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이날 강연 중 "오늘 광주에서 문재인 후보께 제안 드린다"며 "각자의 공약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방식과 형식만 따지면 진정성 없을 뿐 아니라 단일화 감동 사라지고 1+1이 2가 되기 어렵다. 우선 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중들은 열렬한 박수로 안 후보의 제안을 반겼다. 안 후보는 "먼저 정치개혁 선언을 해야 한다. 그것을 지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며 "그럴 때 '바꾸겠습니다' 하고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 측은 여러 채널과 방법을 통해 안 후보 측에 접촉을 제안했으나 안 후보는 '정치혁신이 먼저', '단일화 시기와 방법은 국민이 만들어줄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고수해 왔다. 그랬던 안 후보가 이날 강연에서 문 후보와의 직접 회동을 말한 것.
이에 따라 단일화 논의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강연 직후인 이날 오후 3시20분께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 기자실에서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과 (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장이 전화로 연락해서, 내일 배석자 없이 두 후보가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 6일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직접 회동하기로 함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안철수가 직접 제시한 '단일화 3대 원칙'은?
그간 단일화 관련 언급을 피해 온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의 원칙을 직접 세 가지 제시했다. "첫째,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둘째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 셋째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모든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같이 맞설 때, 그 때만 정권교체가 가능하고, 또 정권교체 이후에도 원만한 개혁을 이루고 함께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새 정치를 향한 국민연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정치의 근본적 쇄신과 변화가 정권교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기득권 세력의 장벽을 넘어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시기 개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명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때도 개혁 구호는 있었지만 재벌, 검찰공화국, 양극화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에 대한 반성도 촉구했다.
안 후보는 "정치경험도 조직도 세력도 없는 제가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마치 거대한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다윗이 이겼듯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세 가지 변화로 "첫째, 그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깨졌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 선거역사상 처음으로 정치혁신, 정당혁신의 과제가 본격적으로 선거 의제가 됐다. 셋째,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지금도 여전하지만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안 후보는 "(박근혜) 대세론은 깨졌지만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며 "이대로 가면 70년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게 아닌가 많은 분이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 과제를 저 혼자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꾸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집권연장 반대,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겠다"
한편 안 후보는 "새누리당 집권 5년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이 파탄나고 평화가 위협받은 거꾸로 간 5년"이라며 "그런데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지난 5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 본 적 있나"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열망이 두려워서 이름, 색깔, 정책 바꿨는데 그분들 말하는 변화는 진짜 변화일 수 없다"며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재강조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정권교체 열망, 잘 알고 있다.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안 후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자신의 제안에 대한 반박도 이어갔다. 그는 "정치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이 '정치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다, 그렇게 비하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래서는 안 되죠. 저는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 뜻이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바라는 게 이런 것 같다. 기본을 지키고 정도를 걸어가면 희망이 보이는 나라, 반칙과 특권은 벌 받고 상식과 정의가 살아나는 나라, 그게 다다. 그게 진정으로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안 후보는 광주에서 "1997년, 우리 국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택했던 이유는 바로 변화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50년 만의 여야 간 정권교체를 바탕으로 낡은 과거의 유산을 딛고 도약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제가 벤처를 키워나갈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 정부가 IT와 벤처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김 전 대통령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에는 1997년과 같은 새로운 변화가 다시 재현되기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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