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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합조단, 어뢰 폭발 핵심 증거 번복해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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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합조단, 어뢰 폭발 핵심 증거 번복해 '자가당착'

'전부 비결정질→어뢰 폭발 증거'라더니…이제와 "결정질도 나왔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흡착물질 폭약 성분 분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함으로써 어뢰 폭발의 증거라고 주장했던 핵심 내용을 번복했다.

합조단 폭발유형 분과장인 이기봉 육군 준장은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서) 아주 극소량의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을 발견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봉 준장은 이어 "폭약이 폭발해 폭발재가 형성됐을 때는 결정질과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동시에 검출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러나 결정질은 극히 미량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20일 합조단의 조사 결과 발표 당시 폭발유형 분과 소속 이근덕 박사가 했던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이근덕 박사는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서 발견된 흡착물 분석 결과를 설명하며 "알루미늄 산화물에 대한 결정성(결정질)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흡착물질과 천안함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이 동일한 것으로 폭발된 성분으로 분석됐다. 요약하자면 천안함이 파괴될 때 이 프로펠러가 옆에 있었다는 것이 증명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박사는 또 "흡착물질에서 발견된 비결정상 알루미늄 산화물의 특징은 빠른 시간 내에 급격한 에너지를 받아 생성되거나 또는 높은 온도에서 급격한 냉각을 통해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의 말은 '선체와 어뢰 흡착물에서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전혀 나오지 않고 모두 비결정질로만 나온 것은 급격한 에너지를 받은 후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며 바로 그것이 어뢰가 폭발했다는 증거'로 정리된다.

이 박사의 말과 이기봉 준장의 11일 발언을 비교해 보면 합조단의 설명은 자가당착에 빠진다. 비결정질만 나온 게 어뢰 폭발의 증거라고 주장했었는데 이제 와서 결정질도 나왔다고 말을 바꿈으로써 어뢰 폭발의 증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답변하는 장면 ⓒ뉴시스

흡착물에서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발견됐다는 이기봉 준장의 말은 최근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 온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교수의 주장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이 교수와 서 교수는 몇 차례의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산화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화하기는 어려우며, 설령 100% 산화됐다 하더라도 'X선 회절기 분석'을 통해서는 산화 알루미늄이 발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따라서 어뢰와 선체의 흡착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어뢰 폭발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현상에 의해 동일한 물질이 흡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왔다.

또한 합조단이 실시한 수중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에서는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발견된 것도 선체·어뢰 흡착물이 폭발이 아닌 다른 현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나아가 이승헌 교수는 자신이 직접 폭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며, 실험 후 생성된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은 비결정질이 아닌 결정질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천안함 합조단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됐다")

이기봉 준장은 11일 국회 답변에서 "왜 비결정질만 검출됐느냐,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도 발견되어야 한다는 의혹이 나왔다"고 말함으로써 흡착물에 대한 합조단의 '추가 조사'가 이승헌·서재정 교수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결정질이 나왔다고 밝힘으로써 합조단 발표의 모순을 실토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개 단체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16일 저녁 긴급자료를 발표해 "합조단은 '어뢰 폭발'이라는 결론과 배치되었던 분석 결과를 마치 과학적 근거인 것처럼 주장해오다 뒤늦게 재실험을 통해 결론에 부합하는 분석으로 정정했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분석 결과의 오류는 경우에 따라 천안함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며 "현재 진행중인 각종 실험과 분석, 향후 재검증 등을 합조단에 맡길 수 없는 분명하고도 충분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검증위는 이어 "왜 합조단의 분석에 오류가 있었는지, 조작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힐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며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조사 결과의 오류가 고착되지 않도록 국회가 조속히 국정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7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 따르면 이승헌 교수는 민군 합조단의 흡착물질 분석결과에 대한 의문점을 담은 논문과 의견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이 내용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교수 분석 관련 다른 기사 보기>

1. 기고 "천안함 합조단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됐다" (6월 16일)

2. 인터뷰 "천안함 조사, 더 이상 과학이란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6월 7일)

3. "천안함 흡착물 분석 결과는 어뢰 폭발이 없었음을 입증"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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