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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위스콘신 사태 본질은 권력독점 위한 '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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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위스콘신 사태 본질은 권력독점 위한 '계급투쟁'"

미국 '반공무원노조법' 시위, 인디애나ㆍ오하이오로 확대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시작된 '반(反) 공무원노조법' 시위가 다른 주로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스콧 워커 위스콘신주 주지사는 공무원의 단체교섭권 박탈과 임금 및 사회복지혜택 감축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중이며 이는 노조와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22일(현지시간)에는 진원지인 위스콘신 외에도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 최소 3개 주에서 워커 주지사와 주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중인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뉴저지, 뉴멕시코 등 많은 주에서도 공화당 주도 하에 공무원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존 캐시치 오하이오 주지사 역시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인디애나주 정부는 공공부문 외에 사기업 노조까지 겨냥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는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에게 노조비를 일괄 징수해 노조에 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디애나주 하원은 22일 개원 예정이었으나 40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 단 3명만이 참석하면서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오하이오와 인디애나에서는 이날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가 주의회 의사당 건물을 점거 중인 위스콘신에서도 8일째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 시위대와 노조 지도부, 민주당과 백악관은 이 법안은 명백히 노조에 반대하는 정서에 기반한 공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세력은 새로운 법안이 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패트리어츠' 등은 19일부터 법안에 찬성하는 맞불 시위를 열었다. 워커 주지사는 이 법안이 일자리 감축이라는 더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0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공화당이 노조를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주장처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미 노조가 임금 감축안을 포함해 협상에서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워커 주지사는 들은 체도 않고 있다며, 금융규제 철폐와 '부자 감세' 등으로 현재의 재정 위기를 불러온 자들은 보수세력이면서 이제 와서는 노조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빗댄 듯, "이론적으로는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미국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며 노조는 중산층과 노동계급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이고 공화당의 공격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계급투쟁적 성격을 띤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원문 보기) <편집자>


▲ ''반(反) 공무원노조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일 밤(현지시간) 위스콘신 주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채 잠을 자고 있다. ⓒAP=연합

위스콘신에서의 권력투쟁 (Wisconsin Power Play)

지난주 시작된 '노조 파괴 주지사' 스콧 워커의 새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는 주말에도 계속됐고 특히 19일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 와중에 위스콘신 출신인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은 의도치 않게 아주 적절한 비유를 했다. 그는 "이건 마치 매디슨이 카이로가 된 것 같군"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의원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하원 연설 직후 재정적자 감축 문제에서 공화당을 대표해 연설한 인물이다 : 옮긴이)

라이언 의원의 말은 매우 명석한 표현이다. 비록 그가 공화당 동료인 워커 주지사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비긴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아니, 어떠면 그랬을 수도 있다. 글렌 벡, 러시 림보, 릭 샌토럼 같은 보수파 논객들은 이집트 민중 봉기를 비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바라크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라이언 의원은 의도치 않게 옳은 말을 했다. 위스콘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워커 주지사의 변명처럼 주 재정적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다. 워커 주지사와 그의 지지자들이 위스콘신에서, 나아가 미국 전체에서 이루려고 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기능을 쇠퇴시키고 제3세계 스타일의 과두정치 체제를 도입하려 하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에는 일종의 균형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위스콘신 시위대의 편에 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먼저 잠깐 배경을 짚어보자면, 위스콘신이 재정적자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정도가 다른 모든 주들에 비해 특별히 심각한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세입은 줄어들었고, 2009~10년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도움을 줬던 '경기부양 지원금'(stimulus funds)은 사라졌다. (경기부양 지원금은 연방정부에서 지급했고 교육재정 지원 등에 쓰였으나 이 자금은 현재 바닥나고 있다 : 옮긴이)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임금 감축 등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은 일리가 있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리고 사실 노조 지도부는 많은 양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커 주지사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그 자신이 고통을 분담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는 위스콘신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자 감세'안은 계속 지지해 왔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노동자들과 협상하기보다는 노동자들에게서 협상할 권리 자체를 빼앗아 버리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의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킨 그 법안은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있고 이는 공무원노조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몇몇 노동자들은 그러나 그런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치 워커 주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뽐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노조를 파괴하려 하는가? 위스콘신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심지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공무원 노조의 교섭권 박탈이 주 정부의 부채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알려진 소문과는 달리 위스콘신, 나아가 전 미국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사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깎을 급여조차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이는 예산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미국인들이 정치적으로 평등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중 몇몇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 억만장자들은 로비스트 부대를 부릴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정책화해 줄 싱크탱크에 재정 지원을 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동정적인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도 있다. 마치 (미국 투자 기업 재벌인 : 옮긴이) 코치 형제들이 워커 주지사에게 돈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인은 이론상으로는 1인1표제 국가지만, 현실적으로는 한줌의 부유층이 지배하는 과두제와 다를 바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부유한 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상쇄시킬 균형추로 작용할 사회적 조직의 존재가 중요하다. 노조는 이런 조직 중 가장 중요하다.

물론 반드시 모든 사람이 노조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언제나 올바르다고 믿을 필요도 없다. 다만 노조가 노동·중간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부유층에 반대하는, 미국 정치 시스템에서 몇 안 되는 조직이라는 점은 알 필요가 있다. 만약 지난 30년 간 미국이 좀 더 과두제적으로, 덜 민주적으로 변했다면―실제로 그랬다―사기업 부문 노조의 쇠퇴가 이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워커 주지사와 그의 지지자들은 공공영역 노조 역시 제거하려 하고 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연합뉴스
여기에 참담한 아이러니가 있다. 위스콘신의 재정 위기의 주된 원인은, 다른 모든 주들에서 그렇듯이 미국이 점점 과두제적 국가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이 아니라 아주 부유한(superwealthy) 사람들이야말로 이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들은 금융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해 2008~09년의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그 경제위기는 현재의 재정 적자 사태를 일으킨 주된 원인이다. 그리고 지금 우파들은 바로 그 위기를 빌미 삼아 과두제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애물 중 하나를 치워 버리려 하고 있다.

결국 노조에 대한 공격이 성공할 것인가? 필자로선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부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공격이 실패하길 바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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