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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부 비판 "삼성 관련 내부 검열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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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부 비판 "삼성 관련 내부 검열 어디까지"

막내 기수 성명…"삼성과의 불화는 언론의 존재 이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향신문>의 '삼성 몸사리기'를 두고 경향신문사 내부에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향신문>이 17일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를 소개하는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의 기명 칼럼 게재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을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경향신문>의 막내 기수인 47기는 17일 "이명박은 조질 수 있고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라는 성명을 내 "<경향신문>도 결국 이명박 정부는 비판할 수 있어도 삼성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47기는 2008년 10월 입사한 기수로 2009년 <경향신문>이 신입 기자를 뽑지 않아 연차로 3년째 막내 기수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한 선배 기자는 이들을 두고 "열심히 하는 성실한 기수"라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영 악화로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

이들은 "47기는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경향신문>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들어왔다"며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기사가 온라인에서 내려갔을 때도 실무적인 실수라는 말을 받아들였다.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의 칼럼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면서 "도대체 삼성과 관련된 기사 혹은 칼럼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은 비판하면서 우리 내부의 검열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기준과 중심이 없는 편집 방침은 지면 후퇴로 이어질 뿐이다.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로 지면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비경제적인 이유로 선배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말만 무성할 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견제되지 않는 황제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라며 "역으로 말하자면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막내 기수가 박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면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며 "이런 막내 기수에게 '경향신문'라는 제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47기가 낸 성명 전문.

이명박은 조질 수 있고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

17일 <프레시안>, <레디앙> 등 일부 인터넷 언론에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칼럼이 게재됐다. 원래 17일자 경향신문 34면에 실려야 할 칼럼이다. 김 교수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자신의 칼럼이 <경향신문>에 게재되는 것이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47기는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경향신문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전해 들어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기사가 온라인에서 내려갔을 때도 실무적인 실수라는 말을 받아들였다.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의 칼럼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사가 아니라 칼럼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김상봉 교수의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일부 인터넷 언론에 보낸 글에서 "저는 물론 거절했으나, 신문사는 끝내 저의 칼럼 지면을 다른 분의 글로 채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 도대체 삼성과 관련된 기사 혹은 칼럼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비판하면서 우리 내부의 검열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기준과 중심이 없는 편집 방침은 지면 후퇴로 이어질 뿐이다.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로 지면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비경제적인 이유로 선배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말만 무성할 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감히 말씀드리겠다. 김상봉 교수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경향신문>도 결국 이명박 정부는 비판할 수 있어도 삼성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 아닌가. 그만큼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견제되지 않는 황제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주시길 바란다. 막내 기수가 납득할 수 있게 말이다. 또 내일 기자총회가 물타기로 흐르지 않길 바란다.

막내 기수가 박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면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막내 기수에게 '경향신문'이라는 제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해 달라.

47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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