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들이 남한 범죄조직과 짜고 국내 온라인 게임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했다는 경찰 발표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 발표 다음날 해당 업체에서 수사당국의 주장을 부인한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 부처가 이견을 제시한 것이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11일 당‧정 협의회에서 "최근 북한이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를 해킹하려 했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해킹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찰 발표를 부인했다고 12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북한 해킹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당정 협의에는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방부 관계자가 함께 참석했으며, 문화부 관계자는 북한 해커가 국내 게임사를 해킹했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경향>이 전한 당정 협의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방통위 관계자 역시 '북한 해커가 깊숙이 관여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컴퓨터 전문가를 대거 동원해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에 깊이 관여하고 무역회사를 가장해 외화벌이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경찰 주장에 반대되는 내용이다.
지난 4일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수사를 벌인 결과 북한 해커들이 유명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의 게임 서버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이를 토대로 '오토 프로그램'(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얻은 아이템을 현금화해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리니지'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와 '메이플스토리' 제작사 넥슨 측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외부로부터 서버 등 시스템 공격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서버 해킹을 통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며 경찰 발표를 반박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도 경찰 발표 당일 날 "경찰 발표에서 '북한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온라인게임 서버에 침투해 정보를 빼냈다'는 내용은 피의자들이 주위에서 들었던 얘기를 진술 과정에서 언급한 것이며, 해킹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추정한 것 뿐"이라 말했다.
게임 업계와 누리꾼들은 △기껏 서버를 해킹해 놓고도 다시 '오토 프로그램'을 돌려 게임머니를 버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며, △사용자 컴퓨터가 아니라 보안이 철저한 게임회사 서버를 굳이 해킹할 이유가 없고, △'오토 프로그램'은 안철수연구소가 올해 상반기에만 1274건을 적발했고 인터넷에서 겨우 2~3만원에 거래될 정도여서 굳이 북한 최고 실력자들의 고난도 기술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경찰 발표에 불신을 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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