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부자 증세'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최소 100억 유로(약 15조6200억 원) 규모의 부자 증세와 감세혜택 중단 등을 통해 재정적자 감축에 나선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증세 패키지' 정책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연간 50만 유로(7억8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3%의 추가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프랑스의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줄어들 때까지 적용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 기한을 201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7.1%였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5.7%, 내년 4.6%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로이터>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가 이같은 증세 및 감세 혜택 중단을 통해 올해 30~40억 유로의 세수 증대를 꾀하고 2012년에는 100억 유로까지 추가세입 규모를 늘릴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프랑스 정부는 '수퍼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증세와 함께, 법인세 세액공제와 기업의 후생시설 부담금에 대한 면세 혜택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내의 논의에 참여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프랑스는 최근의 경기 둔화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아직 최상위 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프랑스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달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프랑스 부자들, 버핏 따라 '부자 증세' 요구
프랑스 부자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 14일 미국의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재정지출 축소보다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이다.
프랑스 언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로레알'의 상속인 릴리안 베탕쿠르와 정유업체 '토탈'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마르주리, 광고 재벌 '퓌블리시스'의 CEO 모리스 레비, 프레데릭 우데아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 최고경영자(CEO), 장-시릴 스피네타 에어프랑스 사장 등은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 최신호 기고문에서 "자본 흐름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특별 기부'를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악화되는 정부 부채로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정부 재정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단결된 노력을 요구할 때 우리가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들은 프랑스 프랑스의 시스템과 유럽 환경의 혜택을 받은 계층임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원래 프랑스어임을 상기시킨다.
이 운동을 이끌고 있는 '퓌블리시스'의 레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기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의 노림수는?
프랑스 정부의 '증세 패키지' 법안의 배경으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이 먼저 꼽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지난주 열린 긴급 예산 대책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중에 또다시 자신의 인기를 떨어트릴 정부 재정적자 감축안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사르코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식의 정부지출 삭감은 부담이 가중된 서민층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고소득자들에 대한 증세 방안을 들고 나왔다는 풀이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는 약의 쓴맛을 잊게 하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symbolic gesture to sweeten the pill)라고 논평했다.
발레리 페크레스 프랑스 예산장관은 "재정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 성장을 위한 개혁에 따른 고통분담은 평등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 전면적인 세율 상승이나 복지 관련 지출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세 방안이 통과되더라도 프랑스가 장기적 재정건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 삭감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예측했다. 프랑스 경제가 2분기에 제로 성장을 기록하면서 재정적자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만큼 허리띠를 더 죄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성장률 전망은 어둡다는 점에서 자칫 추가 감축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성장률을 올해 2.0%, 내년도 2.25%로 잡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1.5% 미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페크레스 장관도 이날 정부가 예상 성장률을 낮춰 잡을 것이라고 암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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