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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일까?

[박근혜 취임 한 달] 창조경제, 알고보니 21세기식 박정희 모델?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미래'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2년 당시 재선의 '박근혜 의원'이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서 나와 만든 정당은 '한국미래연합'이었고, 그가 여당 내 소수 정파의 수장이던 시절 친박계를 자처하며 당을 뛰쳐나간 이들이 만든 당은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였다.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것은 '국가미래연구원'이었다.

현재 박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강조하고 있는 가치 역시 '미래'에 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수위에 놓이는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이며, 이를 청와대에서 지원하는 역할은 미래정책수석이 한다.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 부서임도 주지의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부"라는 언급을 통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선 기간부터 미래부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시켜,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부서"(2012년 10월, 새누리당 선대위)로 규정됐다. "창조기술의 산업 확산과 경제 각 부문의 상상력과 창의성 배양, 미래를 선도할 신성장동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연계 등이 미래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미래부 구성의 핵심 논리는 산업 간 융합에 있다. "창조경제는 융합이 핵심"(3월 18일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이라는 것이다. 공룡 부처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미래부를 복수 차관제의 거대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난 12일 기업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의 입에서도 '융합'은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는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비롯해서 IT와 미래 산업에 대한 각종 업무를 미래부에서 총괄, 원-스톱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서 세계 속의 경쟁에 밀리지 않도록 하려 한다"고 미래부 설립 취지를 밝히면서 "제가 구상한 창조경제는 IT와 산업의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소재 IT기업 '알티캐스트'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IT기술 장비 시연을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를 '창조경제 현장방문'으로 명명했다. ⓒ청와대

정부 부처 간에도 '융합'…본질은 미래부와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 '융합'은 산업 분야 간에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이나 취임 이후 거의 모든 공개 발언에서 '행정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언급했다.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모든 부처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통해서 일관성과 효율성을 다졌으면 한다"(18일 수석비서관회의)는 취지다.

부처 간 업무의 융합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든지 협의 기구를 만들어서 너와 나의 일을 구분하지 말라"며 "TF팀이나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하면 예산이 그 협의체로 가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예산 운영과 인사 평가 시스템도 부처 간 협업을 염두에 두고 손을 보라는 것.

박 대통령이 미래부를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산업 간 융합이나 정부 내에서 이끌어내려 하고 있는 부처 간 협업은 같은 맥락을 가진다. 대통령이 제시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영역이나 산업분야의 구분은 없어져야 하며, 목표 중심으로 모든 것이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제시한 목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목표 지향적 체제는 효율성 극대화라는 무시 못할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국가의 핵심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되는 체제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이끈 '박정희 체제'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업무 처리 메커니즘으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 구조가 된다. 박근혜 정부 1기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상명하복에 익숙한 관료 출신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관련 지시를 보면 이런 우려가 단지 기우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문화와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도 서로 접목해서, 접목되는 부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시장과 수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을 전부 찾아내 수석실과 각 정부 부처에서 챙기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전부 찾아내 챙기는' 이같은 방식의 지시는 바로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진했던 '박정희 모델'을 연상시킨다는 평이다. 박근혜 정부가 '21세기형 박정희 정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관측은 여기에 기인한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지난 7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미래부를 "박근혜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비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래' 대신 '근대화'라는 목표를 제시했었는데, 박 대통령이 '미래'를 향한 국정 기조로 제시했던 국민행복, 경제부흥, 창조경제, 문화융성이 박정희 시대의 민족중흥, 잘살아보세, 과학입국, '체력은 국력'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묘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박근혜의 미래, 21세기식 박정희 모델일까?

박정희 체제의 긍정적 측면을 짚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장기 전략을 세워 필요한 투자와 정부 지원을 해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었다면 그건 항상 유효한 전략"이라면서도 "예전처럼 대통령이 재벌총수에게 강제로 '여기다 투자해라, 저기다 투자해라' 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라면 그건 이미 시대가 지나간 것"이라고 했었다.

장 교수의 조언대로 박근혜 정부는 투자와 지원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융합 테마주'로 분류되는 일군의 기업들의 주가만 올려놓고 끝날까? 미래부 장관이 아직 임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섣부른 예측은 위험할 수 있다. 다만 몇몇 불길한 조짐들은 보인다.

우선 창조경제를 이끌 현장 지휘관 격으로 박 대통령이 발탁했던 2건의 인사는 모두 실패했다. 김종훈 전 미래부 장관 후보자와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다. 관료 출신이 다수인 박근혜 정부에서 이들의 현장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미국과 기업 현장으로 돌아갔고 '창조경제'는 관료들에게 맡겨졌다.

정태인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상에 대해 "표제는 좋다. 사회적 자본, 융합 얘기도 나오더라"고 긍정적 측면을 짚으면서도 "관료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나열한 것"이라며 "개념과 정책이 따로 노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국가가 개입할 부분과 놔둬야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걸 구분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큰 틀에서 별달리 다를 것이 없는 '혁신경제', '두 바퀴 경제'론을 주창했었고, 본인 스스로가 성공한 IT 기업인이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최근 "밑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창조이지, 위에서 명령하듯이 하면 창조가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에서 '신성장 동력'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정해버리는 것은 요즘 맞는 접근 방식이 아닌데다 '융합'이 잘 되지 않게 벽을 치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싹트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하준, 정태인 그리고 안철수. 이들의 조언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융합이라는 방향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빅3'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한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국가 주도, 관료 중심의 하향식 체제로 '창조경제'가 잘 될까 하는 점에 대한 우려도 한결같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우려를 기우로 돌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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