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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모래밭에서 수영 즐기는 휴가…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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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모래밭에서 수영 즐기는 휴가…불가능한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을 위해

다섯 명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이포보의 상판과 함안보의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인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다. 그들은 80%에 이르는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죽이기'를 정부가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진정한 강 살리기는 어떤 것일까?

정부는 서울 한강을 그 예로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 명의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가리키는 '달'을 보기 위해 우리는 서울 한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이포보 상판에 올라가 있는 서울환경연합의 염형철 처장은 지난 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을 위한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울환경연합의 제안으로 2008년 10월 하순에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을 위한 연구단이 조직되었다. 단장은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로서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교수가 맡았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해서 허재영 교수, 유정칠 교수, 구본경 박사, 홍헌호 박사, 황평우 소장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반 년 동안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은 서울 한강을 넘어서 전국의 모든 강을 지키고 되살리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상 '4대강 죽이기'인 '4대강 살리기'가 서울 한강을 모범으로 제시하며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전혀 달리 겨우 시장에 재선된 오세훈 시장은 혹독한 재선의 관문을 통과하고 민심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민심을 배우기는 했어도 따르지는 않는 것 같다. 민심은 분명히 '4대강 죽이기'와 그 일환인 '한강운하'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런 민심과는 달리 '한강운하'를 강행하고 있는 것 같다.

이로써 '한강의 경악'은 참담한 '한강의 비극'으로 더욱 심각하게 악화될 판이다. 서울 한강의 진정한 복원은 서울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서울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서울 한강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의 강으로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화'의 길이다.

회색 콘크리트 호안으로 뒤덮이고 회색 콘크리트 댐으로 가로막힌 서울의 한강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한양 진경화나 1960년대 이전의 사진들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본래 서울의 한강은 극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의 강이었다.

이미 너무 많이 파괴되어 옛날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모습을 그대로 되찾을 수는 없어도, 지금과는 달리 생명이 넘실거리는 자연의 강으로 서울의 한강은 되살아날 수 있다. 강변의 습지와 숲, 그리고 모래밭이 살아 있는 자연의 강으로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 살리기'이며 '진정한 선진화'이다.

ⓒ홍성태

예전에 서울의 한강은 여름이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강수욕을 즐기는 아름다운 자연의 강이었다. 강둑에는 버드나무, 미루나무, 포플러나무 등의 각종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고, 둔치에는 강아지풀, 조리풀 등의 각종 풀들이 푸르른 풀밭을 이루고 있었고, 강변에는 부들을 비롯한 물풀들이 곳곳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팔당 아래 미사리에서 시작해서 광나루, 잠실, 뚝섬, 압구정, 이촌동, 여의도, 합정동을 지나서 김포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은 서울의 한강을 상징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의 선물이었다. 강둑과 둔치를 덮고 있는 푸르른 숲과 풀밭, 그 아래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크고 작은 많은 섬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맑고 푸른 강물, 이것이 서울의 한강이었다.

겨울에도 서울의 한강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강태공은 여름에는 여울에서 견지 낚시로 쏘가리, 동자개, 누치, 장어, 붕어 등을 낚아 올렸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에 구멍을 뚫고 역시 견지 낚시로 겨울잠을 자던 잉어를 낚아 올렸다. 서울의 한강은 시민들에게 사시사철 식수는 물론이고 식량을 제공했다.

그리고 겨울에도 서울의 한강은 중요한 휴식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었다. 시민들은 서울의 한강에서 여름에는 뱃놀이와 강수욕을 즐겼고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겼다. 콘크리트 호안과 콘크리트 댐으로 파괴되지 않은 살아 있는 강에서 시민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육체의 휴식뿐만 아니라 영혼의 위안까지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서울의 한강을 되살려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한강이 진정한 복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상태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서울의 한강은 강이 아니라 콘크리트 호안에 갇힌 '콘크리트 수로'이며 콘크리트 댐에 갇힌 '콘크리트 호수'이다. 서울의 한강은 이른바 '공구리 공화국'이라는 문제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한강의 기적'은 사실 '한강의 경악'이라고 해야 한다.

박정희 정권의 '한강 개발 3개년 계획'(1968~1970)과 뒤이은 1970년대의 강변 개발 정책,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한강 종합 개발 사업'(1982~1986)에 의해 서울의 한강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의 강에서 칙칙한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크게 망가지고 말았다. 이렇듯 서울의 한강은 이른바 '개발 독재'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특히 박정희 정권의 개발이 '구개발주의'를 대표한다면, 전두환 정권의 개발은 '신개발주의'를 대표한다.

박정희 정권(1961~1979)의 개발과 전두환 정권(1980~1987)의 개발 사이에는 커다란 외형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강을 단순한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후진적인 강 관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둘 사이에 어떤 차이도 없다. 아니, 오히려 강을 이용한 여가를 내세운 '신개발주의'가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서울의 한강에서 잘 볼 수 있듯이, 그것은 강둑과 둔치를 완전히 도로와 위락 공간으로 파괴했고, 곳곳에 남아 있던 모래밭을 완전히 파내서 없애 버렸고, 강변을 콘크리트 호안으로 완전히 뒤덮어 버렸고, 강바닥을 마구 파내서 일률적으로 평탄화했고, 콘크리트 댐으로 강을 대대적으로 수몰시켰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거의 20년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하고 진정한 강 살리기를 요구했으며, 서울시에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진정한 강 살리기 계획을 추진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에 이르러 신개발주의는 극단화의 양상을 보이게 된 것 같다. 2006년에 그는 환경운동연합의 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자랑하며 서울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마을 제1호'였던 '한양주택'의 보존 요청을 거부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었을 때 시작한 뉴타운 정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영원히 사라진 '한양주택'은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 문화 주거 단지였다.

여기서 나아가 그는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적극 참여해서 '한강 운하'를 강행하고 있다. '한강 운하'와 '강변 초고층 재개발'은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이다. 덧붙여 서울시는 콘크리트 호안을 대대적으로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일부 추진하고 있으나, 그냥 그 위에 마직포를 깔고 흙을 뿌려서 풀을 심는 황당한 공사를 벌이다가 시민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진정한 한강 살리기'를 위해 '한강 르네상스'는 시급히 중단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서울의 한강을 모범으로 삼아서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한강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의 강을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만들어서 파괴한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정한 강 살리기'는 어떤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선진국'의 경우에 대해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200년 전쯤부터 강을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만드는 파괴적인 개발을 적극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은 반생태적 문제를 깨닫고 1960년대 중반쯤부터 '진정한 강 살리기'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복원은 그 좋은 예이다. '진정한 강 살리기'의 핵심은 콘크리트 호안과 콘크리트 댐을 철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시금 아름답고 풍요로운 강을 거의 되살릴 수 있다.

ⓒ홍성태

서울의 한강에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 울창한 강변 숲과 풀밭, 물풀이 자라는 습지, 하얗게 빛나는 모래밭을 모두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둔치 공원과 유람선도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진정한 강 살리기'는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를 자연의 강으로 되살려서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강은 '강 죽이기'의 모범이 아니라 '진정한 강 살리기'의 모범이 될 수 있다. 미사리에서 김포에 이르는 곳곳에서 모래밭이 되살아나서 시민들은 다시 예전처럼 편안하고 여유 있게 강수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곳곳에서 여울이 되살아나서 시민들은 다시 예전처럼 강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즐겁게 견지 낚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자르강의 모습은 결코 꿈이 아니다. 서울의 한강은 이자르강보다 훨씬 더 크고, 그런 만큼 훨씬 더 큰 자원과 희망을 품고 있다.

강을 죽이는 후진적인 정치가 아니라 강을 살리는 선진적인 정치를 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서울의 한강은 '진정한 선진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강 죽이기라는 잘못된 토건사업이 아니라 강 살리기라는 올바른 토건사업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강 죽이기에 퍼붓는 막대한 혈세는 교육, 복지, 의료, 문화를 위해 써야 한다.

강을 죽이는 후진적인 토건국가의 너머에 강을 살리는 선진적인 생태복지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한강은 그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에 들어가서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시민들이 모래밭에서 편안히 모래찜질을 즐기고, 누구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세계적인 명소, 서울의 한강은 이런 생태문화 공간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한강 복원 연구단은 서울의 한강이 회색 콘크리트 감옥에서 벗어나 싱싱한 자연의 강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서울의 한강은 강둑, 둔치, 강변, 강물이 모두 되살아나서 수많은 생명체가 어우러진 생태계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서울의 환경 질은 크게 개선될 것이고, 따라서 시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강 죽이기'가 아니라 '강 살리기'가 시대의 요청이다. 서울의 한강을 콘크리트 감옥에서 해방시켜 푸르고 싱싱한 자연의 강으로 되살리자. 서울의 한강에서 강수욕을 즐기며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인 강의 가치를 다시 온몸으로 깨닫자. 하늘에는 은하수가 밝게 흐르고, 땅에는 아리수가 맑게 흐른다. 이 아름다운 모습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현해야 하는 현실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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