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은 지난 8월 중순에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5%에 불과했다. 또한 9월 16일 발표된 CBS-NYT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5%의 지지율로 공동 5위에 그쳤으나, 10월 3일 발표된 조사에서 지지율 17%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공동 1위를 기록한 뒤 지난 25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25%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 허먼 케인이 28일(현지시간) 앨러배마 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
그동안 가장 강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혀온 롬니는 21%로 2위를 기록했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10%), 론 폴 하원의원(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때 1위였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5위로 주저앉았다.
허먼 케인의 돌풍에 대해 미국 정치판에서는 기득권층과 연결된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케인이 증세를 혐오하는 극우단체 티파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꼴통 보수'가 득세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때 1위를 달렸던 페리도 티파티의 지지를 받았다가, 이 지지세가 순식간에 케인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케인은 페리가 갖지 못한 매력까지 겸비해 그 인기가 결코 일시적 돌풍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티파티 지지 후보들 중 케인의 돌풍 두드러져
일각에서는 '케인 현상'은 정치자금에 휘둘리면서 복잡한 논리를 펴는 기존 정치인들에 치진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케인이 누구 못지 않은 극우 보수 인물이지만, 서민적 이미지에 단순한 공약을 내걸고 조직이나 자금도 없이 꺼리김 없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도 케인의 인기 비결로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와 누구나 케인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만큼 이웃집 아저씨 같은 평범 이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케인은 공화당 주자 중 유일한 흑인이며, 미국에서도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조지아 주에서 인종 차별을 견디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운전기사로 일했다. 케인은 코카콜라와 버거킹을 거쳐 파산 지경에 놓인 피자 체인 '갓파더스'의 최고경영자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 같은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에 뛰어난 유머 감각과 투박하며 허심탄회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도 케인의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케인, 초반부터 남부 집중 공략 전략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런 인기에 고무된 케인은 첫 4개주 당원대회에서 1, 2위를 다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케인은 티파티의 근거지이자 미국 남부의 첫 당원대회가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1위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케인은 통상적으로 후보들이 첫 4개주 코커스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주력하는 초반 경선 전략과 달리, 자신의 근거지인 남부 공략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
케인은 28일 미국 남동부 조지아와 이웃한 앨러배마 주에서 유세를 가진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내년 1월 3일 첫 경선 코커스가 시작되는 아이오와 주 주도 디모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케인은 이 곳을 방문한 지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23%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롬니는 22%로 2위로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들에 비해 론 폴은 12%, 페리는 7% 등 맥을 못썼다. 지난 8월 페리처럼 티파티의 지지를 받으며 최소한 아이오와 주에서는 1위를 차지해 주목받은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8%로 4위에 그쳤다. 다른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도 케인과 롬니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는 "케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거의 조직도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면서 "이번 조사는, 지난 2008년 때도 아이오와 코커스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1위를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조직과 자금, 케인은 외면하고 롬니에게 집중
사실 객관적으로 기성 정치권의 지지세나 자금 면에서 케인은 롬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롬니는 지난 18일 현재 공화당 연방의원 31명의 지지 선언을 얻어내 대선 주자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세를 확보했다고 의회 전문지인 <더 힐>이 보도했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 케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또한 미국 대기업과 업계 단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의 정치 후원금이 몰리는 대선주자도 단연 롬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연방선거위원회(FEC)와 의회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롬니 전 주지사는 지난달 말까지 107명의 기업 로비스트로부터 18만5560만 달러의 직접 기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케인은 지금까지 로비스트로부터 받은 직접 후원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롬니와 페리 등 다른 후보들이 케인의 공약 베끼기로 케인의 인기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9-9-9 플랜'으로 불리는 케인의 조세 공약이 그의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케인의 대표적인 공약은 개인소득세, 법인소득세, 판매세를 9%로 묶어 일괄과세하자는 것이다. 비율은 다르지만 롬니와 페리도 '일괄과세' 방식의 조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민은 복잡한 조세 제도와 경제위기에 따른 증세 등 조세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세금 정책은 1912년 논란이 됐던 수입관세 폐지에 이어 100년 만에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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