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의 경우 공화당은 6석을 더 얻어 46석이 되었으며, 민주당은 6석을 잃어 59석에서 52석(2석은 미정)으로 줄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공화당 후보들은 추가로 9개의 주에서 승리함으로써 50개 전체 주 중 29개 주에서 공화당 소속 후보들이 주지사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민주당 소속 주지사는 24주에서 15개로 줄었다.
무엇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연방 하원 공화당 후보들이 공화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부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일부와 뉴욕 지역을 포함한 미 전역에서 압승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민주당의 이번 패배는 72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됐다. 이는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에 대한 심각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의 패인을 크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더딘 경제 회생이고 다른 하나는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지면서부터 계획하고 시작한, 치밀한 '컴백' 전략의 승리이다. 공화당은 민주당, 특히 민주당의 '집권'을 주도한 램 이매뉴얼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고 보충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압승했다고 해서 미국 유권자들이 공화당으로 기울었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단지 18%의 유권자만이 공화당에 의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완벽한 실패작이라고 선전되는 국민보험(national health care)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48%의 유권자들이 입법화된 국민보험을 폐지하자는데 동의하는 반면, 47%의 유권자들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확대하자고 답했다.
이는 이번 선거가 공화당에서 주장하는 정책을 유권자들이 적극 동의했다기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의 강력한 표시였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즉,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경제회복 정책이 아직 보통의 유권자들이 느낄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과, 이들에게 해택이 충분히 미칠 만큼의 영향과 속도가 아니라는 것이 이번 선거가 던진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제회복을 더 빨리, 그리고 그 영향이 미국국민에게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회복의 방법에 대해서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월스트리트를 지배하고 있는 투자 금융기업들의 힘을 제한하고 조정하고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둔다는 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을 이끌려는 반면, 전반적으로 공화당의 경제회복 정책은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면 가능하다는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 이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는 미 하원 의회의 다수당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미 FTA와 북한 문제에 관해 큰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다. 하원 표결 장면 ⓒ프레시안 |
한미 FTA 환경 크게 달라질 이유 없어
그렇다면 한국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번 중간선거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까?
한국에서 한미 FTA는 그야말로 전국가적이고 전국민적 이슈이다. 무역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80%를 차지하고, 미국은 한국 총 무역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일 코트라가 발표한 '미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국내업계 시사점' 보고서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한미 FTA 비준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해온 점과 현재 의회에 계류중인 한국·콜롬비아·파나마 등 3개국과의 FTA 비준을 촉구해왔다는 점으로 볼 때 한미 FTA 처리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전제로 한 평가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미국과 한국의 정치 제도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국에 있어 한국과의 FTA는 매우 지엽적이고 지역적 이슈이다. 무역은 미국 GDP에서 단지 10%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고 한국과의 FTA는 미국 소비자나 생산자 전부가 아니라 한미 FTA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주(연방 하원의원들의 가장 큰 임무는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대변하는 것이다)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물,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주들에 한미 FTA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캘리포니아, 아이오와, 텍사스, 오하이오, 네브래스카 등 주요 농산물·축산물을 생산하는 주와 미시간과 일리노이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주요 자동차 생산 주들이 한미 FTA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주들의 대부분(일부 캘리포니아 주만 제외하고)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승리했는데, 이들은 특히 한미 FTA의 비준이 걸려있는 하원에서 출신 주의 이해를 대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소속 당이나 사상에 상관없이 한국과의 FTA의 비준에 있어서 자신들의 주의 이해를 대변할 것이며, 그것은 미국에 보다 유리한 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차기 하원 세입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데이브 캠프 의원(공화당. 미시간주)이 선거 직후인 3일 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한국이 최근 3년간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을 원한다면 쇠고기 및 자동차 시장 개방을 한층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세입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샌더 래빈 의원도 한미 FTA를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FTA 문제에서 특별히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공화당이 아니라 한국이 문제
다음으로 북미관계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한국 언론들은 공화당의 압승으로 인해 미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우에 따라 압박의 강도를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하원 외교위원장에 내정된 로스 레티넌 의원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준비할 만큼 강경한 인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각기 자신의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대변하고 있는 미국 하원에서 북한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리는 안건이다. 미국의 50개의 주에서 북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외교에서 북한 문제는 동북아시아 정책의 일부로서, 또는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동맹국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루어진다.
현재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의 경제회생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을 이룬다. 미국은 북한을 중국 편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푸는데 있어 중국과 관련지어 생각해 왔고, 이 기조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상원에서도 약진한 이번 선거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외교 문제 있어서 그것이 한미 FTA이건 북핵 문제이건 초당파적으로 대처했으며 이런 기조는 이번 선거 후에도 결과에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동맹국과의 이해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동맹국은 바로 한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현재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정책에서 보다 강경한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게 되는 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이 강경책을 요구한다면 미국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한 시각이다.
한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개최국이며 의장국이다. 해방 이후 신장된 한국의 국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이것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며 북한 문제의 해결은 북한과의 공생·공존을 바탕으로 한 정책만으로 해결 가능하다.
그동안 이루어진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정책은 북한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시간을 통해서 입증됐다.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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