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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2000개를 지으면, 대한민국이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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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서관 2000개를 지으면, 대한민국이 '확' 바뀐다!"

[인터뷰]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펴낸 여희숙 씨

"연근이 우엉보다 비쌀 걸요?"
"그런데 우엉은 일일이 까기가 어렵잖아요."


도서관을 돕는 시민들의 모임인 '도서관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시 광진구 광진정보도서관 문화동 1층 이야기방 문을 두드렸다. 3~40대 여자 다섯, 남자 셋이 우엉이냐 연근이냐를 두고 팽팽한 말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문패를 다시 확인한다.

일견 도서관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논쟁(?)은 오는 27일 '도서관 친구들의 날' 행사에 올 손님들에게 가장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따끈한 커피가 담긴 잔을 건네받으면서 이 '친구들', 신경 쓰고 있는 데가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 하고 감탄한다. 잔에도 도서관 친구들 마크가 또박또박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친구들 행사에서 나눠드리는 음식 재료는 윤구병 선생님의 변산공동체에서 직접 길러낸 것만 써요. 주먹밥도 회원들이 하나하나 손수 만들지요."

▲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여희숙 외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해문집
여희숙 도서관 친구들 대표의 섬세함은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여희숙 외 지음, 서해문집 펴냄, 이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절감했던 터다. 정식 기록이 없었다는 이 모임의 5년 역사를 숨결 하나, 손길 하나까지 느껴지도록 정리해 냈기 때문이다.

도서관 친구들? OO동문회, OO향우회에 익숙한 우리에겐 영 생소하다. 도서관 이용자인 주민들(학교·대학도서관일 경우 구성원이나 관련자들)이 중심이 되어, 도서관을 돕자고 만들어진 모임이다. 기금 모금과 도서관 내 자원봉사, 예산을 늘리기 위한 로비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런 모임은 20세기 초 독일과 프랑스에서 태동하기 시작했고, 미국으로 전해져 꽃을 피우게 됐다. 현재는 10여개 나라에 '도서관의 친구(Friends of Library)'란 이름으로 퍼져있다.

국내에선 2005년 9월 광진도서관에 '도서관에 힘이 되는 사람들'(도.힘.사)이 생긴 것이 처음이다. 그해 12월 도서관 친구들로 이름을 바꾼 모임은 이후 서울동대문정보화도서관, 신묵초등학교도서관 등 전국 18곳 도서관으로 퍼져 나갔고 최근엔 전체 지부를 대표하는 사무국도 만들어졌다. 여희숙 대표는 도.힘.사 시절부터 활동해 온 도서관 친구들의 산증인이고, <이야기>는 그 5년간의 기록이다.

"책을 내면서, 이제 도서관 친구들도 커다란 한 걸음을 뗀 것 같다"고 말하는 여 대표와 지난 1일 한강이 시원히 내려다보이는 광진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돼주실래요?'라며 여 대표가 내민 광진도서관 친구들 회원 신청서에 이름을 적고, 막 1204번째 '친구'가 된 직후였다.


▲ 여희숙 도서관 친구들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프레시안 : 광진도서관 친구들만 해도 회원 수가 1200여 명이다. 큰 홍보 활동이 없음에도 놀라운 인기인데….

여희숙 : 지난 일주일 동안만 해도 17명이 늘었다. 내가 강연처럼 바깥에서 도서관 친구들을 소개할 기회가 많아지면 회원도 함께 늘지만, 대부분 알음알음 합류한다. 우리 활동이 도서관 관리·운영자에게나 이용자에게나 모두 긍정적인 활동, '안티'가 안 생기는 활동이다 보니 너른 공감을 사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안티'가 안 생긴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통 시민단체의 활동이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하면서 '관'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만 도서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도서관 친구들을 하나의 운동으로 본다면 어떤 지향점과 방법론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까?

여희숙 : 우리 활동은 도서관들이 수준 높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서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게끔 하고, 궁극적으로 물질적인 만족보다 정신적인 만족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작은 표현이다.

어떤 운동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문제를 지적하고 그걸 없애거나 고쳐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좋은 부분을 칭찬하고 키워나가는 방법도 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뭔가가 좀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고 보는데, 그 부족을 비판하고 채우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조금 힘을 보태볼까요'라고 말을 거는 게 우리 접근법이다.

그렇게 포지티브(positive)한 방식으로 해나가다 보면 문제 역시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이야기>에 언급한 '우리가 지키고 싶은 원칙'에도 '도서관 운영에 대해 불평불만하지 않기'가 있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도서관 운영진과의 관계가 언제나 원만하지만은 않았다. 책에는 2006년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책임자가 바뀌면서 겪은 좋지 않은 일화가 나와 있다. 구의회의 도서관 관련 예산 심의 과정을 참관했더니 공단 측에서 도서관 친구들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며 노골적으로 냉대했다는 내용인데, 결국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광진도서관이 입장을 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다.

여희숙 : 당시 우리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지역 도서관 친구들을 활동을 도왔고 안정적인 기금 모금을 위해 CMS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음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물론 장소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하긴 했지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월요모임은 계속했다. 도서관에 와서도 안에 들어가서 하지 못하고 바깥 카페 한 쪽에 자리를 잡고 했는데, 참 추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 사태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도서관과 어떤 관계로 나아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여론 형성의 중요성도 절감했다. 우리가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이 '도서관을 잘 이용해보자고 나선 시민들을 쫓아낼 수 있는 거야?'라며 '우리 편'의 반응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꼈다.

프레시안 : 광진도서관 친구들 후원 회원 중에는 광진구민이 아닌 사람이 더 많다. 도서관은 그곳에서 가까운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후원 주체는 주민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지역 사람이 도와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프레시안(최형락)

여희숙 : 우리 활동이 정말로 우연히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가령 처음부터 '한국 도서관 친구들' 같은 전국 조직이 생겨서 지부를 확장시켰다면 후원금은 자연스레 자기 지역의 도서관으로만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오는 후원금은 직접적인 혜택을 바라서라기보다 도서관 친구들 활동 자체에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뜻이다. 좀 크게 생각해 보면, 후원금이나 후원금에 담긴 마음은 한 바퀴를 돌아 결국 나에게 오게 돼 있다. 후원을 함으로써 더 많은 도서관 친구들 지부가 생기고, 결국 자기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만들어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줬으니까 받는다'는 식의 정신과는 다르다. 내가 A씨로부터 얼마만큼을 받았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것이 A씨보다는 B씨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B씨에게 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회향(廻向)과도 같다.

그것이 돌고 돌아 언젠가 C씨가 A씨에게 무엇을 주게 된다면 그건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선물'에 가깝게 된다. 주고받는 크기는 같아도 전혀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건넨 무언가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후원을 할 때도 나한테 뭔가가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후원보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에 하자고 한다. 우리 회원들은 도서관 친구들이 되고 난 다음부터 바깥에 후원하는 단체가 늘었단다. 마음은 좋은데 가계에는 도움이 안 되니까 걱정이다. (웃음)

'함께 책 읽기'가 '도서관 친구들'의 밑거름

프레시안 : 전국 18개 도서관의 도서관 친구들을 합치면 2000명이다. 전국 조직을 체계화하고 전국적인 사업을 할 계획은 없는가?

여희숙 : 일반적인 단체는 중앙에 대표성을 가진 상부 조직이 있고 지방에 하부 조직을 두면서 가지를 뻗어 나가듯 커져가는 형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런 틀 지워진 조직을 싫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도서관 친구들 활동 자체가 그런 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어떤 마을의 도서관에 도서관 친구들이 생기면 활동은 그 마을 사람들이 하게 될 테니까, 각자 디자인해가면 된다.

그런 우리 성격에 맞는 방식은 모든 도서관 친구들이 동등하게 연대하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사무국을 따로 둔 전국 조직이 됐는데, 현재 '도서관 친구들'이라는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신청하고 완료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이름이 '한국 도서관 친구들'이나 '전국 도서관 친구들'이 아닌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프레시안 : <이야기>에 보면 도서관 친구들이 태동하려면 '도서관 운영자의 열린 마음과 사서의 협조,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운영진을 맡아 줄 한두 명의 친구'라는 네 가지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와 있다. 사실 이 네 가지가 가장 갖추기 어려운 것이라 항상 성공하기만 한 것은 아닐 텐데….

여희숙 : 부천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인 동화기차도서관이 그랬다. 부천시가 교류하는 일본의 가와사키(川崎)의 도서관 친구들을 보고 동화기차도서관도 너무나 큰 관심과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호응은 생각보다 적었고 특히 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난관에 부딪쳤다가 아주 열정적인 사서가 한 명 나서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단체를 묶어 일단 도서관 친구들 발대식은 했다. 그런데 그 사서가 도서관을 떠나게 되니까 더 이상 유지가 안 되더라. 지금은 이름만 남고 활동은 없는 상태다. 부천의 복사꽃필무렵 작은 도서관도 같은 경우다.

반면 서울 도봉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친구들 태동 당시까지 상황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대표 맡을 분이 정말 잘 찾아내주었다. 그 분도 그때까지는 단순한 이용자였는데 도서관 친구들에 대해 알고 난 다음부터 달라졌다. 도서관 친구들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분이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어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표 자리를 지속적으로 해내기 쉽지 않다.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시간과 애정을 많이 들여야 하니까.

프레시안 : 비영리단체·동아리·OO회 등 자발적 모임은 참여자한테 직접적인 이익이 없을 경우 해이해지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 친구들이 5년 간 보폭을 좁히지 않고 걸어 온 비결이 있다면?

여희숙 : '함께 책읽기'가 아닐까 싶다. 한 달에 한 권씩, 선정된 책을 회원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임을 다른 단체들과 구별지어주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5년간 사람이 달라졌다'라 말하곤 한다. 강남 일원독서실 도서관 친구들은 작년 12월에 만들어졌는데, 거기 친구들은 주마다 한 권을 읽는단다. 그들이 함께 읽은 책 권수가 우리가 5년 한 것과 비슷하게 됐다. 그 친구들도 '인생을 새로 사는 것 같다', '너무 좋다'는 얘길 참 많이 한다.

이제 새로 활동을 시작하는 도서관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함께 책읽기 모임은 꼭 하라'라는 조언이다. 독서는 혼자 해도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함께 하면 그 변화와 성장을 몸소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가 5년 간 활동을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고. 지난해엔 쑹홍빙의 <화폐전쟁>(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등 10권을 함께 읽었고 이번 달 책은 가수 이지상이 쓴 <사람을 노래하다>(삼인 펴냄)다.

도서관 2000개가 들어선다면…

프레시안 : <이야기>에서 김영석 명지대 교수가 '한국에서 도서관 운동이 적은 이유는 그만큼 도서관 문화가 존재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을 해 온 5년 동안 도서관 문화의 척박함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나?

여희숙 :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여전히 도서관 문화라는 게 거의 없다.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해 본 경험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도서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도서관 친구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도서관 친구들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느는 걸 보면, 미미하게나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 축에선 (도서관 친구들과는 다른 방식의)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안타깝게도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도서관은 공공시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주인이 없다는 얘기다. 도서관을 짓고 운영하는 구청 측에서 그런 점을 악용해 인력 배치를 입맛대로 할 때가 있다.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을 도서관 관장에 앉힌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원봉사자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구청 자원봉사 센터장이 정치권 진입 관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자원봉사단이 평소엔 인력 관리 차원에서 활용되다가 선거철엔 선거요원이 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자원봉사단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사서들에게 '시어머니'같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고개 젓는 사서들도 많다.

프레시안 : 그런데 왜 도서관 문제에 천착하게 됐는가?



ⓒ프레시안(최형락)

여희숙 : '평생 배움', '배우는 기쁨'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다. 우리 시민사회가 한 걸음 내딛으려면 누구나 대화와 토론에 참여 가능한 장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공평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유일한 시설이 바로 도서관이다.

그 역할은 학교가 다 해줄 수 없다. 교편을 잡는 동안엔 학교만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다. 대기업 회장 아이이건 범죄자 아이이건, 교실 안에서는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점점 그렇지 않게 되어갔다. 학교에도 등급이 매겨지고 종류가 나뉘어졌다. 신분과 빈부 격차에 의해 공평함이 보장받지 못하는 기관이 돼버렸다. 배움과 가르침이 기쁨이 되기보다 강요받고 강제되는 곳이 되었다.

물론 도서관도 완벽하지는 않다. 도서관이 멀어서 갈 수 없는 사람, 도서관에 갈 시간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노력해서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이내로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도서관에 더 자주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가장 잘 맞아떨어진 활동이 도서관 친구들이었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라고도 말하는데, 멀리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세상 많은 것들은 천천히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것, 좋은 것은 더 그러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현재 전국에 700여 개인 공공도서관 수를 2000개까지 늘리자는 목표가 있다. 2000이란 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여희숙 : 우리 사회가 숨 쉴만하다고 느낄 최소한의 숫자다. 어디서든 걸어서 30분 이내에 도서관이 보이는 정도이려면 2000개는 있어야 될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는 2000개라는 숫자가 우리나라 문화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기점이 된다는 데 있다. 책이 2000권은 팔려야 출판사가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도 기업이라 팔릴 물건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돈이 될 만한, 대중적인 소재와 필자를 찾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 세상엔 소외받는 분야에서 깊이 연구하고 온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들의 저작물이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팔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누구도 출판할 엄두를 못 내는 게 안타깝다.

도서관이 2000개 정도 생겨서, 좋은 내용이라면 어떤 책이든 2000권은 도서관이 사 줄거란 보장만 있다면 출판사들로 하여금 무명 필자를 발굴하는 계기와 용기를 줄 수 있다. 결국 우리한테 좋은 거다. 좋은 책을 볼 수 있게 되니까.

우리와 면적이 비슷한 영국에만 670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는데 우리는 700개라니 한참 멀었다. 하지만 6700개는 너무 멀고, 2000개라면 '10년만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도전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목표다.

프레시안 : 도서관 개수도 문제지만 서비스의 질도 문제다. 도서관에 많은 예산이 배당되어야 할 텐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여희숙 : 우리 도서관 친구들이 늘 안타까워하는 게 있다. 사서 인력 충원이 좀 됐으면 하는 것. 8년 전 서울로 이사해 광진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 사서가 권하는 책 코너가 있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책에 노란 띠를 붙여서 모아 놨더라. 자연히 그들이 추천해주는 책부터 훑어보게 됐다. 그 때는 추천 목록만 만들었는데 2~3년 전부터는 직접 서평도 쓰시더라.

구에서 예산을 줘서 좀 더 많은 사서를 고용할 수 있다면, 이런 훌륭한 사서들이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개발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문제를 포함해 우리도 구청에 우리 목소리를 전해 왔다. 책에 '로비 활동'이라고 썼지만 사실 특별한 건 없다. 지방자치단체 선거 기간 중에 구청장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도서관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고, 당선 후에 구체적인 도서관 정책을 들으러 가는 것이다.

또 구 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서관 친구들의 여희숙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모임을 소개한다. 그럴 때마다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회원 수다. "우리 얼마 안 돼요. 한 1000명 정도?"라고 말하면 의원들이 깜짝 놀라면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고 묻는다. 특별한 로비 활동이 아니어도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사람'에 있다.

내가 광진도서관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연간 자료구입비는 5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조금씩 늘어나 현재는 3억 원에 이른다. 도서관장님 말씀으로는 우리가 구 의원들을 방문하고 요청했던 게 굉장히 컸다고 한다. 구 의원들이 도서관 예산은 깎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다 회원들의 힘, 사람의 힘이다.

프레시안 : 2개월 남은 올해는 어떻게 정리하고, 내년은 어떻게 나갈 것인지 말해 달라.

여희숙 : 일단 11월 27일에 있을 '도서관 친구들의 날'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도서관 친구들 5주년과 광진도서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도서관 친구들 생기고 나서 가장 큰 행사라 마음이 많이 쓰인다.

여기 광진도서관 문화동 지하2층에서 식을 갖고, 책 시장, 음악회, 사진전 등을 함께 연다. 주먹밥과 떡, 생협에서 구입해 온 여러 가지 차도 마련한다.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일반인도 올 수 있는 행사다.

5년은 어떤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때이자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 위한 마무리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년 계획은…, 나는 특별히 '이걸 해야겠다'고 정해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계획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웃음) 그냥 좋은 인연 따라, 더 많은 도서관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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