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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잘라낸 졸리…찬사 뒤 숨은 '불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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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잘라낸 졸리…찬사 뒤 숨은 '불편한 현실'

"안젤리나 졸리급 여자에게나 가능한 얘기"

'할리우드의 악녀'에서 '할리우드의 성녀'로 거듭난 안젤리나 졸리가 '박애주의적 깜짝 발표'를 했다. 유전성 유방암 예방을 위해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고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밝힌 것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서 몸이 회복되는대로 자궁적출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사생활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표한 이유에 대해 졸리는 "다른 여성들도 내 경험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졸리는 "오늘날 혈액검사로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알아내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선택에 자신의 경험이 참고가 되고 용기를 얻게 해줄 것을 기대했다.
▲ '세계 최강 커플'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졸리가 '선제적 유방절제 수술'을 받고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충격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AP=연합

"졸리의 선택, 누구를 위한 공개냐"

졸리 자신의 선택과 다른 여성들을 위해 그 내용을 공개한 졸리의 행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졸리의 선택에 대해 "건강염려증 환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거나 심지어 '위선자'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는 "의학적으로 논란이 많은 선택을 대중적 영향력이 큰 스타가 '모범사례'처럼 공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란 누구를 가리키느냐. 자기과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졸리는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세계 최강의 커플로 불리며 막대한 부를 소유한, 그야말로 '1%에 속하는 여자만 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일 뿐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졸리는 기고문에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인용하면서 매년 약 45만8000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주로 저소득 국가에서 유방암에 의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현실을 전했다. 또한 졸리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유전자 검사를 받아 선제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급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험도 안되는 유전자 검사조차 부담스러운 현실

하지만 졸리가 받고 권유한 치료법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라는 미국에서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미국에서 3000달러가 넘는다"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이런 비용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보험 대상도 아니다.

또한 졸리는 "나에게는 운 좋게도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남편 브래드 피트가 있다. 남편은 내가 수술 받는 모든 순간을 함께 했고, 힘든 과정 속에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 "우리 부부는 가족을 위해 이것이 올바른 선택이며,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은 현실세계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급 여자들만 가질 수 있는 행운이다.

15일 영국 <가디언>에는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을 보고 같은 여자로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영화제작자 새드 월시의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 월시는 "어쨌든 졸리는 어떤 여성도 소득이나 보험 문제로 검사와 치료를 할 권리를 부정당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가장 앞장 서서 동의할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새드 월시의 '미국의 많은 여성들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할 여유가 없다(Many US Women Can't Afford To Do What Angelina Jolie Did)'라는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안젤리나 졸리가 최근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졸리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여성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했다. 불행하게도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많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건강에 대해 뭔가 결정을 해야 할 때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처지인 경우가 아주 많다.

졸리는 암에 대처하는 문제에서 많은 여성들에 비해 크게 유리한 점이 있다. 바로 비용이 얼마가 들건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졸리는 양쪽 유방 절제와 재건 수술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졸리가 현존 최고의 시술을 받았고 가장 비싼 비용을 치렀을 것으로 추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졸리가 밝혔듯 유전자 검사 비용만 해도 많은 여성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며, 보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유방절제 수술과 재건수술 비용은 비싼 보험에 가입한 여성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비싸다.

어떤 보험이냐, 어떤 의사의 시술을 받느냐에 따라 비용도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2100만 명의 여성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유방절제 수술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검사조차 받기 어려운 처지다.

"졸리는 희귀 사례, 유방절제 유행 우려"

의학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냐에 대한 논란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유전적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인 유방절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유방암 관련 치료술은 졸리가 기고문에서 인정했듯이 최근에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앞으로도 더욱 뛰어난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현재도 유방암은 자궁암과 함께 가장 높은 생존률을 보이는 비교적 양호한 암에 속한다. 그런데도 유방암에 걸릴확률이 높다고 해서 미리 유방을 통째로 절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유방암 전문의 모니카 모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유방절제술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면서 "실제 자신의 위험을 과도하게 평가하거나 유방 재건술을 이용해 더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여성들도 많이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유전적인 경우도 선제적으로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냐도 개별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유전적 유방암과 난소암은 사람의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1 유전자나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아직까지 이 유전자들이 정확히 어떻게 암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BRCA1과 BRCA2가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세포 억제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에게 유방암이 발현될 확률은 평균 65%이며, 졸리의 경우는 특별히 높은 케이스로 87%에 달한다. 졸리는 "유방절제수술로 87%의 확률을 5%로 낮췄다"고 밝혔다.

문제는 '졸리 따라하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로 박사는 "BRCA 변이처럼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유방절제 수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해당되는 여성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유방암 초기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유방암 절제술이 유행할 수 있다"면서 졸리의 케이스가 무분별한 '유방 절제 유행'을 초래할 부작용을 경고했다. 유방 종양 절제술이 유방 절제술만큼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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