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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섹 "日디플레이션 근원은 국가 침몰의 느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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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섹 "日디플레이션 근원은 국가 침몰의 느낌 때문"

"하토야마 정부는 경기회복, 엔고 저지 대책 없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엔고 현상까지 겹쳐 타격을 받자 총리와 경제부처 수장 등 최고위급 정치지도자들이 엔화 강세를 막겠다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카메이 시즈카 금융상은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후지이 히로히사 재무상에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 모색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엔화의 가파른 강세를 있는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은 지난날 말 후지이 히로히사 재무상이 "정부가 비정상적 통화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후 엔고 저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하토야마 일본 총리. 하지만 취임 직후 이른바 '하토야마 불황'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경제위기로 곤경에 처해 있다.. ⓒ로이터=뉴시스

일본 정부의 의지 표명에 엔화 환율 반등

이런 의지 표명과 함께 일본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과 엔고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10조 엔(약 130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일본 정부도 7조엔에 달하는 추경 예산을 포함해 무려 20조 엔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소식들에 힘입어 지난주 달러에 대해 85엔 선까지 무너졌던 엔화 환율은 87엔대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반등세일 뿐 당분간 달러 약세-엔화 강세의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블룸버그>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하토야마 정부가 사실상 엔고를 저지할 대책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해 주목된다.(☞관련 기사: 일본은 미국의 '봉?'… 달러 약세 따른 '엔고'에 속수무책)

페섹은 '값싼 달러 때문에 엔고 현상 불가피(American Peso Leaves Yen Nowhere to Go But Up)'라는 칼럼을 통해 하토야마 정부는 엔고도 저지하지 못할 것이며, 디플레이션 경제도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페섹은 이런 단정적인 주장의 근거로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 그리고 일본은행(BOJ)와 정부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3분기 4.8% 성장률이 경기회복 조짐이라고?'

이 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4.8%(연율, 전분기 대비)라는 소식은 별 의미가 없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4.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앞선 분기들의 지표가 너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 '기저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페섹은 10월 수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3.2%나 감소했는데, 9월 30.6% 감소보다는 둔화됐다는 것을 '경제 호전 조짐'으로 애써 해석하려는 일본의 시장관계자들을 비웃기도 했다.

페섹은 엔화 강세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 경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이런 난제를 타개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원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는 급격히 상승(환율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디플레이션이라는 특별한 경기침체 때 경제 호전의 결과가 아닌 환율 하락은 악재에 불과하다.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입 물가를 하락시킨다.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수입 물가라도 낮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디플레이션 경제에서는 전반적인 물가 하락은 경제 위축과 연결된다.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 하락 요인은 또다시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페섹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격 하락을 막지 위해 공조에 나서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사실 '일본의 20년 불황' 속에서 하토야마 정부를 비롯해 역대 일본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빚을 내 돈을 쏟아붓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경제회복이 아니라 GDP의 두 배에 달하는 정부 부채다.

이때문에 페섹은 "일본 정부와 BOJ가 함께 해야할 일은 그저 과감한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어야 한다"면서 또다시 어설픈 '돈 쏟아붓기'로 부채를 늘리는 방안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하토야마 정부가 부채를 갚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도 참 이상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정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수요 부족 때문인데,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어떻게 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층빌딩 짓는 나라들과 금융위기의 기묘한 상관관계

또한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방 곳곳에 콘크리트 건물을 쌓아올리는 것은 그저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는 격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페섹은 "두바이 사태는 세계 최대 빌딩을 건설하려는 나라가 금융위기를 겪는 기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면서 도쿄 곳곳에 필요도 없는 고층 빌딩 건축 계획이 넘쳐나는 현상을 일본의 디폴트 위기의 전조가 아닐지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페섹은 엔고를 저지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면서 "달러가 마치 '아메리카 페소'처럼 거래되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뾰족한 수가 나올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소비 부족, 미래에 대한 신뢰 부족 탓"

또한 그는 "설혹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일본의 경제회복을 가져올 만큼 수출할 글로벌 수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페섹은 "슬프게도, 일본의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의 징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더 많이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면서 "일본의 가계들에서 일본의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디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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