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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람들이 박근혜를 배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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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람들이 박근혜를 배신하다

[기자의 눈] 朴정부 인사 난맥, 검증라인 문책해야

이쯤 되면 총체적 인사 난국이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낸 사표만 6장째가 됐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의 성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임기 초반, 특히 취임 후 한 달이다. 그 한 달째를 맞은 날 또다시 김만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것은 아니지만, 추천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상의'를 했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포함시켜 7명째로 셈하기도 한다. 또 차관급은 아니지만 1~2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내정 및 내정 철회까지 '인사 난맥'의 양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비서관급까지 거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언론사별로 판단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통상 행정부처 국장급(3급)부터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셈법은 아니다.

이들을 다 포함시키면 어느새 두 자리 숫자가 된다. 여기에 한 명이 더 붙는다. 인수위원직을 그만둔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다. 임시직인 인수위원이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는지는 좀 애매한 문제다. 다만 살펴볼 지점은 있다. 인수위원 24명 가운데 박근혜 정부 고위직에 지명됐던 사람은 총리급 1명(김용준 후보자), 장관급 3명(진영·서승환 장관, 김장수 안보실장), 차관급 3명(유민봉·최성재·모철민 수석) 등 7명이다. 이혜진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인수위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 해단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인수위원 24명 중 7명이 차관 이상 고위공직자로 지명됐고, 6명이 실제 임명됐다. ⓒ뉴시스

숫자도 숫자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 대변인이 입만 열면 얘기하는 '새 정부 국정철학, 국정기조, 국정과제'를 박 대통령이 선임한 인사들이 몸으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관계는 아직 수사 결과에 따라 아니라고 밝혀질 여지가 있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측과 제기받은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한두 명도 아니고 6명째다.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해명하기도 어렵다.

대선기간 TV토론에서부터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재정마련 방책이 '지하경제 양성화'였다. 그런데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해외 비자금 계좌 운용 및 역외 탈세 의혹에 휩싸인 결과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부담부 증여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경찰대 졸업식을 찾아 직접 강조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4대악 척결'이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성폭력이다. 김학의 차관이 휘말린 '성 접대' 의혹은 바로 여성 사업가가 성 접대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권 아무개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김종훈 장관 후보자도 '누구에세 세를 줬는지 미국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부인 소유 건물 지하에 세든 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성매매는 엄연한 범죄인 만큼, 지하경제에도 해당된다. 또 박 대통령은 안보가 '국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동흡 후보자는 본인이, 김용준 후보자는 두 아들 모두가 병역을 면제받았다.

대통령이 '주가 조작 엄단' 지시를 내리는 판국에, 김종훈 후보자는 처남의 회사가 장관 지명을 즈음해서 신주를 발행해 닷새 만에 상한가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소명해야 했다. 김병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미얀마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받았던 KMDC 주식을 보유한 것이 들통나 결국 낙마했다. 그나마 기업인 출신인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가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잘 몰라 지명을 수락했다 철회한 것은 이해가 갈 만한 사정이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들고 나와도 유권자를 볼 면목이 없는 처지가 돼버린 셈이다. 공약 실천, 칸막이 철폐를 되풀이 언급하며 아무리 다잡아도 공무원들에게도 영(令)이 안 선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곤란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본인이 정치인·당선인 시절부터 고수한 '비공개주의' 인사 방식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사검증 실무자들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정권 초반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떤 선에서든 청와대 검증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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