었던 일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의 초점은 "(뮤지션들에게) 불합리한 음원 수익 배분 구조"라며 '음원 수익 배분 문제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논란은 고인을 포함한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음원 사이트가 지불하는 음원의 판매 수익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자면, 판매 수익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음원 사이트, 제휴사, 음원 권리 대행사 등을 거치면서 음원 생산자인 뮤지션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례로 기자가 한 뮤지션이 지난해 12월 모 사이트에게 제공 받은 음원 사용 계약서를 확인해본 결과 "사용료 지급은 정산 합계 총액이 30만 원이 넘는 시점부터 한다"고 적혀 있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씨 역시 "도토리는 상징적 사건에 불과하다"며 음원 수익 배분 구조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위의 경우처럼 음원이 일정 수준 팔리지 못하면 1원도 받을 수 없게 한 조항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요율 배분 그 자체에 있다. 음원이 소비될 때 그것을 만들거나 실연하는 사람은 턱없이 적은 돈을 받고, 판매·유통업체만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특히 현재 음악 소비의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음원의 유통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과정에는 △실연자(가수·연주자)와 저작권자, 음반 제작사 등 저작권 권리자들 △벅스·엠넷·멜론 등 음원 사이트들 △음원을 벨소리·통화 연결음·온라인 포털 서비스로 가공하는 제휴사(이동 통신사 등)들이 겹쳐있다.

가수는 직접 쓰거나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을 녹음해, 제작사를 통해 음반을 내놓는다. 음반은 홍보 대행사나 기획사를 통해 음원 사이트와 계약이 맺어져 해당 음원이 온라인에서 팔릴 수 있게 된다. 이 음원은 다시 제휴사와의 계약을 통해 벨소리 등으로 가공된다.

이 과정에서 음원 사이트가 수익의 절반 정도를 가져가고, 저작권협회에 지급되는 저작권료(9%)와 실연권협회에 들어가는 실연권료(4.5%)를 제하고 나서야 제작사나 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생긴다. 여기서 또 음원 유통 대행사에 지급하는 비용도 빼야 한다.

가령 싸이월드의 경우 음원 1곡이 판매되었을 때마다 계약 해당자인 '기획사 및 음반사'로 35%의 음원 권리료(저작인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저작권자에게 5%를 실연권자에게 2.5%를 따로 지급하지만, 수익의 57.5%는 고스란히 싸이월드 및 결제 대행 업체(10%)로 돌아가는 셈이다.

물론 '기획사 및 음반사'로 지급된다는 35%가 어떻게 쪼개져 가수에게 떨어질지는 양자 간 맺은 계약에 좌우된다. 가수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곡(약 500원) 당 35%(약 175원)를 회사와 음원 유통 대행사 등과 나눈다고 할 때 현실적으로 음악가에게 남는 몫은 많아야 몇십 원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음원 개별 다운로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음원 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9000원에 150곡 다운로드' 등 파격적인 월 정액제나 실시간 듣기(스트리밍) 서비스는 영세한 음악가·제작사에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를 더욱 줄인다. 또 휴대폰 벨소리, 통화 연결음 등 이동 통신사를 거치는 제휴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에도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 음원 사이트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작가 씨는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가 "인디 음악을 넘어 한국 음악계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가수가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경우 CF나 방송 출연 등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다른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개별적으로 활동하거나 약소 레이블에 소속된 인디 뮤지션들의 경우 음원 판매 외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달빛요정이 인디 음악계에선 드물게 매 앨범마다 2000장 안팎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히트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 반찬 먹게 해줘"('도토리')라고 노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편한 현실, 어떻게 고치나

고인은 생전에 자신이 대중 매체에서 '88만 원 세대'나 '루저' 등 젊은 세대를 둘러싼 사회 문제의 대변자로 표현되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결국 눈을 감으면서도 사회 문제를 고발하게 됐다.

'도토리 논란'으로 불거진 음원 수익 구조의 불공정성 문제가 온라인상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것. 누리꾼들은 음원제작자협회 등 뮤지션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협회의 직무유기를 성토하는 한편 이동 통신사와 음원 제공 업체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디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나 협회를 만들어 권익을 옹호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나온다. 따로따로 흩어져 자신의 음악 생산에만 몰두해 왔던 소규모 생산자들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대 앞 인디뮤지션들이 음악 생산 기반과 공정한 유통 채널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모임('자립음악가생산자모임(준)')을 지난 5월부터 추진해 왔다. (아래 상자 기사)

한편,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한 밴드 '못(MOT)'의 이이언 씨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eaeon)를 통해 "음원 수익 배분의 비율도 문제지만, 그것이 전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 어떤 음원이 얼마만큼 전송·재생되고 있는지 기록이 확실하지 않아 뮤지션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수익이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과거 정보통신부에 근무하던 지인이 이런 확실한 기록을 위해 디지털 음원 유통에 대한 '공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으나 관련 협회·부처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작권 협회와 음원 유통사가 담합하면 시장 규모 자체를 얼마든지 축소 은폐할 수 있는 구조"라며 우려했다. 공정한 유통이 이뤄지려면 정부의 감시와 개입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뮤지션의 CD를 사거나 공연을 가는 것은 고사하고 500~600원이 드는 음원 구입에도 인색했던 이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많은 음원 사이트들이 월 정액제·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경쟁에 매달려 온 데엔 소비자의 요구가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유럽의 자멘도(Jamendo)와 같은 대안적인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자멘도는 뮤지션들이 음원의 공개, 홍보, 상업적 사용이나 재판매 가능 여부에 대한 계약 내용을 직접 작성하고, 방문객들은 게재된 음원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각 뮤지션들 페이지의 방문자 수와 그들이 맺은 상업적 이용 계약의 내용에 따라 수익을 정산하게 되며, 자멘도와 해당 뮤지션이 50:50으로 나눠 갖는다.

달빛요정은 떠났지만, 한국 음악계의 불편한 진실은 그의 불편한 가사들과 함께 고스란히 남았다.

태동하는 '자립음악가생산자모임'

같은 음원 수익 배분 문제라도 다른 활동 경로가 없는 인디 뮤지션일수록, 그 가운데서도 덜 알려져 있거나 청자 폭이 적은 이들일수록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뮤지션들은 대형 음원 사이트를 둘러싼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도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논란으로 '뮤지션들이 노조나 협회를 만들어 권익을 옹호하면 어떻겠느냐'라는 제안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인디 뮤지션들의 자립 시스템 마련을 추진 중인 '자립음악가생산자모임(준)'의 일부 멤버를 8일 만났다.

달빛요정의 1집처럼 제작사 없이 자가 제작한 앨범을 지난 6월 발매한 '밤섬해적단'의 권용만 씨는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는 인터넷에서 음원을 팔지 않는 뮤지션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인디 음악계의 불공정 구조는 "레이블과 계약하고 앨범을 냈는데 돈을 하나도 못 받은 경우, 공연을 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못 받는 경우" 등 다양하다.

그는 "초점은 소위 '돈이 안 되는' 음악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음악을 만든데 대해선 조금이나마 대가가 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간에 많은 부분이 가로채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같은 밤섬해적단의 장성건 씨는 "현재의 시장 구조는 뮤지션의 열정을 착취하는 구조"라고 거들었다.

과거 '아마츄어 증폭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한받' 씨는 "작년 모 음원 사이트와 계약을 하려다가 뮤지션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는 계약서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한 레이블과 정식 계약을 맺고 앨범을 발매했으나 레이블 측으로부터 한 푼도 정산 받지 못한 경험도 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그가 만들고 노래한 음원은 레이블을 통해 음원 사이트에 올라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몫 없이 음원이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간 이런 상황을 지켜본 한받 씨는 "수익이 공정하게 음악가들한테 배분될 수 있는 대안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립음악가생산자모임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공간'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간은 인디 뮤지션들의 또 다른 생존 활로인 라이브 공연과 관련한 문제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도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클럽들조차 운영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관료가 치솟기 때문이다. 한받 씨는 "한 클럽은 2006년 이후 드는 손님은 그대론데 건물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올랐다"며 "뮤지션이 아무리 뼈 빠지게 공연을 해도, 클럽 주인이 정당한 대가를 주고 싶어 해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연습할 공간 역시 문제다. 밴드 '노컨트롤'의 황경하 씨는 "2008년쯤 홍대 인근의 합주실 10개 정도가 모여 가장 싼 방의 대여료를 1시간에 8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올리자는 담합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음악 생산자가 아닌 장소를 가진 자가 터무니없는 이득을 취하는 구조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홍대 인디 음악계가 공생이 아닌 자멸의 굴레로 순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가 터져 나온 것은 지난 5월 1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역 근처 철거 건물 '두리반'에서 열린 '전국 자립음악가 대회 뉴타운 칼챠 파티 제공 <51+>'라는 공연을 전후해서다. 두리반 농성 투쟁 기금 마련과 노동절 120주년 기념을 위해 인디 뮤지션 60팀 이상이 힘을 합친 이날 공연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뮤지션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상황을 타개해보자'는 담론이 형성됐다.

이후 진지를 짠 일부 뮤지션들이 5개월 이상 회의와 토론을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들을 수렴시켰고 현재에 이르렀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들은 "다양한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인디 음악계가 대중음악 시장의 '마이너리그'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 자체를 지켜낼 목적"이라면서 "불합리한 사례들을 찾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5월 1일 '두리반'에서 열린 <51+> 공연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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