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21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 "재벌의 세금 인상은 성역이 됐고, 그 세수를 쥐어짜기 위해 서민이 희생되고 있다.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정 총리에게 "저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이 재벌 편향적이라고 본다"며 "현 장관이 국세청장, 관세청장과 함께 전경련 관계자들을 만나 재벌들 편의를 봐주겠다고 발언한 것이 합당하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정확한 발언 내용을 알지는 못하지만 편의를 봐 주겠다고 말한 적은 없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현 부총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기재부 장관이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데리고 (전경련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이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냐? 세무조사 덜 하는 것 아니냐. 이래도 재벌 편향적이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홍 의원은 "정부가 선정한 경제활성화 관련 15대 중정 처리 법안 중에 9개가 전경련에서 '이것 꼭 해 달라'고 입법을 촉구한 법안"이라며 "이게 어떻게 경제 활성화 법안이냐, 재벌 지원 법안이지"라고 했다. 그는 정 총리에게 "경제활성화 15개 법안 중 서민을 위한 법이 뭐가 있느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경제민주화…"라고 다소 엉뚱한 답을 했다가 "여기에 무슨 경제민주화 법이 있느냐. 전혀 모르신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는 "기재부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 재벌과 함께 조세 보고서를 만든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기재부 산하 조세연구원(당시 원장 조원동 현 청와대 경제수석)이 펴낸 <미래 경제·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 방향> 제하 보고서에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소장이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지적하며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재벌이 원하는 세법을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이라고 내놓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거기에 나온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법인세를 인상하지 않는 게 소신'이라고 했는데, 법인세를 올리면 재벌이 부담하게 되지만 법인세를 안 올리면 서민을 쥐어짜는 것"이라며 "8.8 세제개편에서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434만 명, 식당 하는 음식점주 67만 명 세금을 올리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냐"고 추궁했다. 정 총리가 "논란이 되어서 (이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하자 홍 의원은 "그러니까 법인세는 조금도 건드리지 못하고, '434만 명 중에 한 200만 명은 봐 줄게. 음식점주 67만 명 중에 50% 30만 명은 봐 줄게'라고 (수정)한 것인데, 이게 타당한 것이냐. 재벌 세금 안 올리기 위해 서민을 쥐어짜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홍 의원은 "서민 쥐어짜기의 완결은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며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인상하실 것이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그건 경제부처에서…. 경제부처 의견을 들어 달라"고 답했다. 홍 의원이 "대기업 맥주보다 중소기업 맥주가 세금을 2배나 더 낸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정 총리는 "전문성이 없어 모른다"며 다시 경제 부처에 물어 달라는 취지로 피해 나갔다.
그 외에도 정 총리는 2012년 전체 당기순이익 중 삼성전자, 현대차 등 상위 3개 업체가 28.6%를 차지하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2010년을 기점으로 완화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가 "삼성과 현대-기아차를 빼면 나머지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20% 줄었다. 국무회의에서 보고 안 받으시나?"라고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정 총리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전날부터 '수사 중'이라며 답변을 피한 것에 빗대 "국정원 사건은 수사기관에 맡기고, 경제는 경제 부처에 맡겨 두면 총리는 뭐 하시나"라며 "내각 총사퇴는 아니라도 총리는 그만두시는 게 낫지 않겠나"고 쏘아붙였다.
민주, 정홍원에 '대선개입' 공세 "같은 말씀 계속…총리님이 '봇' 입니까?"
홍 의원이 언급한 '내각 총사퇴'는 앞서 경제 분야 질의를 시작하기 전 정 총리를 상대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홍 의원은 이날 검찰이 추가로 국정원의 '정치 트윗' 121만 건을 찾아내 추가 기소한 것을 들며 "정말 이게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 정말 답답하다. '응답하라 보수의 양심'이라고 외치고 싶다"고 했다.
홍 의원은 정 총리에게 "대선이 끝난지 1년인데, 국정이 돌아가지 않고 박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을 못 느끼느냐"고 했다. 정 총리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취지로 답하자 홍 의원은 "5년 내내 재판만 하다 끝날 것이냐. 국정이 이 정도로 마비됐다면 내각 총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그는 "총·대선 때 국정원이 야당 파괴 공작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국정원에서 (야권을 이간질하기 위해) '내가 이쪽 지지자인데 저쪽이 나쁘다'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행위가 있다면 범죄행위 아니냐"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홍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 최재성, 이윤석, 부좌현 의원 등 질의자로 나선 야당 의원들은 경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거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국정원이 120만 건의 글을 날랐다는 보도가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 예산을 줘야 하느냐?"고 현오석 부총리에게 따졌다. 최 의원은 "안보 때문에 안 줄 수도 없는데, 그러니 국회가 (국정원 예산을) 통제해야 한다"며 국정원 예산을 기재부 예비비로 편성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여야 간 예산 논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정 총리가 전날부터 계속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고 책임지우겠다. 그러나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답을 되풀이하자 "그런 말씀 계속 하실 거면 전부 사퇴해야 한다. 총리가 봇(bot : 같은 내용을 반복 전송하는 트위터 응용프로그램)이냐?"고 비아냥댔다.
정 총리는 검찰의 120만 건 추가 공소장 변경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려 했기 때문에 추가 기소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황교안 법무장관과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방해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한 일도 없다", "어떤 부분에 대해 장관이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황 장관이 그런 사람도 아니다"라고 적극 부인했다.
이윤석 의원이 "대통령께 (특검을 받자고) 직언하기가 그렇게 어렵느냐"고 쏘아붙이자, 정 총리는 "그렇지 않다. 드릴 말씀 다 드리고 상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특검을 한다는 것은 제가 법리적으로나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소신에 따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 이장우, 야당 의원 질의 도중 "김일성주의" 야유로 물의 한편 이날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정 총리를 상대로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부적절성에 대해 따졌는데,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김 의원의 발언 도중 "그게 김일성주의야"라고 야유를 보내 김 의원의 질의가 중단되는 소동이 있었다. 김 의원은 이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민주당 의석에서도 "어제는 '(진성준 의원에게) 월북하라' 더니 오늘은 김일성주의냐", "김일성주의가 저 발언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발이 나왔다. 회의를 진행하던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이 의원에게 "그동안 의원들이 의석에 앉은 채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을 관행적으로 용인해 왔지만, 금도와 품격을 지켜달라"며 공개 주의를 주고 질의를 계속 진행하게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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