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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론에 기초한 MB 대북정책, 역효과만 내고 있다"

[해외시각] "한국 고위 관리들, 북한 상황 오판"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토대로 대북 강경 정책을 편 결과 군사적 긴장, 북한의 핵 능력 향상 등 역효과를 낳았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지적했다.

<CNN>의 아시아 담당 수석기자를 역임한 마이크 치노이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미중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일 <CNN> 인터넷판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진단하고 "그러나 북한의 현 상황으로 볼 때 붕괴 시나리오는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당시 동행하기도 했던 치노이는 현재까지 북한을 14차례 방문해 취재했다. 북핵 협상의 역사를 기록한 <북핵 롤러코스터>(Meltdown)라는 저서가 있다. 다음은 치노이 기고문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보기)

▲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왼쪽)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의 대북 강경책은 어떻게 역효과를 냈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겠다는 계획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북한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미국에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당국자들의 그러한 주장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강하게 나가면 북한이 고분고분 말을 듣거나 붕괴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나아갔다. 북한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대북 강경 정책의 핵심 요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그 정책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2011년 현 시점에서 볼 때, 한국의 판단은 틀렸다. 그게 문제다. 각종 증거와 북한의 행태를 보면 북한 정권이 붕괴에 직면했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은 여전히 비교적 건강하며 누가 보더라도 권력 장악에 문제가 없다. 권력 승계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 강경 노선은 북한이 핵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막지 못했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지도 못했다.

햇볕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모양을 갖췄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하자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호전적인 말을 통해 대응했다.

위크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2009년 초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은 본국에 이러한 평가를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보수적인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현재의 남북관계 교착 상황을 북한을 밀어붙이고 약화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북한이 그에 반발해 벼랑 끝 전술을 쓰더라도 말이다."

북한 붕괴론 퍼뜨리는 한국 고위 관리들

북한의 멸망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강제와 압박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확신은 한·미 양국 관계자들의 만남을 정리한 외교 전문을 통해 알 수 있다.

2009년 4월 23일 당시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북한의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일부 엘리트들 사이에는 불만이 있으며,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이 육체적·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009년 6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과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으며, 100만 명이 기근으로 숨진 1996~97년 상황보다 더 나쁘다"면서 "김정일의 건강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또 "북한은 당분간은 지속될 수 있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에도 한국의 대북 압박 정책은 계속됐다. 1월 11일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를 만나 "북한의 내부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대해 "순조롭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의 고위 관리들 여러 명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작년 2월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현 외교부 장관)은 캠벨 차관보에게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폭탄을 찾아내는 등 북한 내부의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분석도 전달했다.

같은 달 천영우 당시 외교부 차관(현 외교안보수석)도 스티븐스 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차관은 또 "중국의 노련한 관리들은 완충국으로서 북한의 가치가 거의 없어졌다는 새로운 현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고, 중국은 남한이 주도하고 미국이 뒷받침하는 통일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영우 차관의 말이 중국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붕괴는 피할 수 없고, 중국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 살아갈 수 있으며, 따라서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천 차관 역시 미국 측에 확신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고위 당국자들의 시도는 관철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란 그저 한국이 앞장서도록 하는 것에 불과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가 말했던 것처럼, 미국 정부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미국은 북한과의 대결 상황에만 머물러 있었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고,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을 제시했으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반면 대북 제재 고삐는 조였다.

한국의 '희망사항'과 거리 먼 현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북한의 현실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일례로 현인택 장관이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2시간 동안 만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김 위원장의 건강이 상당히 좋아 보였고 여전히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축구하면서 "북한의 국내 상황은 안정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에 대해 언급할 때 "정상적"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정치적인 몰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미국인으로서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평양에서 일하고 있는 해외 구호 요원들은 북한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다는 어떤 징후도 느끼지 못한다고 보고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번이나 중국을 방문해 자신의 체제와 후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김정은을 북한 주민들과 세계에 선보였고, 10월에는 많은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김정일의 건강이 심각했었다면 북한은 결코 외국의 기자들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을 통해 북한은 남한이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경우 커다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사실을 예의 잔혹한 방식으로 확실히 보여줬다. 또한 북한은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핵 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사실도 입증했다. 그처럼 북한은 한반도에서 계속 일을 계속 꾸며 왔으며, 그를 통해 현재까지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 번역 :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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