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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고] 진보 교육감이 시민과 함께 읽어야 할 10권의 책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도 미래의 '인적 자원'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이 땅의 아이들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 초·중·고 12년은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도 취업 5종 세트를 따기 위해 치열한 취업 전쟁에 돌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청년 실업자는 대량 생산된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의 목적이 '인적 자원' 양성에 있는가? 그런 나라에서는 인문학과가 퇴출된 대학에 '핸드폰학과'가 개설되고,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 매장이 대학 교정에 세워지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 국가의 분권이나 역할 변화가 시민사회의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강화로 이어지는 지금 이곳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事人如天)"라는 인간에 대한 위대한 긍정의 철학이 실현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과 실천운동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 사상가 게리 테일러 개토가 말하듯이 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쳐야 한다. "여러분 스스로 '인적자원'으로 간주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 어떤 혁명보다 혁명적이다"(게리 테일러 개토, '바틀비 프로젝트', <녹색평론> 2010년 5~6월호)라고. 그의 교육 사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바보 만들기>(김기협 옮김, 민들레 펴냄)를 읽어보시라!

▲ <바보 만들기>(게리 테일러 게토 지음, 김기협 옮김, 민들레 펴냄). ⓒ민들레
나는 인간의 '지혜는 후회의 산물'이라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인민에겐 '대책'이 있다!"라는 중국 속담도 그런 후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공허한 '헛구호'에 대응하는 중국 인민들의 '삶의 지혜'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6·2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질주에 대한 우리 안의 '대책' 중의 하나였다고 믿는다. 선거 사상 최초로 무상 급식이라는 '복지 이슈'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마음의 기저에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갈망하고 촉구하려는 열망과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열망과 의지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교육 정책에 관한 한, 진보 교육감이 여럿 당선되었지만, 그들의 앞에 놓인 교육 현실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근본주의자로서의 관점과 원칙을 잃지 않으면서 열정을 다해 '좋은 정책'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는 '매혹의 언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상남도 밀양의 밀성고등학교 교사 이계삼이 쓴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녹색평론사 펴냄)은 교육 혁명을 바라는 독자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마땅하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친구'와 '골방' 그리고 '무위(無爲)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 책의 전언은 바로 '교사의 열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교육의 여러 주체 가운데서도 교육 혁명을 위해서는 '교사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나는 이 책을 보며 많이 생각했다.

그런 열정이란 스스로를 '무리들'이 아니라 '단독자'로 있게 하는 힘이고, 아이들과 마음을 다해 함께하려는 우정과 연대의 정신일 것이다. 나는 특히 이 책에서 전태일, 권정생, 김성환에 관한 글들에서 우리 시대의 '진짜 스승'을 찾아 나서려는 그의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그의 열정적인 구도자적 모습에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쓴 <무지한 스승>(궁리 펴냄)에 나오는 '조제프 자코토'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사의 열정'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느 동화책 속 '이소베 선생님'으로 표상된다. 일본 동화작가 야시마 타로가 쓴 <까마귀 소년>(윤구병 옮김, 비룡소 펴냄)은 유치원·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믿는다. 이 책이 갖는 진짜 의미는 '왕따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고, 그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이소베 선생님의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야시마 타로가 이 책을 쓸 무렵 일본의 상황을 동시에 읽어야 이 책의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이른바 대동아전쟁 무렵에 쓰인 이 책에서 야시마 타로는 군국주의적 획일화 교육의 횡포에 맞서는 '교육 예술'의 가능성을 암중모색했던 것이다. 그러나 야시마 타로는 결국 1939년 반군국주의 활동으로 일본에서 살 수 없게 되어 미국 망명의 길에 오르게 된다.

요즘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핀란드 교육'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번역서도 여럿 나왔지만, 나는 39인의 교육 전문가가 '신(新)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북유럽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보고 온 내용을 기록한 <핀란드 교육 혁명>(살림터 펴냄)이 눈에 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낙오자 없는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 현실은 정말 우리로서는 꿈만 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 혁명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40%에 이르는 핀란드의 조세 부담률은 27%에 불과한 우리의 실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굳건한 사회 민주화의 토대는 조령모개 식 교육 정책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은 몹시 부러웠다.

▲ <핀란드 교육 혁명>(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총서기획팀 엮음, 살림터 펴냄). ⓒ살림터
그러나 나는 핀란드 교육 혁명의 사례 또한 우리 공교육 시스템에 프로그램 베끼기 식으로 적용해서는 절대 안착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한국적 상황' 앞에서는 핀란드 교육도, 톨스토이학교 모델도, 그 어떠한 대안 교육의 모델들로 '내 자식만은 명문대에!'라는 중산층의 욕망에 포획되는 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 우려는 내 경험적 진실에서 비롯한 것이다. 수년 전 국내에서 2박3일간 열린 '톨스토이학교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이 절실히 느꼈던 문제의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톨스토이학교의 주임 교수인 레미조프는 다른 무엇보다 '교육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 집요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왜 톨스토이학교는 교육 철학의 문제를 강조했던 것일까. 아이의 영성(靈性)을 계발하고 참된 자아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른 누구보다 교사의 철학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워크숍에서 나 자신이 '어린 학동'이 되어 톨스토이가 지은 우화집 <아즈부카>를 교재로 삼아 문학 수업에 참여했던 경험은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학생, 교사, 부모, 교육 시스템 등 우리 사회의 교육 주체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우리만의 고유한 교육철학을 확립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좋은 모델들을 시스템에 이식(移植)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학생으로서 일종의 '한 사람의 혁명'을 실천하려는 태도가 그것이다. 강수돌의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 혁명>(그린비 펴냄)은 나온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어쨌건 경제 성장!'이라는 공허한 구호를 외치며 자멸의 길을 향해 가는 '타이타닉 현실주의'(더글러스 러미스)에 브레이크를 건 책이다.

일 중독과 소비 중독에 침윤된 우리 안의 자멸적 경쟁의 질서를 '나부터!' 바꾸려는 관점에서 적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바꾸어라"(간디)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너무나 오랫동안 잃어버렸다. 사다리 질서 대신에, 그가 제안하는 원탁형 구조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을 노동력의 관점이 아니라 사랑의 관점으로 대하려는 교육 철학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것은 여전히 '국가 권력'이라는 물리적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에게 투표를 하든 '당선자는 정부!'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국가 권력은 한 사회 내부의 절대적 권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 권력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을 경계하면서 주권 질서의 관념을 상대화하고 '보이콧'을 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곳의 교육 혁명을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앞서 언급한 교육 혁명가 존 테일러 개토는 교육 혁명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자유 의지'와 '고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자유 의지를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한기욱 옮김, 창비 펴냄)에 나오는 대사로 표현하면,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혼자 있고 싶습니다" "더 이상 안 합니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바틀비의 동료 필경사는 "아, '싶다'라는 단어? 아 맞아요―이상한 단어지요. 나 자신은 그 단어를 결코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자발적 노예화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 혁명을 말할 때는 하우 투(how to)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은 윌 투(will to)의 관점이 더 절실히 요청된다. 하우 투의 관점은 대체로 중산층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이기심의 정책적 표현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펴냄)에서 보수주의에 대응하는 '열 단어짜리 철학'을 역설했다. 보수주의의 강력한 국방, 낮은 세금, 작은 정부에 대응해 강한 미국, 더 나은 미래, 효율적인 정부 같은 진보주의의 가치, 원칙, 방향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즉, 그들의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고, 우리의 '프레임'을 재구성해 언어로 제시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삼인 펴냄). ⓒ삼인
맞는 말이다. 나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보야, 문제는 언어야!"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담론)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치의 본질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생각의 프레임을 '매혹의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일은 그래서 멈출 수 없다. '4대강 살리기' 같은 예에서 보듯이, 지금의 언어 환경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언어의 위기는 결국 의미의 위기가 아니던가. 진보 교육감들이 좋은 정책을 담은 멋진 '매혹의 언어'로 생각의 프레임을 확장하고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소통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 커뮤니티(community)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신은 태초에 바보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연습용이었다. 보다 진화한 신은 본격적으로 학교와 교육청을 창조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똑똑한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근대 학교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른바 '범생이'일수록 자신이 살고 있는 실재의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는 '헛똑똑이'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광구의 <나리, 온달, 보리 아빠의 희망 교육 분투기>(동녘 펴냄)는 자신의 세 아이가 세상 물정 모르는 '헛똑똑이'로 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아빠의 '분투기'이다. 평범한 보통아이 보리에 관한 기록은 중1 아들을 둔 나로서도 적잖이 공감하는 바가 많았음을 여기에 고백한다.

"이제는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을 세워야 한다. 아니, 줄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가진 씨앗을 꽃피우게 해야 한다." (머리말)

이 소박한 언어로 표현된 교육 철학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교육 철학이 아닌가. 진보 교육감을 비롯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희망 교육을 위해 저마다 '분투'를 하고 '연대'를 할 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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