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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패배는 확실, 누가 승자인지는 불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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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패배는 확실, 누가 승자인지는 불명확"

[분석] '카다피 이후' 4가지 시나리오…최악의 경우 내전 장기화

리비아 반군이 21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본거지 수도 트리폴리에 진입하면서 6개월에 걸친 리비아 내전이 종막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리비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국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며 앞다퉈 입장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늘 밤,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는 힘이 정점에 달했다"면서 "트리폴리는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고,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NATO) 사무총장도 22일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카다피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이들의 희망 섞인 관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비아는 부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고 따라서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난다 해도 남부 시르테와 서부 트리폴리 인근 등지에 살고 있는 카다피의 출신 부족은 반군 과도국가위원회가 중심이 될 새로운 질서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난 6개월 동안 내전이 지속되면서 리비아는 더욱 무기가 흔한 나라가 됐고 카다피의 출신 부족 등 그의 지지자들도 무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리비아 내전은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2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여러 가능성들을 고려해 이후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21일(현지시간) 반군 일부가 진입하면서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비아의 앞날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

<인디펜던트>는 △수도 트리폴리의 주민 봉기, △카다피와 반군 측 사이의 정치적 협상, △무력충돌 끝에 반군 측이 상황을 장악, △내전 장기화 등 4가지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다.

신문은 먼저 일부 전문가들이 예측한 카다피 지지파 내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짚었다. 카다피가 가망 없는 승리를 포기하지 않고 트리폴리 일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며 현재의 지위를 고수하려 할 경우 카다피 지지자들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 카다피에게 총구를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이는 비교적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면서 그 이유로 현재 카다피 곁에 남은 이들은 그와 같은 부족이거나 혈연관계로 맺어진 소수로 카다피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신문은 카다피가 장악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카다피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카다피 측과 반군 측 사이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고 리비아 국외로 떠나는 대신 반군이 카다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무스타파 압델 잘릴 반군 과도국가위원회 의장은 카다피의 안전한 탈출로를 보장하겠다고 21일 밝힌 바 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국가들이 양 측 사이의 협상을 중재하려 노력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선례를 들며 이 또한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카다피의 대변인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보장관이 21일 새로이 교전 중단을 촉구해 이에 따라 양측이 극적인 합의를 이룰 확률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만큼 추가적인 관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의 망명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낮은 또다른 이유는 국외로 탈출해도 카다피에게는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는 점. 카다피 앞으로는 이미 대량학살 등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청구돼 있다.

튀니지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망명 후보지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또한 불확실하다. 튀니지에는 지난 1월 시민혁명 이후 카다피와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벤 알리 정권 대신 그의 '독재'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망명지로 선택한 사우디도 카다피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지다. 카다피는 지난 2004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에 대한 암살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압둘라 국왕은 이 때문에 카다피를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이 세 번째로 가정한 상황은 반군이 트리폴리 전역을 장악하고 상황에 대한 확실한 통제력을 행사할 경우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반군 과도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 만큼 이들의 지지와 나토의 공중 화력 지원을 등에 업은 반군이 카다피와 일전을 벌여 그를 제압하고 리비아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경우 카다피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신문이 꼽은 최악의 상황은 반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로 인해 리비아 전역에서 내전이 계속되는 경우다. 반군이 카다피와의 싸움에서는 승리를 거둔다 해도 반군 내의 분열 또한 심각한 상황이며 이는 또다른 내전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신문은 특히 지난달 반군 내의 이슬람주의 분파가 압둘 파타 유니스 반군 최고사령관을 살해한 사건은 카다피가 축출된다 해도 한동안 리비아가 미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 리비아 반군의 거점인 동부 벵가지에서는 22일 새벽까지 트리폴리 입성과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의 체포를 자축하는 반군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AP=연합뉴스

"반군도 능력 없어…2003년 전쟁 직후 이라크 같은 상황 우려"

같은날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패트릭 콕번은 칼럼을 통해 리비아의 어두운 앞날에 대해 좀더 심도깊은 분석을 내놨다. 콕번은 현재 카다피와의 전투에 가담하고 있는 반군 성향의 많은 무장단체들이 과도국가위원회에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앞의 기사에서 제기된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콕번은 과도국가위원회가 많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받았음에도, 리비아 국내의 반(反)카다피 세력들에게 대표성을 인정받았는지 여부는 오히려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스라타에서 카다피군과 오랫동안 전투를 벌여 온 한 반군 전사가 자신은 과도정부위원회의 명령에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반군 내의 깊은 분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니스 사령관의 사살 또한 분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니스의 출신 부족인 오베이디족(族)은 그의 죽음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건을 조사 중인 반군 측의 위원회는 현재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또 "만약 카다피가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고 해도, 이는 반군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반군은 지난 3월 카다피군의 벵가지 진격 당시 나토의 공습으로 인해 구원받았고 현재의 트리폴리 입성도 나토 공군의 전술적 지원 덕분"이라고 반군의 역량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만약 나토가 반군에게 권력을 안겨준다고 해도 이후 상황에서 이들이 지배적인 역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패배자가 카다피임은 명확하지만 승자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카다피가 사라질 것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전쟁이 정말 끝났는지는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예로 들어 "2003년 사담 후세인이나 2001년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은 매우 인기가 없었지만, 이것이 그들을 대체한 반대파에 대한 지지를 의미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전쟁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 순간 또다시 (전쟁의) 불길이 타올랐다"고 경고했다.

콕번은 또한 지난 리비아 내전의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안정적인 평화'란 카다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 또는 (개인적) 복수 때문에 학살당하거나, 체포되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또한 이날 사설을 통해 콕번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신문은 "리비아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유니스 사령관 사망 이후 깊어졌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 누가 등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반군의 승리 이후'가 걱정이라며 리비아에서 과거의 이라크와 같은 무정부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리비아에는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현지인들의 눈에 '침략자'로 비친 외국 군대가 끊임없는 공격에 노출됐던 이라크‧아프간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22일 영국이 지난 2003년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 때문에 과거 이라크‧아프간에서는 미군 등 서방의 군대가 맡았던 치안 유지 역할을 리비아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내전 이후의 혼란을 극복하는 데 집중돼야 할 리비아의 국가적 역량이 극단주의 세력들에 대처하는데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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