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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덫'에 걸린 엄기영…MBC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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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덫'에 걸린 엄기영…MBC '격랑 속으로'

MBC 노조 "정권 계획대로…엄기영 '자진 사퇴' 아쉬워"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의 여당 추천 이사들이 8일 일방적으로 보궐 임원을 선임한데 따른 '항의성' 사퇴다.

MBC 사장이 방문진과의 갈등 끝에 사퇴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엄기영 사장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오늘 일로 방문진의 존재 의미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라며 방문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방문진이 MBC 사장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

"방문진이 엄기영 사퇴를 유도…정권 계획대로?"

사실상 이날 이사회는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엄 사장이 임원 선임안을 두고 계속해서 김우룡 이사장과 대립했고 "방문진이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도 거듭 밝혔지만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끝내 임원을 선임했다.

엄기영 사장으로서는 지난해 12월 4일 자신과 MBC 임원 8명의 사표를 일괄 제출했을 때부터 일종의 '덫'에 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방문진은 엄 사장의 사표를 반려해 '재신임' 했지만 그외 주요 보직인 보도본부장, 편성본부장, TV제작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해 사실상 엄 사장의 '수족'을 잘라냈다. 이때부터 방문진은 엄 사장의 임원 선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경영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MBC 노동조합은 엄 사장의 사퇴 표명을 두고 "방문진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된 '식물 사장'의 마지막 선택이었던 셈"이라며 "이로써 '낙하산 이사 투입-엄기영 사장 사퇴 유도-낙하산 사장 투입- MBC 장악'이라는 저들의 노림수가 노골적으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두고 '정권 배후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달 11일 엄 사장과 김 이사장이 보궐 임원 선임안을 두고 합의 직전까지 갔다, 김 이사장의 비토로 막판에 무산됐을 당시에도 정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또 이때 합의 무산으로 엄 사장의 사퇴설 역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MBC 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실제로 최근 청와대의 한 핵심 실세는 이번 기회에 사장을 갈아치우겠다는 뜻을 엄기영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며 "불문가지다. 방문진은 그저 이명박 정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엄 사장의 사퇴에 직접적인 코멘트를 피하고 있다. 방문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는 "오늘 이사회에서 엄 사장은 사퇴 등을 이야기한 적 없다"면서 "엄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해도 방문진으로서는 문서로 사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 8일 사퇴 의사를 표명한 엄기영 사장. ⓒMBC

"엄기영 '자진 사퇴'밖에 없었나"

MBC 내부에서는 엄 사장의 사퇴를 두고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권의 압박에도 끝까지 버티다 KBS 이사회가 '해임'이라는 무리수를 두게끔 한 정연주 전 KBS 사장과의 사례와도 대비된다는 것. 정 전 사장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해임은 부당하다"라는 판결도 끌어냈다.

엄 사장은 7일 저녁 MBC 사원에게 '내일 이사회에서 내가 추천하는 보궐 임원안대로 결정되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물론 MBC 내부에서 '나갈 때 나가더라도 자진 사퇴 형식은 안 된다'는 만류가 많았다"면서 "엄 사장은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거듭했을 뿐 더이상 버티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 내부에서는 '정면 충돌'을 꺼리는 엄 사장의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엄 사장은 이미 사퇴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면서도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서도 김우룡 이사장을 비판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혀 방문진을 압박하는 등의 제스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이 엄기영 사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쟁'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MBC 폭풍 속으로…노조 "총파업 찬반 투표"

엄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상 MBC는 차기 사장 선임 등의 수순에 들어서게 된다. 엄 사장이 사실상 방문진의 압박에 의해 사퇴한 이상 누가 후임 사장이 되든 '낙하산 사장' 논란이 불가피하다. MBC의 차기 사장은 방문진이 선임한다. 차기 사장에는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김재철 청주 MBC 사장, 김종오 전 대구 MBC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MBC 노동조합은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MBC 노조는 "어떤 인물이 새로운 사장으로 오든 그는 정권에 무릎 꿇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MBC 조합원은 강고한 총파업 투쟁으로 정권의 낙하산 부대를 몰아내고 MBC 장악 기도를 박살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MBC 노동조합은 새로 선임된 황희만, 윤혁, 안광한 본부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께에는 이들 본부장이 출근을 시도해 30여 명의 MBC 조합원들과 잠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이 시간 이후로 출근을 막겠다"고 선언했고 황희만 본부장은 "내일도, 모레도 출근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황희만, 윤혁 본부장 등과 MBC 조합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언론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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