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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새 국제기준 적용해도 '대동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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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새 국제기준 적용해도 '대동소이'

우리나라 특수성 반영한 '사실상 부채' 개념 필요

올해 회계연도 결산부터 국가부채 산출에 현행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 적용되지만, 국제회계기준 자체가 우리나라의 실정과 동떨어져 '국가부채'의 실제규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01년에 제시한 정부재정통계(GFS:Government Finance Statistics) 지침을 적용해 국가부채 통계기준 개편안 초안을 마련,1월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2월 중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가 2011년 회계연도부터 현행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 국가부채를 산출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시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IMF의 1986년 재정통계 지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국가부채로 잡아왔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국가부채는 이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이 방식을 적용한 지난해 국가부채는 39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4.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부채 비율은 70%를 넘는다.

단순한 수치만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IMF의 지침 자체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리를 제시하는 방식이어서 국가별로 구체적인 회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 국제회계기준으로 업데이트한다고 해도 여전히 국가별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좌우하는 재정규모나 인구학적 요인, 복지수준, 공기업의 성격 등이 국가별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회계기준 바꿔도, 정작 '적자 공룡' 공기업 부채는 빠져

여당의 의원(민간경제연구소 출신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조차 공식 국가부채의 4배 정도가 '사실상의 국가부채'라고 주장한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 이미 국가부채가 1600조원 정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GDP 대비 150%(GDP 1100조원 기준)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나마 회계지침 변경으로 그동안 반영이 안되었던 일부 공기업들의 부채가 포함돼 공식 국가부채는 100조원 정도가 단숨에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공식 국가부채와 맞먹는 수준의 공기업 부채(2009년말 기준 347조원) 중 3분의 1만 반영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 예산을 떠넘겨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는 LH공사(작년말 기준 약 125조원)나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는 빠진다. 국가부채 편입 대상이 되는 공기업 선정 기준으로 이른바 '50%룰'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50%룰'은 수입(매출액)을 원가로 나눈 원가보상율이 50% 미만(원가의 절반만 받는다는 개념)이어서 사실상 정부 산하기관으로 간주되는 공기업으로, 100여개 공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 기준과 관계없이 국책사업에 정부 산하기관처럼 동원되는 덩치 큰 공기업(LH공사, 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 많은데, 이들 부채는 여전히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국민연금은 물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의 충당부채도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기업 부채 100조원 반영도 미지수

게다가 국가부채에 새로 포함된다는 100조원 정도의 공기업 부채도 내부거래에 의해 상쇄될 부분이 많아서 실질적으로 증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거래란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처럼 정부 내 활동으로 볼 수 있는 거래에서 채권, 채무 관계가 생긴 것으로 현금주의 방식에서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만, 새로운 기준은 발생주의 방식이어서 부채에서 빠지게 된다(현금주의는 실제 돈이 오가는 시점, 발생주의는 수익실현이나 비용발생 시점으로 회계 처리. 기업들은 이미 발생주의 회계 사용. 편집자)

이날 기획재정부도 반박자료를 내고 "재정통계 개편 후 나라빚이 117조 원이 증가한다는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 시점에서 개편안에 따른 국가채무 규모를 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에 증가규모가 대략적으로 추정 가능하나, 정확한 산출은 관련 재정정보 시스템 등이 정비된 이후인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국가부채를 산출해도 OECD와 비교하면 그나마 양호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GDP 대비 40~50%의 수준의 국가부채라도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사실상 국가부채'의 개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많은 재정전문가들은 이미 복지가 제도화된 고령사회가 많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열악한 복지 수준, 통일 등 정부재정이 투입돼야 할 변수 중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결코 '재정이 건전한 나라'로 분류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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