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데버러 허즈먼 위원장이 직접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현지 유력 언론들은 "아시아나 항공 기장의 조종 미숙에 무게를 두고 있는 내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국내 언론들이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다"는 허즈먼 위원장의 발언을 부각시키며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NTSB의 조사는 지금까지 사고 원인에 대한 추정 중 가장 권위 있는 것이다.
▲ 데버러 허즈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아시아나 항공 사고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로 '충돌 직전 조종사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NTSB 발표는 사고원인이 '조종 실수'라는 것을 의미"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의 윤영두 사장은 기체의 기계적 결함을 의심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조사 내용은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허즈먼 위원장은 "조종석 음성기록과 비행기록의 데이터에 따르면, 착륙을 앞둔 목표 속도인 137 노트에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부족한 속도였다"면서 "며칠 내로 조종사들을 면담조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허즈먼 위원장은 "조종석 음성기록에 따르면, 충돌 7초 전 속도를 올리라는 요청이 있었고, 3초 뒤에 동력을 잃어버리기 직전 상태임을 경고하는 '조종간 진동'이 발생했고, 1.5 초 뒤에 착륙을 포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허즈먼 위원장은 "충돌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비행기록의 데이터들이 적정 속도에 크게 못쳤고, 육안으로 확인하는 '시계 착륙'을 시도하던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 보면 조종 실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기장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46)기장은 총 비행시간이 1만 시간에 가까운 베테랑 조종사였지만 사고가 발생한 대형항공기인 B777-200ER의 경우 기종 면허를 딴 뒤 43시간 밖에 운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는 "허즈먼 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 7초 전까지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허즈먼 위원장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은 내비치지 않고, 거의 전적으로 착륙을 준비하던 조종사들의 행동에 집중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자동착륙유도장치는 변수 안돼"
일각에서 활주로의 자동착륙유도장치가 꺼져있었다는 것을 사고의 원인으로 제시하지만, 갑자기 꺼진 것도 아니고 사고 당일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자동착륙유도장치를 꺼두는 경우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관제탑에서 육안을 통한 '시계착륙'을 지시했을 만큼 착륙을 위해 자동착륙유도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강국 기장은 베테랑 조종사이지만, 사고 기종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간 첫 비행"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활주로는 바닷가로 길쭉하게 나와있어 착륙이 까다로운 편이다. 아시아나 항공 측에서는 보잉 777 기종에 숙련된 다른 조종사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기장의 권위 때문에 부기장 등이 제때에 의견을 제시 못해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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