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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북한 체제 인정해야 평화공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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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북한 체제 인정해야 평화공존 가능하다"

"정부가 강경보수파 통제해야…남북관계서 민족주의는 불필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2일 "북한이 체제를 인정받는 것, 한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북한을 체제로서 인정하는 문제는 남북한 관계의 개선, 평화공존, 그리고 (남북한의)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부딪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고려대 교육대학원 글로벌리더 최고위과정 특강에서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무력 충돌의 위험성이 항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북한은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으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위기와 평화의 조건-연평도사태를 통해서 본다'는 주제의 이날 강의에서 최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두 가지 수준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하나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해서 동북아 구성원으로서 국제공동체에 끌어들이는 국제정치적 수준"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 내에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국내정치적 수준의 문제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한국 내에서 북한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진보-보수 간 컨센서스(합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 강경파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컨센서스를 만드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이 이룬 독일 통일의 사례로부터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통해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컨센서스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은 기민당의 지도자 콘라드 아데나워 전 총리가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설득해 2차 대전 패전 후 폴란드와 독일의 새로운 국경선을 합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나치 지지자 등으로 이루어진 독일 보수세력의 의사를 정당을 매개로 제어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독일은 패권주의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그랬다면 주변국들은 독일의 통일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에서 천안함 피격으로부터 연평도 공격에 이르기까지 사태가 악화된 것은 "정부여당이 정당 제도화의 밖에 위치하고 있는 보수적인 대북 강경세력의 영향력을 이성적인 정책틀 안으로 수렴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강경보수파를 자제시키고 컨트롤(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같고 자꾸 (그들의 주장에) 반응,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

"남북관계, 민족주의적 접근은 무용"

최근의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그는 "남북한 간 관계를 정치적 힘이 충돌하고 각축하는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모두 북한을 이해하는 방식과 국제정치적 접근은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대립은 분야에 따라 첨예하게 나타나는데 핵심은 민족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족주의 역시 분단을 만들고 고착화시킨 배경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민족주의가 매우 강하지만, 민족주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왜 분단이 일어났고 왜 전쟁이 났나?"라고 물으며 "민족주의는 굉장한 열정을 불러오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단순히 민족주의적 시각에 기반한 접근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사안임을 지적하며 "연평도와 북방한계선(NLL)은 미국이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힘의 충돌이 발생하는 접경지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일 간 분쟁의 대상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대만 해협과 마찬가지로 NLL은 중심적 접점지대의 하나"라며 한반도에서는 국제정치의 지정학적 조건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 압도적인 규정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전쟁은 대안 될 수 없어…평화는 절대명제"

최 교수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민심의 일반적 흐름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희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전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은, 그것이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재난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군사적 우위와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 경제 강국으로서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왜 사용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어떠한 피해와 손실을 준다 하더라도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로 자리잡은 한국의 피해는 그에 비할 바 없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평화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지켜야 할 절대명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장에서는 승리한다 하더라도, 무력의 사용을 통해서는 한국이 의도한 결과(흡수통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가 미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는 것을 중국이 허용치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세계 최대 도시의 하나인 서울이 장거리포의 사정권에 위치한다는 군사전략적 최대의 취약 요인과 함께 1950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미국은 훨씬 쇠약해졌고 중국은 훨씬 강해져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상황은 더 나빠졌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은 문제의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교훈을 한국전쟁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의 안위를 고작 3000달러와 바꾸라고?"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한반도를 전쟁 발발도 가능한 위기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한의) 힘을 앞세운 강경책에 대응해 북한도 강경하게 나온 것이 오늘의 상황을 불러왔다"며 "강경책을 썼다고 북한의 행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위험성만 높아졌다. 이는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북한을 힘으로 밀어붙여 고립시키고 봉쇄하면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흡수통합이 이루어진다는 발상은 "진정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는 "흡수통일을 위한 남한의 레버리지(영향력)는 미약해서 의도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며 "(흡수통일이라도 되려면) 남북한 관계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깊숙이 진전돼 남한이 북한에 압도적 레버리지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이 북한의 최고 목표가 체제 유지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어떤 보상이 있다 해도 체제의 유지와 직결되는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정권의 안위를 고작 3000달러와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현실성이 없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최 교수는 햇볕정책 역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김대중 정부 시절의 서해교전과 핵무기 개발의 지속,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는 인도주의적 화해협력만으로는 정치군사적 차원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관계와 군사·안보정책 영역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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