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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상당기간 제로금리 유지" 결정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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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상당기간 제로금리 유지" 결정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선언

[분석]루비니 "1년내 달러 급반등, 글로벌 자산 거품 붕괴" 경고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Fed의 금리정책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상당 기간(for an extended period)' '이례적으로 낮은(exceptionally low)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16일 FOMC가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0~0.25%)를 결정한 이후 그 덕분에 지난 3분기에는 5분기만에 경제성장도 플러스로 돌아설 만큼 경기회복 단계에 들어섰으니,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소폭 인상하거나 최소한 조만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FOMC는 현재의 경기회복은 이른바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본격적인 경기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벤 버냉키 FRB 의장. ⓒ프레시안
'3가지 조건'으로 정당화한 제로금리 유지 결정


FOMC는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수집된 정보는 경제 활동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상당한 정도의 수요부진은 비용상승 압력을 계속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FOMC는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억제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낮은 상태를 보이는 자원 이용률과 억제된 인플레이션 흐름, 안정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이례적인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토록 하는 것을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FOMC의 성명 내용에 대해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로금리 유지를 정당화하는 3가지 조건은 바로 '디플레이션 위협'이며, 이 위협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우선 '낮은 자원 이용률'은 실업률을 뜻한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소득의 원천인 고용시장은 지금 사실상 실업률이 20%에 육박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최악이며, 디플레이션을 우려케 하는 최대 요인이다.

현재 미국은 수십년만의 기록적인 실업률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일 발표되는 10월 실업률은 9.9%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9월 실업률이 9.8%로 지난 1983년 6월 (10.1%)이래 26년 3개월만의 최고 수준이었는데, 또다시 증가하고 올해 안에 10%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언 모리스 HSBC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실업률이 9%대를 기록하고 있는 동안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소비를 위한 돈이 나올 때가 없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역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불과 0.2% 오르는데 그쳤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정도의 물가는 2.0% 수준이다. 따라서 Fed는 디플레이션 위협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FOMC의 성명은 경기회복이 되고 있느냐 아니냐, 인플레이션 위협이 크냐 디플레이션 위협이 크냐는 논란에 대해 Fed의 판단과 금리인상의 조건을 명확히 밝힌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버너도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최소한 시장이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달러, 일단 반등하면 20~25% 평가 절상"


문제는 Fed의 이번 결정으로 '디플레이션 위협'이 제거되는 때가 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자산거품'을 더욱 키워 또다른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Fed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 대해 "괴물 같은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FOMC의 금리 동결 조치가 발표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Fed의 저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며, 6개월이나 1년 뒤 Fed가 금리를 올리는 순간 거대한 자산거품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언해 '쪽집게 금융위기 전문가'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가 거듭 강조하는 전망인 만큼 무시하기 힘들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CNBC> 방송에서도 달러 약세와 저금리를 기회로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한 자산 거품이 전세계에 일고 있다면서 "달러 캐리 청산은 당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6개월 내지 1년 후의 일"이라면서도 "그동안 전세계의 자산 거품이 더욱 커져 자산붕괴의 크기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루비니는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달러 가치가 반등하면 2~3%가 아니라 20~25%나 상승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전 세계 모든 투자자들이 달러 매도를 중단하고 앞다투어 위험자산을 매각하게 돼 현재 형성된 거대한 자산 거품이 붕괴로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다시 유동성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 가치의 반등이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저명 투자가 마크 파버는 전날 "달러 가치가 1~3개월 내 유로화 대비 10%가량 오를 것"이라면서 " 달러가 강한 통화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유동성이 긴축됐던 2008년 말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와 로저스의 금값 논쟁


또한 '아마겟돈'이라고 할 만한 공황 상태를 예상하지 않는 한 금값이 온스당 1100달러는 몰라도 1500~2000달러까지 갈 수 없다는 루비니 교수의 주장에 대해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금값은 향후 10년간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루비니 교수는 로저스의 전망에 대해 '금값이 최소 2000달러 갈 것'이라는 전망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utter nonsense)"라고 재차 반박했다.

현재, 국제 금값은 국제통화기금(IMF)가 방출한 200톤의 금을 인도 중앙은행이 매입하고, Fed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다는 소식에 연일 상승하면서 이날 장중 1100달러선에 육박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 산하 금속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40달러(0.2%) 오른 온스당 1087.30달러를 기록,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값은 장중 한때 1098.50달러까지 치솟았다.

한편,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007년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이후 금융정책을 통해 강력하고 가시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아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선정한 '2009년 미국 최고 지도자 21명'에 포함됐다. 그가 과연 금값 논란과 위기 재발 우려를 잠재울 묘책을 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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