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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로, 당국이 눈감고 사용연장 허가"

"냉각시스템 33개 주요장비 점검 안했다 사후 시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전원복구작업이 완료되면서 냉각작업을 위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원전운영사의 자체 평가는 성급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NHK> 등 일본 현지언론들의 긴급보도에 따르면, 급수펌프 가동이 임박했다는 3호기 원자로에서 23일 오후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1호기는 기준 이상의 고열 현상, 2호기는 강한 방사능이 뿜어져 나와 냉각시스템 복구 작업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연합
"안전 평가단은 정부 말대로 하는 학자들로 구성"

또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와 영국의 <가디언> 등 서구 언론들은 후쿠시마 제 1원전은 지진과 쓰나미가 닥치기 직전 안전관리 자체가 엉망이었던 원자로의 수명 연장이 이뤄지는 등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잇따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일본의 원전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이 3.11 대지진 직전 웹사이트에 공개한 후쿠시마 제 1원전 심사결과를 인용해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제1원전 1호기 원자로의 사용 연장을 결정되자, 몇 주 뒤에 제1원전 6기 원자로들에 대한 안전점검 실패를 인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도쿄전력은 1호기 원자로에 대한 사용 연장이 결정된 이후에야 이들 원자로에 대해 워터펌프, 디젤 발전기 등 냉각시스템을 구성하는 33개 주요 장비들에 대한 점검을 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규제당국도 "후쿠시마 제1원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어떻게 이처럼 총제적 관리 부실 상태에서 1호기의 사용 연장이 결정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원자로의 사용 연장 결정, 부실한 안전점검은 원전운영사와 규제당국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도 "일본 원전 규제당국은 비상용디젤발전기에 균열이 생겨, 침수에 보다 취약해진 상태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쓰나미가 밀어닥치기 한달 전에 1호기 원자로의 사용 연장 결정을 했다"면서 규제당국이 유명무실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NYT>에 따르면 원자로 연장 가동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를 포함한 '평가단'은 주로 정부의 결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뽑아준 규제기구의 의사를 거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용 문제로 원자로 사용 연장 로비 혈안"

원전업체도 원자로 사용 연장을 위해 강력한 로비를 벌인다. 원자로 사용 연장을 위해 로비를 벌이는 이유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가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정부도 원유 수입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되도록 원자로 사용 연장에 긍정적이다.

향후 10년 사이에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이어 나머지 5기, 그리고 다른 원전들 중 13기가 40년 설계 수명을 꽉 채우게 된다. 만일 원칙대로 원자로를 교체해야 한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원자력안전보안원도 규제당국이면서도 노후 원자로에 대한 위험성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쿄전력의 안전점검 부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점검 업체 직원이 격납용기 두껑에 금이 간 상태라고 규제당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규제당국은 원자로 가동을 지속한 채 문제를 조사할 것을 업체에게 지시했다.

당시 후쿠시마현 지사(1988~2006년)이자 원전 반대자인 사토 에이사쿠(71) 씨는 "주민들은 규제당국이 격납용기에 균열이 있었던 사실을 2년 뒤에 공개할 때까지 아무 것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수리비용 절감 위해 안전점검 안해"

2003년에는 규제당국이 도쿄전력에게 후쿠시마 제1, 2 원전의 10개 원자로와 니가타현의 7개 원자로에 대해 마지못해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내부고발자들이 도쿄전력이 안전점검을 조작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정보를 후쿠시마현에 알렸기 때문이다.

당시 도쿄전력은 무려 16년 동안 안전점검 기록을 조작하고 결함들을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격납용기 뚜껑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도 감췄다.

사토 씨는 "믿을 수 없는 업체가 일본의 원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도쿄전력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 규제 체제가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토 씨는 일본의 원전산업에 대한 많은 비판자들과 마찬가지로, 규제당국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본의 원자력산업안전청은 원전산업을 지원하는 경제산업성 산하 기관이다.

도쿄전력 등 원전업체들은 이들 부처 출신 관료들을 많은 보수를 주고 영입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도 1970년대까지 존속했던 원자력에너지위원회가 일본과 비슷한 체제였으나, 의회에서 에너지부와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 분리했다.

일본의 핵감시단체 '시민 핵정보센터'의 원자력안전 연구원 카미사와 치히로는 '규제당국은 업체가 제출한 보고서만 검토하고, 이 보고서에 대한 자체 검증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원자로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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