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는 지난 17일 <경향신문>으로부터 게재 거부당한 자신의 칼럼을 <프레시안>에 기고하면서, <오마이뉴스>에도 보냈으나 실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등록돼 있다.
"일부 표현 등에서 소송 우려" vs "이해할 수 없어"
김병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마이뉴스>는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교수의 칼럼이 몇몇 부분에서 명예 훼손 등 소송으로 문제될 법한 표현이 있다고 판단했고 자문을 구한 변호사의 의견도 같았다"고 말했다.
김병기 본부장은 "김상봉 교수에게 통화로 전체 문맥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손을 보자고 제안했으나 김 교수는 '토씨 하나 바꿀 수 없다'고 거부했다"면서 "약식 편집간부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서 같은 내용의 수정 요청을 드렸으나 그 사이 <프레시안>이 칼럼을 발행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김상봉 교수는 <오마이뉴스>의 6만여 명 시민기자 중 한 분이고 우리는 편집 원칙을 지켜 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이라며 "비단 삼성이어서가 아니라 소송 가능성 등을 검토할 때에는 어떤 것이든 엄격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 삼성그룹 사옥 전경. <경향신문>에 이어 <오마이뉴스>에서도 삼성 비판 칼럼 미게재 논란이 일고 있다. ⓒ프레시안 |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은 지난 19일 편집국 총회를 열어 오연호 대표와 김병기 본부장을 상대로 김상봉 교수의 칼럼이 실리지 않은 경위를 묻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김상봉 교수의 칼럼에서 틀린 사실 관계나 부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간 <오마이뉴스>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차라리 최대 광고주인 삼성그룹과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해하겠으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젠가부터 삼성은 조심스러운 대상이 됐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 기자들과 경영진은 큰 인식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연호 대표는 "<오마이뉴스> 매출의 80퍼센트가 광고인 상황에서 경영자로서 삼성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거꾸로 우리에게 왜 나쁜 이야기만 싣느냐고 한다. 나는 정당한 항의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최대 광고주에게 내가 갖춰야할 예의"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삼성은 불가근불가원이지만 그렇다고 '이건희'만으로 삼성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 여러분이 매일 똑같은 기사가 아닌 제대로 된 삼성 비판 기사를 써서 <오마이뉴스>의 정체성을 증명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오마이뉴스> 기자들은 "기자에게 적이 어디 있고 파트너가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기자는 "지금 <오마이뉴스>에서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는가"라며 "언젠가부터 삼성이 조심스러운 대상이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오마이뉴스>의 매출에서 삼성그룹의 광고, 협찬 등의 비중은 20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본부장은 "이번 김상봉 칼럼 미게재 건은 광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간 <오마이뉴스>는 김용철 변호사의 신간도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저자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