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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여름, 가을…정치 변동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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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여름, 가을…정치 변동은 계속된다

바레인 16세 소년 숨져…이집트선 최소 24명 사망

지난 1월 튀니지 시민혁명으로 시작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열풍, 이른바 '아랍의 봄'이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아랍권 곳곳에서는 시위가 벌어졌고 바레인의 16세 소년 등 최소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는 아흐메드 자베르(16)가 시위 도중 사망한 사실이 7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자베르는 전날 벌어진 시위에서 체포되는 도중 '급성 심장질환'(cardiac arrest)으로 숨졌다고 바레인 내무부가 밝혔다. 시위대는 길을 차단하고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으며, 화염병과 돌로 보안군을 공격했다고 내무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시아파 반정부 활동가들은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정부 보안군이 근거리에서 새 사냥용 산탄총을 쏘았고 자베르는 이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바레인 인권센터(BCHR) 활동가 마리암 알카와자는 "보안군이 발사한 탄환이 그(자베르)의 심장과 폐를 관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원유 운송의 길목에 위치한 페르시아만의 섬나라 바레인은 수니파가 정권을 잡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시아파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BCHR은 지난 2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바레인에서 4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9일 7명이 숨지는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3월부터 시작된 민주화 시위에 대한 정권의 강경진압으로 18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900명이 숨졌다.

이날 시리아 정부는 야권 등 반정권 세력의 '국가위원회'를 인정하는 모든 국가에게 보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지난 2일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바사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해 '국가위원회'를 창설한 바 있다.

한편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같은날 또다시 '며칠 내'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과거에도 수 차례 퇴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예멘에서는 2월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래 14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정부 성향 인권운동가 타와쿨 카르만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9일(현지시간) 대부분 기독교인들로 이뤄진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등 정부 보안군에 맞서고 있다. 이날 이집트에서는 24명이 숨져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최악의 유혈참사가 빚어졌다. ⓒAP=연합뉴스

이집트·튀니지에선 종교적 색채…'이슬람주의' 논쟁

바레인·시리아·예멘의 시위가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라면, 이집트와 튀니지는 독재정권 타도 후의 과도기 '성장통'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나는 시위는 다소 종교적인 양상을 띤다.

이집트에서는 9일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현지 텔레비전 방송은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과 군용 차량이 불타는 모습을 보도했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10일 새벽 긴급 군사위원회 회의가 소집됐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선거 때까지 최고군사위원회가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카이로에서 일어난 시위는 지난 주 아스완주(州)의 콥트 기독교 교회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공격당한 것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군인과 시위대 등 최소 24명이 숨지고 민간인 107명과 군인 86명 등 212명이 부상했다고 이집트 군 당국은 밝했다.

이집트 인구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콥트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이슬람교도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으며 정부가 반(反)기독교 정서에 너무 관대하다고 비판해 왔다. 이집트 시민들의 힘으로 독재정권 타도에는 성공했지만 사회 통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날 튀니지에서는 수백 명의 이슬람주의 성향 시위대가 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의 억압적인 측면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페르세폴리스>를 방영한 것에 항의해 방송국을 공격했다. 이들은 <페르세폴리스>가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여성의 얼굴과 몸을 가리는 의상 '니캅'을 대학교에서 착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BBC>는 튀니지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 이슬람교가 사회 전반에서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슬람주의자들과, 종교는 예배당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속주의자들 간의 입장차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튀니지에서는 벤 알리 정권이 축출된 이후 이슬람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지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다'는 이날 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튀니지의 시위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제헌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튀니지 뿐 아니라 곧 선거를 치르는 이집트와 리비아 등 3국의 활동가들은 같은날 치러진 폴란드 총선을 참관하고 민주 선거제도에 대한 '현장학습'을 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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