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8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소비세 인상 법안이 처리될 경우 가까운 장래에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즉각 "가까운 장래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언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면서 분명한 시기를 못박을 것을 요구했다.
▲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소비세 인상안에 발목이 잡혔다. 최대 야당 자민당이 법안 통과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중의원 조기 해산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기 때문이다. ⓒ로이터=뉴시스 |
나아가 자민당은 총리문책결의안과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참의원과 중의원에 각각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자민당과 공명당을 제외한 국민생활제일당 등 군소 야당은 전날 총리문책결의안과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중의원을 통과한 소비세 인상 법안은 참의원 통과를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참의원 특별위원회도 연기됐다.
중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참의원은 여소야대 상태여서 최소한 총리 문책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고, 총리 퇴진을 거부하면 이를 빌미로 야당은 참의원에서 소비세 인상안 처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공공연한 총리 교체 요구 목소리
노다 총리가 자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의원 조기 해산을 약속하면 소비세 인상안이 참의원을 통과하겠지만 엄청난 당내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소비세 인상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당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노다 총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내각 지지율은 현재 2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어서, 이대로 조기 총선을 치르면 정권을 잃을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의 막후실세로 불리는 오자와 이치로는 소비세 인상안을 추진하는 노다 총리에 반발하며 수십명의 의원들을 이끌고 탈당해 '국민생활제일당'이라는 신당을 만들고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 제출에 앞장서는 등 노다 총리를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소비세 인상안 표류에 국채 금리 급등
노다 총리가 소비세 인상안에 정치생명을 건 이유는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자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국채 금리가 치솟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각종 복지 공약을 내걸고 집권한 민주당은 현재 거의 대부분의 복지공약을 포기한 상태이며, 일본 인구는 3년 연속 수십만 명씩 감소하는 등 경제인구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다 총리는 세금이라도 더 걷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오자와 이치로가 탈당까지 하며 반기를 든 것에서 보듯, 국민만 쥐어짜 세금을 더 거둔다고 일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반대여론도 적지 않다.
일본의 정국 불안으로 소비세 인상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일본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올해 들어 최대폭의 급등세를 보인 뒤 8일에도 소폭 추가 상승하며 장중 0.8% 선을 넘어섰다.
정권 무기력, 일본 정치의 난맥상 드러내
이번 집권당의 위기가 일본 정치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는 했지만, 요즘 민주당은 '무늬만 민주당'이라든지 '도로 자민당'이라는 등 보수파가 득세하고 있다.
게다가 자민당이 집권당의 해산을 압박한 배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지역구 의원직을 승계하듯 당선되는 사례가 많은 일본 정치 풍토에서, 고이즈미는 일본의 세습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기득권 세력이 장악한 일본 정치가 위기 상황의 나라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