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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박근혜 의중' 실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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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박근혜 의중' 실렸나

청와대-국정원-새누리 '합심' 가능성 높아져

국가정보원의 정상외교 비공개 대화록 공개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졌을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핵심 보직을 역임한 인사들이 대선 당시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장하거나 추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청와대에서도 국정원을 감싸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국정원의 단독행동이 아니라 청와대-국정원-새누리당의 공감 속에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 사흘 동안 "대화록 공개는 청와대와 무관한 일"이며 "국정원이 판단한 것이고, 책임도 국정원이 질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지난 언행들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그려 볼 수 있다. 26일 석간신문 등에 청와대가 회담록 공개에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에서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화록 공개 문제도 포함되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알아서 해석하시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25일에는 박 대통령이 6.25와 관련한 "왜곡된 역사 인식"이 있다고 주장한 직후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했다. 'NLL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있다'는 말로 읽혀,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를 사실상 두둔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여기에 이어 지난해 대선 때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과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선거 당시부터 대화록을 입수했거나 '집권하면 대화록을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대화록 사전 입수'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대화록 공개를 요청하는 등 공개를 추진해왔다는 부분은 남는다.

(관련기사 보기 : "권영세, 집권하면 NLL 대화록 까겠다")

이는 대화록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근혜 당시 후보를 정점으로 하는 새누리당 선대위의 집단적 인식이었다는 방증이다. 특히 대화록 공개는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밝힌 입장과도 부합한다는 면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가 대통령의 뜻'이라고 인식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여당이 제기한 'NLL 포기' 공세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한 바 없다면 명예를 위해 당당히 공개하면 이런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며 "대화록이 국정원에 있다면 왈가왈부하지 말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개하면 더 이상 시끄러울 일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또 집권 이후 다른 사안들에 대한 언급 역시 대화록 공개 논란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관점이 어떨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과거 오랜 동안 누적돼 온 잘못된 관행들을 국민 입장에서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은 핵발전 비리 척결,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남북회담 대표의 '격' 문제 등 국정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다.

지난 3일 회의에서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 문제를 언급하기 직전 "국민이 정부를 믿고 힘을 모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들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도 이와 같은 '원칙'에 대한 강조다.

현재 여당과 보수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록 상 발언이 'NLL 포기'라는 왜곡된 해석을 펴면서 10.4 정상 선언 자체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가 '10.4 선언 전면 재평가론 힘 실린다' 제하 기사를 내보낸 것이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집권세력의 일원으로서 박 대통령이 회담록에 대해 이들과 같은 해석을 공유한다면, 그 역시 이를 '바로잡아야 할 문제'로 잘못 인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은 그 대상이 과거 정부냐 현재 정부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 파장 등에 대한 계산과도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단, 대통령 자신의 인사권 행사나 아직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앞뒤의 정황, 인수위 시절의 '최대석 미스터리' 등의 부분에는 이같은 '투명한 공개'의 원칙이 지켜진 것은 아니어서, 박 대통령이 어떤 경우를 공개 원칙에 대한 예외로 해야 한다고 여기는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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