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을 비판하는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의 칼럼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킨 <경향신문>이 24일 이 사태를 놓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에 편집국 명의로 "대기업 보도 엄정히 하겠습니다"는 사고를 냈고 21면 미디어면에 "본지, 삼성 비판 '김상봉 칼럼' 미게재 전말"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자칫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은 이날 1면에 낸 '알림'에서 "<경향신문>은 최근 본지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싣지 않은 바 있다"며 "김 교수의 칼럼이 삼성을 강도 높에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게재할 경우 자칫 광고 수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편집 제작 과정에서 대기업을 의식해 특정 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언론의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때나마 신문사의 경영 현실을 먼저 떠올렸음을 독자 여러분께 고백한다"고 했다.
이들은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이 일이 있은 뒤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였다"며 "그 결과 진실 보도와 공정 논평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언론의 원칙을 재확인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정치 권력은 물론 대기업과 관련된 기사에서 더욱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며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데 인색하지 않되 그른 것을 그르다고 비판하는 것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향신문>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영상 어려움 겪어와…앞으로 정론 보도 원칙 공고해질 것"
<경향신문>은 이날 미디어면에 낸 "'광고주 의식한 누락' 내부서 거센 비판" 기사에서는 이 사태를 △칼럼 미게재 경위 △인터넷 언론 게재 △경향 내부의 문제제기 △편집국 대응 등으로 정리해 전했다.
<경향신문>은 김상봉 교수의 칼럼을 싣지 않게된 경위에 대해 "(이 칼럼은) 이건희 전 회장의 '황제식 경영' 스타일과 삼성의 자본력 앞에 움츠러든 국내 언론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며 "칼럼 내용을 검토한 박노승 편집국장은 김 교수와 전화통화를 하고 신문사의 어려운 경영 현실을 설명하면서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하지만 김 교수는 '내일 아침 신문에 나의 글이 실리지 않으면 인터넷 언론에 기고하겠다'며 거절했다"면서 "<경향신문>은 김 교수의 글을 싣지 않고 다른 칼럼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 교수의 삼성 비판 칼럼 누락에 가장 문제를 제기한 것은 17일 자체토의를 거쳐 항의 글을 올린 2008년 입사한 편집국 공채 47기 기자들이었고 이후 편집국 전체 논의로 번졌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 지회는 18일 편집국 기자총회를 열어 이번 사태를 '독립 언론의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우리는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부당한 시도와 자기 검열을 강요하는 내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정론직필·불편부당이라는 사시를 지킬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경향신문>은 "국장단은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한 기자들의 요구를 수용, 지면을 통해 그간의 경위와 입장을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방침을 세웠다"면서 "박 편집국장은 '김 교수의 칼럼이 들어가면 회사가 한동안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기자들의 문제인식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번 일로 정론 보도에 대한 우리의 원칙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신문은 이 기사 말미에 '경향신문 어떤 회사'라는 단락에서 "경향신문은 전·현직 사원이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원 주주회사"라며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사건을 집중 보도한 것을 계기로 삼성으로부터 2년 이상 광고를 받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광고 수주액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소개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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