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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모바일 투표, 부정적 의미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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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모바일 투표, 부정적 의미의 혁명"

문성근 "현재로선 최선"…민주, 모바일 경선 놓고 이견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는 등 당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당 내외에서는 경선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모바일 투표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면서 한편에서는 경선 룰에 대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최장집 "전자기술 발전해도 직접민주주의는 안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포럼' 창립 기념 특별강연에서 "당의 노선과 이념, 그리고 대통령 후보를 모바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발상은 부정적 의미에서 혁명적"이라며 "인터넷·휴대폰·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제와 친숙한 그룹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 그룹은) 특정한 이념·태도·취향·열정의 담지자들이고, 특정 인물에 대한 열정과 지지의 강도가 높고, 자신의 열정과 진보성을 드러내기 위해 급진적·추상적 담론과 이념적 언어를 사용하기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 그룹이 일반 유권자를 폭넓게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사회경제적 저변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모든 것이 짧은 시간에 숨돌릴 새도 없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기서의 선택은 졸속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국민이 진다"며 "온라인 공간과 사이버 공론장의 단절되고 짧은 사이클로 명멸하는 변덕스런 여론의 힘만으론 지속적이고 강력한 정치적 의제를 설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한국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 명명했다.

그는 "전자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들이 직접 정책과정을 모니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직접민주적 참여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의제를 보완하고 좀더 좋게 만드는 보완적 개념"이라며 "현대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보다 우월한 제도"라며 현대사회는 그 복잡성 등으로 인해 직접민주제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누구나 1인1표라는 점에서 정치참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평등한 참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 및 당원 강화론은 최 교수의 오랜 지론이다. 하지만 지난 6.9 임시 당대회 이후 민주당 내에서 모바일 투표 '개선론'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교수의 이날 강연에 적잖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최고위원, 추미애 대선후보경선기획단장 등이 이미 '현행 제도 개선'을 주장한 바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오른쪽)가 19일 민주당 민생포럼 주최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문성근 "모바일투표,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

반면 문성근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선출에) 가급적 국민의 뜻이 정확하게 반영되게 하는 방법은 광범위한 모바일 투표"라며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모바일 강화론을 주창한 문 고문은 과거 민주통합당을 창당할 때 자신이 이끈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혁신과 통합'이 요구한 것이 "정당 민주주의 측면에서의 당 혁신이었다며 "SNS 혁명시대에 들어오면서 정당 구조에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자고 합의했는데 총선을 거치면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 고문은 "대선 경선과정에 참여하는 국민경선 선거인단이 300~500만이 될 텐데, 이 분들과 함께 느슨한 네트워크형 정당, 온-오프(라인) 결합 정당을 만들자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선 경선을 설계하자"며 "국민과 유리돼 있는 상태로는 보수세력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해낼 수 없기 때문에 정당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문 고문은 이 자리에서 "우리 민주당에서 국민경선을 해서 300~500만이 참여해 (후보를) 뽑았는데 바깥에 안철수 교수가 계신다. 이 300만의 뜻을 우선 덮어놓고 또다시 다른 방법으로 경선하자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원샷'(경선)을 하자"고 안 교수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최장집 교수는 손학규 고문의 후원회장 출신이다. 문 고문 본인과 그가 주도한 단체 '국민의 명령'은 문재인 고문 지지성향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자해적 정당구조"

한편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적대적 구도를 기반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되며, 최근의 '종북논란' 등 민족 문제를 정치의 중심적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사회경제적 분배 문제 등 타협이 가능한 이슈가 중심이 돼야지 민족, 낙태, 동성애 등 가치적 문제가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민주당이 과거 제왕적 총재 체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당 내 민주주의를 강조해 당 내 리더십이 사라지고 전문화와 필요한 수준의 관료화가 불가능해진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이는 "자해적 정당구조"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정당개혁은 민주화 이후 여러 정치개혁들 가운데 최악의 변화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당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들 간'의 문제"라며 당 내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는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 이상주의적 이해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문성근 고문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정당'을 주장한 것과는 강조점이 선명히 갈린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선 이같은 두 흐름이 제각각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 쪽은 상대 쪽을 향해 '포퓰리즘'으로, 상대 쪽은 반대 편을 향해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벌써 엿보인다.

이날 최 교수의 강연을 주최한 민생포럼은 이낙연 의원이 회장을 맡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부 모임'이다. 강연에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병석 국회부의장 후보를 비롯, 중진급의 김동철·신기남·신학용·유인태·이윤석·전병헌·조정식 의원과 초선인 김광진·백군기·송호창·은수미·최민희 의원 등 총 4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이날 추미애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은 대선후보 경선기획단 1차 회의를 열고 경선 룰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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