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은 올해 3분기 GDP 성장률 2.9%(전기비)는 연율로 따지면 12.1%에 달하는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인 반면, 미국의 성장률을 한국처럼 환산하면 0.88%(전기비)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 3분기 한국의 '서프라이즈' GDP 성장률
이때문에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의 GDP 성장률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가 끝나고 회복세에 들어간 것일지라도 앞으로 시들시들한 성장에 그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도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1%에도 못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을 정도다.
3분기 GDP 수치만 보면 한국의 미래는 미국보다 훨씬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체감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GDP는 한 해에 생산되는 부가가치 증가액이지만 그 과실을 소수가 거의 다 가져가고, 난개발이 이뤄져 삶의 질이 하락해도 부가가치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물질적 성장에 치중한 'GDP 신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새로운 논의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부산에서 개최돼 30일 폐막된 '제3회 'OECD 세계포럼'도 '경제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GDP 중심의 발전 논리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회·경제 측정지표가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 스티글리츠 교수.ⓒ연합뉴스 |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 포럼에서 발표한 이른바 '행복GDP'는 그 어느 때보다 구체화된 지표로 개발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스티글리츠 위원회'에는 그동안 기존의 GDP에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이 반영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 왔다.
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스티글리츠 교수는 "GDP는 사회발전, 시장상황 등을 잘못 측정함으로써 더 나은 지표 개발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면서 "이런 점으로 정치적 행동 등에 있어서 왜곡된 측면을 낳았고 사회 발전에 위험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거품에 불과했던 GDP가 금융위기 원인 제공"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2001년 발생한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전형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당시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GDP 성장률을 근거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양호하다고 과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막대한 돈을 풀어 쌓아올린 '거품 경제'였을 뿐 메넴의 큰 소리 직후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에 빠져들었다는 것.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경제도 2005년 이후 GDP 성장률로만 보면 문제 없이 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 허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GDP는 정확하지도 않고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미국 기업 이익의 40%가 금융 쪽에서 나왔는데 금융위기로 이런 성과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거품이 낀 부동산 가격을 기초로 계산된 GDP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잘못된 경제지표는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큰 위험요인"이라면서 "현 사회가 어떻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보해나가야 할지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진일보한 경제측정법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가 폭증해 사회가 불안해져 범법자들을 수감할 감옥을 많이 짓게 돼도, 울창한 산림을 벌목해서 원료로 사용하거나 수출해도 GDP로 계산돼 경제가 발전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GDP 성장률, 지속가능성 보장 못해"
이에 따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새로운 사회·경제 측정지표, 이른바 '행복GDP'에는 환경보호 수준 등이 반영된 '발전의 지속가능성' 항목, 그리고 휴가 일수, 평균 기대 수명, 의료 서비스 수준 등 '삶의 질'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스티글리츠 위원회가 지난 6월에 낸 중간 연구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한국은 GDP 성장률과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 격차가 크며, 하루 70분을 출퇴근에 소비하고 있다는 등 GDP 대비 '삶의 질'이 떨어진 나라로 평가됐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의 올해 3분기 성장률에 대해 "한국이 빠르게 회복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시아의 상황이 대체로 좋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다"면서 "GDP는 단기 경제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