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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로존 이탈 기정사실"…뱅크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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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로존 이탈 기정사실"…뱅크런 급증

[진단] 스페인 정크본드 직전 추락, "6개월내 전면 구제금융행" 경고

유로존 위기가 급박하게 치닫고 있다.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해 '정크본드' 직전 단계로 추락했고, 그리스에서는 뱅크런이 또다시 급증하면서 당장 며칠 사이에 폭발할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 그리스 주요 은행에서 하루에 우리 돈으로 1조 원 안팎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고, 규모가 작은 은행에서도 하루 수백억 원씩 예금이 인출돼 버티기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랑스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은 그리스에 있는 자사 계열 은행을 포기하는 등 비상대책을 세울 정도다. 이렇게 인출된 돈은 초단기 금융상품이나 독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 폐허가 된 그리스의 한 산업공단 입구에 비바람에 남루해진 그리스 국기와 유럽연합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오늘날의 그리스와 유로존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AP=연합
스페인 구제금융으로 그리스 정치권 분열 심화

그리스에 뱅크런이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된 이유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에서도 그리스를 국가부도 위기에서 구해낼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결국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급격히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지경이거나,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 머물면서 다시 총선을 치를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리스 정국은 혼란스럽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정되면서 여론이 더욱 분산되고 있다.

이미 그리스는 1차로 스페인에 주기로한 구제금융보다 더 많은 1100억 유로(약 160조 원)를 받았고, 올해 초 1300억 유로(약 190조 원)의 2차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1차 구제금융 규모 정도인 1070억 유로의 빚도 탕감받았다. 그러니까 합해서 거의 500조 원 정도의 지원을 이행됐거나 약속된 상태다.

문제는 2차 구제금융에는 그리스인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는 추가 긴축안을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지금 그리스 정치권은 추가 긴축을 이행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아예 이런 조건을 폐기하겠다는 진영, 재협상이라도 해보자는 진영,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긴축안을 이행해야 한다는 진영 등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다.

독일 여론, "그리스에 또 퍼줄 수 없다" 싸늘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정되기 전만 해도 그리스의 여론은 유로존에 남으려면 긴축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조금씩 힘을 얻어가면서, 현실론을 내세운 신민당이 간발의 차이로 긴축안 재협상을 요구해온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스페인이 긴축요구도 받지않은 일종의 특혜성 구제금융을 받게되자 "스페인을 보니, 우리만 바보 취급을 당했다"는 불만 여론이 고조되면서 시리자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긴축안 자체를 폐기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신민당조차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급히 바꾸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지지율이 30%도 안될 정도로 그리스 정치권은 지리멸렬한 상태이고, 한달 전 1차 총선 때처럼 입장이 달라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리스 정당들은 긴축안을 폐지하거나 재협상에 나서겠다면서도 유로존에는 남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2차 구제금융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유로존에서 탈퇴하거나 퇴출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구제금융 도미노" 조짐

최근에는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서 독일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도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일부 매체는 "그리스가 올 여름 추가로 구제금융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배경에는 "이런 식으로 그리스에게 돈을 또 퍼줘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깔려있다.

그리스에 또다시 구제금융을 줘야 하면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이 가장 많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그리스를 마치 돈 없는 친척이 계속 손을 벌리는 것처럼 애물단지로 취급하고 있다.

유로존에서 '구제금융 도미노'가 일어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그리스 총선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존 회원국 중 작은 섬나라인 키프로스는 이미 정크본드 등급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황에서 그리스 총선이 악재로 작용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키프로스의 재무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그리스 총선이 치러지는 17일 이전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직접 나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도 미국의 신용평가사 이건존스가 제기했다. 스페인의 국가등급을 거의 디폴트 임박 수준인 'CCC+'로 강등시킨 이건존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많고 은행의 신용도가 좋지 않다"면서 "이들 두 국가가 6개월 안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도 이탈리아가 스페인처럼 구제금융 형식의 지원 요청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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