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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협상만이 비핵·평화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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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협상만이 비핵·평화를 보장한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입장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된 정세는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특사 조문단 파견 이후 새로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러한 긍정적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여전히 제재의 효과만 주목하고 대화에는 소극적이다. 모두가 느끼듯이, 북핵문제는 바야흐로 결정적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시에 미국 역시 정권교체 국면 속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오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6자 모두가 합의한 확고한 원칙이다.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비판하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하지 못한 기존의 소극적인 대북정책의 실패를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중대한 선택의 국면에서, 또다시 대화 위주가 아니라 제재 위주의 소극적 전략으로 문제해결의 중대한 기회를 놓치는 '실패한 외교'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국의 북한과의 적극적 대화를 지지하며, 이 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반도에서도 '오바마 외교'를 보고 싶다

대통령후보 시절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고립과 봉쇄를 추구했던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며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하였다. 북핵 실험 등 몇 가지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바마 외교'의 방향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안전을 위해 유일한 지혜로운 대안이다.

그러나 아직 한반도에서 오바마 외교는 보이지 않는다. 왜 중동에서, 쿠바에서, 남아메리카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오바마 외교가 한반도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는가? 왜 유독 대북외교에서만 대화를 보상으로 간주하는 부시 행정부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가?

무엇보다 오바마 행정부는 회담의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과감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의 유용성을 부정하지 말아야 하듯이 미국 또한 양자협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현재의 시점은 모두가 협상에 대한 용기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향해 질주해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대북협상 태도로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북한의 핵무기 역량 확대는 동북아를 끝없는 군비경쟁의 장으로 몰아갈 것이고, 그것은 결국 동아시아에서 미국 대외정책의 실패와 리더십의 실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재만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 북핵문제의 역사에서 제재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상황을 악화시키고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음을 기억한다. 제재의 단기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지만, 문제해결의 지름길은 역시 적극적 협상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포괄적 접근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이 중대한 갈림길에서 비핵•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담대한 결단을 내리기를 희망한다. 소극적으로 기다리는 전략이 아니라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한 능동적 외교만이, 동아시아에서 오바마 외교의 진정한 가치를 세계에 확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패키지를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크게 환영한다. 포괄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의지이다. 관계정상화는 결코 북한에 대한 시혜나 선물이 아니며,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정책 수단이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은 정전협정체제에 머물고 있는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 및 평화체제의 수립과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평화체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입장을 밝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부시행정부조차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혹은 4자 정상회담을 거론하지 않았던가. 이명박 정부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군축회담을 북한에 제의한 바 있고, 9.19공동성명에서는 이미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별도 포럼을 구성하기로 합의해놓았다.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을 요구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달성한 나라가 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중요한 몫을 했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성과를 토대로 이제 한국과 미국은 포괄적이며 또한 호혜적인 동맹 재구축에 나서야 한다.

수사만 앞세우는 포괄적 동맹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군사동맹 위주의 낡은 틀을 벗고 상호 이익을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 냉전시기의 한미동맹은 탈냉전과 세계화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 점에서 우리는 지난 6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미동맹 공동비전 선언'은 많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핵우산과 확장억지, 사실상의 북한 흡수를 천명한 냉전시대 군사동맹의 재판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미 양국이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군사훈련과 작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도 기본적인 재검토를 거쳐야 한다.

북핵 협상이 재개되는 시점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목표를 달성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거듭 촉구한다. 그리하여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대결과 긴장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한국민과 동아시아 각국 민중들의 비원(悲願)이 세계평화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꿈과 함께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09년 9월 9일

백낙청(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명예대표)
오재식(전 월드비전 회장)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이문숙(목사,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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